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이 세계 리더 국가가 된 것은 탄탄한 헌법 때문”
“미국·영국이 세계 리더 국가가 된 것은 탄탄한 헌법 때문”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3.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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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대표-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헌법(Constitution)은 한 나라의 최고 법이다. 모든 국가는 헌법에 헌법전문(憲法前文)을 두고 역사와 목적, 이념 등을 담아 국가 성격을 밝힌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건국 이념과 헌법의 제정, 개정의 역사를 담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시민 혁명을 통한 인권보장과 인간 존중 가치가 가장 중요시되었다. 미국의 독립 선언서와 프랑스 인권 선언문 정신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의 헌법제정에 있어서 기초가 되었다.

 

“군부정권 종식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20위권으로 평가했다. 일본도 순위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한국은 크기와 인구 면에서 결코 작은 나라는 아니다. 인구 5천만 명에 3만 불을 넘어 G20, 세계 10위권의 OECD 국가가 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제 우리도 세계사에 빛을 내야 할 때다.”라고 밝히는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상임대표는 오래전부터 성숙한 민주주의를 통해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나라를 꿈꿔온 헌법학자다.

그에게 공화주의가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공화주의란 번듯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고, 그것은 바로 헌법의 완성과 같다.”고 제시하면서 “건국헌법에서부터 다뤄졌던 ‘복지국가’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헌법 인식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유권과 자유주의를 깊게 누리려면 개인주의를 공동체적 인간으로, 자유와 평등을 박애와 우애로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법의 논리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밝힌다.

한국방송통신대학 법학과 교수로 33년간 봉직한 그는 “공화국은 곧 문화국가로 연결되는 사회다. 모든 국민이 각 분야에서 희열과 경지를 느끼는 전문가적인 나라다. 모든 분야에 문화와 예술이 꽃을 피우게 된다.”고 강조하는 강경선 상임대표로부터 공화주의와 민주공화국, 헌법국가, 개헌문제, 친일과 반공, 사법적폐 등 근현대사 헌법 문제와 선진국 헌법제정 등을 들어본다.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헌법학자로서 공화주의와 사회복지 국가를 표방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달라.

▲ 내가 생각하는 공화주의는 진정한 공화국 즉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공화주의와 민주주의를 딱 잘라서 설명하기란 사실 어렵다. 95%의 헌법학자들도 공화주의를 물으면 주저할 것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사회복지 국가의 완성이 헌법의 목표라 생각했다. 그 부분이 우리 헌법의 미답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공화주의란 번듯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고 헌법의 완성과 같은 뜻으로 설정하고 있다.

군부정권 종식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20위권으로 평가했다. 일본도 순위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한국은 크기와 인구 면에서 결코 작은 나라는 아니다.

인구 5천만 명에 3만 불을 넘어 G20, 세계 10위권의 OECD 국가가 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에서의 한국은 작아 보인다. 주변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이 둘러싸고 있는 데다, 자칫하면 이들에게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민주주의 20위권이라는 게 불만족스럽다.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5위, 7위권으로 끌어 올려야 나라다운 나라로서 행세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민주주의와 경제 모두가 발달된 사회복지 국가로서의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이 지역에서 기를 활짝 펴고 살 것 같다.

 

- 강대국을 앞설 우리만의 강점이 있다면.

▲ 몇 년 전에 ‘헌법전문 주해’를 집필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 강대국들 사이에서 자꾸 흔들리고 있고, 발언권의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외교, 군사, 경제 등에서 밀리면서 점점 주권이 커지기는커녕 정체 내지 축소를 감지한 것이다.

헌법학자로서의 위기감, 책임감이었다. 물론 100년 전처럼 식민지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발언권이 무시당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언권의 상실이 사실상 주권의 상실인 것이다.

발언권을 지키는 일, 즉 주권 수호는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의 논리로 치면, 중국이나 일본과 대국과 경제력-군사력으로 맞서기는 어렵다. 물론 경제력이나 군사력도 상당 정도 단단하게 갖춰 놓아야 한다.

내가 볼 때, 우리 주변 국가와의 경쟁에 있어서 상대적 비교 우위성을 갖는 것이 바로 헌법(憲法)이라고 보았다. 일본만 보더라도 헌법의 수준은 결코 우리보다 우위에 있지 않고 중국은 우리와 현격한 차이가 난다. 헌법은 종합적인 국가발전의 지표라 할 수 있다.

세계역사를 보면 헌법이 발전한 나라가 그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헌법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튼튼하게 올려놓는 것, 이것이 우리의 국가 전략과제가 되어야 한다. 헌법의 수준을 높여 완성시키는 것이 나의 공화주의 운동 목표이다.

 

- 헌법 수준이 높은 국가를 만들려면.

▲ 만약에 우리의 헌법 수준이 세계 10위 더욱이는 5위 이내까지 진입한다면,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과 구별되는 대한민국만의 정체성이 세계에 각인될 것이다. 헌법 수준이란 모든 부분에서의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이 없이 선진국이 되기 힘들며, 정치발전 없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와 함께 교육, 예술, 시민의 권리와 책임, 봉사정신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발전하자는 것이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회복지국가의 상이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다시 생각해보자.

헌법도 법이기 때문에 헌법 제1조를 정확히 읽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로 새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즉, 민주공화국이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0년 중에서 70년 동안은 ‘민주’도 ‘공화국’도 실체를 갖추지 못했다.

지난 30년 그래도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내는 것 즉 공화국 만들기가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을 지체하거나 소홀하거나 하게 되면 우리의 주권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

우리만의 특별한 장점을 갖추지 못하면 우리는 강대국 사이에서 ‘패싱’(passing, 무시) 당할 것이다.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성숙을 갖춘 민주화된 멋진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생존전략임을 꼭 명심하자.

 

- 국제사회에서 ‘Passing’은 왕따 아닌가.

▲ 한때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국제사회에서 회자 됐었는데, 나는 그전부터 이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패싱’은 무시당하고 왕따를 당한다는 말이다. 그게 곧 국권 상실이다. 지금이라도 마음 자세를 다져야 한다.

헌법전문을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말할 때, 실제로 빛나는 게 과연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세계사 변방 국가로 왜소한 국가, 혹은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로 지내왔다. 다른 나라의 문명을 수혜만 받아서는 체면이 안 선다.

이제 우리도 세계사에 무엇을 기여하는 그런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 포부가 필요할 때다. 반만년 역사에서 민족을 지켜온 것만 해도 빛나는 흔적임은 맞지만 이제 진짜 빛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헌법에 상응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도 이제 세계사에서 빛을 발할 때가 온 것은 맞다.

 

- 헌법 제1조에 있는 ‘민주공화국’의 정의를 말해 달라.

▲ 먼저 민주공화국을 ‘민주주의와 공화국’으로 인수분해하면, 민주주의는 통치방식이고, 공화국은 국가형태이다. 20세기 이후에 민주주의는 전 세계 정치의 공리처럼 되어 있다. 공화국은 무엇인가? 보통은 군주국이 아닌 나라를 공화국이라고 말한다.

영국, 일본, 북유럽, 벨기에, 룩셈부르크, 사우디 등 이슬람 몇 개국 등 의외로 군주국도 많다. 하지만 시민의 대표인 의회가 실질적 권력을 가진 나라들은 공화국이라고 본다. 거꾸로 공화국의 명칭을 가진 중국, 북한 이런 나라들은 실질적 공화국이 아니다. 시민들의 국가가 공화국이다.

그런 점에서 공화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공화국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때로 단순히 ‘다수정’(多數政, Demo-Cracy)으로 전락하여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흐를 위험이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공화국이 되려면 국가라는 건축물을 잘 만들고 잘 운영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주권자인 국민들의 권리와 책임의식이 동시에 요구된다. 바람직한 국가운영은 직접민주제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간접민주제 즉 대의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의제는 선거를 통한 대표자에 의한 정치이다. 그래서 우선 선거를 잘해야 한다. 국민들이 공익을 고려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의제는 크게 삼권분립, 즉 국회, 대통령, 법원의 권력분립에 의한 정부형태다.

대표자는 일단 뽑히면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 자신의 판단으로 국정에 참여한다. 물론 헌법과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다. 대통령은 임기를 가진 군주제의 장점을 국회와 법원은 귀족정의 장점을 살려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듯 공화정은 민주정을 기초로 하면서 귀족정과 군주제의 장점을 살리려는 혼합정(混合政)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치주의이다. 헌법과 법률은 국정운영이 권한 남용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성공적인 공화국이라면 대의제가 대표자들의 책임성을 기초로 잘 운영되고 국민들이 그들의 행위에 신뢰하고 주로 승복할 줄 아는 나라일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우리의 공화국 수준은 이에 미달한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국민의 저항권 행사를 몇 번 거듭하여 민주주의의 위력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대의제를 확립하는 데는 실패한 나라에 속한다. 공화국 만들기는 여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말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강경선 21세기 공화주의클럽 상임대표

1976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99 서울대 대학원 법학 박사
1985~2018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2005~2006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2018 한국헌법학회 학술상 수상
2018~현재 21세기 공화주의클럽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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