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政 “경제의 노동 가치 인식과 협력 절실”
勞·使·政 “경제의 노동 가치 인식과 협력 절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2.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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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생가보존을 하고 있다는데.

▲ 전태열 열사 고향이 대구다. 대구시 남산동에 있는 낡은 집이다. 전 열사는 야간 중학교에 다녔는데, 그때 살던 집에서 보낸 시절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회상했다. 전태일 열사를 지지하고 노동운동하시는 분들이 그 집을 매입해 기념관으로 보존할 예정이다.

 

- 전태일 열사 5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 준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50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직장 내 근로기준법(근기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바로 근기법 준수다. 근기법은 원래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해야 하는데, 이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태일재단은 50주기 사업으로 향후 근기법 준수 캠페인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이 안 된다. 가족끼리 하는 곳도 많다. 그래서 이런 사업장까지 모두 적용하도록 할 것이다. 다소 노동형태가 다르더라도 특수고용노동자라든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시시비비가 있겠지만, 모든 노동자들이 적용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 ‘5인 미만 사업장 전면적용’ 가능할까.

▲ 전태일 준비위원회는 양대 노총을 비롯한 참가단체들과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요구하는 제도개선 운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특히 연차유급휴가나 연장근로수당, 생리휴가, 휴업수당, 부당한 해고, 징계, 인사발령 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은 5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극히 열악한 사업장 노동자에게 불리한 5명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 전면적용이 시급하다.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은 전태일 열사 정신과 부합하는 일이다. 비정규직과 함께 여성과 청년,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풀빵기금’ 마련도 갖는다.

‘풀빵정신’은 전태일 열사가 자신도 하루 벌어 사는 봉제 노동자임에도 굶주리는 여공에게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준 전태일 열사의 나눔과 연대 정신에 착안한 사업이다.

 

-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이 도입됐지만 ‘안전문제’가 여전하다.

▲ 김용균 청년이 사망한 지 1년이 넘었다. 그사이에 안전법이 고쳐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다시 고치자는 운동도 하고 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김용균 군과 그 가족, 위험의 외주화와 직장 내 산업 안전문제 등을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사회적인 운동도 벌어졌다.

이런 운동 때문에 통계적으로 보면 직장 내 안전사고나 산재율이 상당히 떨어지기도 했다. 이 법은 매우 필요하다. 여기에 맞게 법을 고쳐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제일 먼저 사용주 즉, 경영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시키고, 시설이 잘못된 것이 있으면 교체하거나 고쳐야 한다. 노동자들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그런 인식의 틀을 확실하게 가지고 잘못된 것을 고쳐가야 한다.

 

- 아직도 현장은 안전불감증인데.

▲ 특히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공장에서도 여러 가지 산재 사고들이 많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의 공장은 자동화되어 있어서 사고는 이전보다 훨씬 적다. 사고가 많은 공장은 주로 화력발전소의 석탄을 나르는 사업장에서 많이 난다. 일부 중소기업 사업장에서도 위험사고가 날 수 있다.

여기에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어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김용균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에 대비한 법도 빨리 만들어져야 하고, 또 사용자와 노동자들의 그릇된 인식과 태도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

 

- 4년 차로 접어든 촛불 정부의 노동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 취임 초기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강조하고, 특히 노동존중사회, 노동 중심 사회로 가겠다고 강하게 표방해 갔지만,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거대 야당과 거대 자본가 같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도 아주 강했다. 이런 힘에 정부가 여기서 굴복해 버렸다.

그런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원래의 촛불 시민이 요구한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좀 더 공정하게 바라보면서 ‘노동이 경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노동문제를 정치와 정책의 중심권에 바로 놓으려는 자세가 없어 보인다. 지금은 그런 모습들이 대단히 후퇴했다.

 

- 국제노동기구가 1919년에 창립해 100주년이 넘었지만, 한국은 1991년에야 152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하지만 기본협약에 비준하지 않은 국가다.

▲ 한국은 아직도 국제노동 협약에 비준하지 않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글로벌시대에 너무 창피한 일이다. 세계 경제 10위권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나라가 노동문제만큼은 매우 후진성을 띠고 있어 안타깝다. 국제노동협약은 국제사회가 정한 가장 원칙적인 문제다.

그런 원칙적인 문제를 목표로 정해 놓고, 세계와 정상적인 교류를 해야 한다. 먼저 비준을 해놓고 점진적으로 노력해나가도 되는 일이다. 지금은 모든 게 발목이 잡힌 상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노동문제로 발목을 잡고 있고, 정부도 감당을 못하는 상황에서 비준도 못 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해묵은 전교조 문제도 해결이 어렵게 꼬여 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라는 이상한 논리로 가고 있고, 노동의 결사권과 단결권 문제도 풀지 못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국제법에 맞게 노동문제를 고치겠다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풀리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
전태일 열사 ⓒ위클리서울/ 이수호

- 촛불의 힘이 무뎌진 것 아닌가.

▲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기에 촛불혁명의 힘이 강하게 살아 있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적인 문제들을 과감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천재일우의 개혁할 기회들을 끝내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다른 여러 가지 경제, 안보정책들과 대내외적 사안들이 겹치면서 발목이 잡혔다. 결국은 과거 정권과 같은 구태의연한 행태로 되돌아가고 있다. 한가지 있다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패스트트랙 덕택에 빛을 본 검찰개혁과 선거법 일부 개정, 유치원 3법은 굉장히 중요한 성과로 평가한다.

 

- 전태일 열사 정신과 함께 정부와 국민, 시민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 50년 전에 전태일 열사가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라는 철학적이기도 하고 시적인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 ‘나를 잊지 말아다오’ 또는 ‘나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라’,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 같은 선지자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라는 말은 곧 우리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의 모두는 전태일이다. 이는 전태일 재단의 구호이기도 하다. 그런 전태일 열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전태일 열사가 꿈꾸던 그런 세상과 그런 사회를 향해서 우리가 한번 새롭게 한 걸음을 떼고 나가자 말하고 싶다.

이번 50주년이 좋은 계기가 돼서 다시 한번 전태일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우리 모두 전태일이 돼서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나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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