[심층인터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분주하다. 정치권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 초심으로 돌아가서 진정한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어떤 방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촛불 정부를 신뢰했지만, 솔직히 지금은 너무 많이 변질이 됐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시작됐다.

어느 명망 높은 정치인이라도 한국의 정치 풍토 속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지만, 처음에 신선했던 정치인이 자신이 고치려고 했던 대상에 대한 개혁을 포기하고, 구태의연한 행보를 보여주는 일도 많다. 그러면서 국민은 등을 돌렸다.

지금이라도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정말 사회를 살기 좋게 차근차근 바꿔 나가려면, 좀 더 멀리 보고 좀 더 천천히 갔으면 한다. 정치권이 합종연횡해서 패거리를 크게 만들고 하면 안 된다. 이제는 선거법도 바뀌었고 다당제 시대다. 정말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당을 만들면서 다양한 정치적 생각을 가진 인물과 정당들이 많아져야 한다.

많은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자기의 주장을 분명히 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 더 다양화되고 국민의 많은 생각이 반영되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거대 양당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정치행태는 안 된다.

 

- 정당들의 다양한 노동정책 공약이 나올까.

▲ 앞서 말했듯이, 좀 더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그런 체제 또는 국민 의견이 대표되고 반영되는 그런 국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거대 양당의 휩쓸림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보다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나와야 할 때다.

또 하나는 노동자와 불평등 구조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사람들과 자연생태나 환경문제 등 진보적인 입장을 표방하는 정치그룹들이 더 활발하게 나와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의정활동을 보여줘야 한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게 아니라, 국민 의견이 반영돼서 토론이 이뤄지고 특정 정당이나 패거리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진정한 정책을 놓고 돌아가는 국회가 되기를 바라고, 그에 걸맞는 총선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어떻게 보나.

▲ 직접민주주의와 관련해서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 국민감시 등이 앞으로 잘 반영이 되고 활용되면 좋다. 그러나 국회 현실은 법률 하나를 고치는 데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형국이다. 헌법을 고치는 문제가 거창하고 힘들지만, 우리가 촛불혁명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민의 깊은 뜻이 어디에 있는지, 정치권이나 정당들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읽어야 한다.

외국에 여러 가지 좋은 사례들이 많이 있으니까 교훈 삼아, 우리 사회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정치가 그런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서 직접민주주의와 관련된 국민발안이나 국민소환 등이 이뤄질 것이다.

 

- 만시지탄이지만 삼성 노조가 출범했는데.

▲ 사실 삼성 노조는 그 전부터 있었다. 그에 앞서 사내 어용노조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동안에 노조가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갖은 탄압을 받아왔다. 삼성 노조가 생겼다는 것은 이제야 우리 사회가 겨우 이 정도 왔음을 인정해 준 것밖에 없다.

삼성이 그렇게 부당노동행위를 했었고,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불법이었다는 것을 법원이 판단해 준 것이다. 지금 삼성 노조가 새로 생겼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전부터 사법부가 재벌 즉, 삼성만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줬다. 이제야 노동자 편에서 노동자의 말을 조금 들어주는 정도다. 겨우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아주 느린 느릿느릿하지만, 우리 시대에 있어서 큰 흐름이다.

 

- 무노조경영을 표방한 삼성이 노조를 통한 운영을 할 것으로 보나.

▲ 삼성이 무노조 정책을 써 왔지만, 다른 선진국에서 삼성을 놓고 평가하기를 삼성이 언젠가 노조 문제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이미 다 예고를 했었다. 그게 이제 시작된 거다. 지금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선택의 길을 갈지는 모른다.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빠르게 갈지 또는 천천히 갈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길을 갈 거라 본다. 우리나라의 모든 힘이 연착륙해 가는 사회적 변화들이 만만치 않게 가고 있다. 향후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사실 시민의 촛불혁명도 그런 형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치를 믿고 맡겼던 박근혜 정부가 국민이 보기에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과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이 안 되니까 촛불을 직접 들고 있어 났다. 그런 저력이 우리 사회 저변에 버티고 있고 전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삼성 노조가 기업경영에 득이 될까.

▲ 득이 된다고 본다.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견제를 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현행 노조법 상으로는 임금문제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교섭권이 있다. 노조와 교섭을 해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하면, 아무래도 유리하게 갈 수 있다.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나온 연구들을 보면, 그렇게 했을 때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그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또 기업의 안정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만 해도 노사협의회가 있어서 노동담당 이사와 노동조합 이사가 모여서 미리 평소에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이나 생각이 잘 전달되도록 사전에 조율한다.

그렇게 해서 적정한 이윤과 배분이 일어나도록 한다. 우리나라처럼 불공정하고 왜곡되게 하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 삼성 노조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 아직은 한참 더 가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그동안 너무 불공정한 체제 속에서 힘으로만 부딪혀 싸워오면서 왔다. 외부에서 보면 좀 비정상적인 노동운동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불공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삼성이 이제 그런 점에서 마음과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대표단체다.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대화를 나누면서 같이 기업의 발전이나 경영을 위해서 힘을 합쳐가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순리다. 삼성을 위해서는 바람직 한 일이다.

 

전태일 열사 50주년을 맞아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포스터
전태일 열사 50주년을 맞아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포스터 ⓒ위클리서울

 

- 올해 전태일 50년을 맞아 ‘태일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진다. 어떤 영화인지 소개해 달라.

▲ 영화 ‘태일이’는 만화형식의 애니메이션이다. 어린이부터 온 가족이 손을 잡고 다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그러면서 50년 전의 전태일 열사가 어떤 삶을 살았고, 왜 어떤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갔는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보면 우리 사회가 뭔가 많이 좋아진 것 같으면서 더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전태일재단과 명필름이 공동제작을 해서 올해 11월 13일 전태일 생일에 맞춰 개봉한다.

노동자들도 많이 호응해서 같이 지원도 해주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10억 원의 기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는 3월 기금모금위원회를 발족해, 5월 1일 노동절에 모금 운동을 할 예정이다.

 

- 전태일의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

▲ 전태일에 대해서 이제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있고, 그의 죽음과 함께 생활 속에서 보여준 따뜻한 인간애적인 문제, 자기보다 더 못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했던 그런 이웃사랑을 실천과 행동을 그렸다. 이제 이런 것들이 노동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좋은 모범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화 내용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 미래 청소년이 봐야 할 영화다.

▲ 청장년을 비롯해서 특히 청소년들을 겨냥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제일 큰 문제가 지금 커 가는 학생들이다. 우리의 현실이 지금은 버겁고 힘들지만,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전태일 열사에 대해 그저 단순히 과거의 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전태일을 통해서 미래를 제시하고 미래세대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같이 보게 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3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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