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로 인한 10대 성소수자 자살률 심각”
“혐오와 차별로 인한 10대 성소수자 자살률 심각”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3.23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에 대한 논쟁이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사회의 일부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극렬한 비난, 차별, 억압, 혐오하며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포용과 관용보다 자신의 잣대로 남을 정죄하고, 자신의 신념만이 옳고 정당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소수자 인권은 이미 범국가적이고 범종교적인 이슈가 됐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한국사회에도 다양한 성소수자(Sexual Minority)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김지학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김지학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Diversity Korea / www.diversity.or.kr) 소장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모태 신앙인이다. 그에게도 성소수자에 대해 전혀 무지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적이고 혐오적인 이야기들을 무비판적으로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김지학 소장은 미국에서 인간의 다양성(多樣性, Diversity)과 인권을 공부했다. 그는 “인종, 민족, 성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장애, 외모, 지역, 종교, 학력, 학벌, 사회계급 등에 따른 차별과 억압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도 처음부터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 억압, 폭력에 무관심했고 무지했다고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메시지를 배운 곳도 교회였지만, 부조리한 사회에 순응하지 않고 모두가 환대받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 했던 예수의 삶을 닮겠다고 결의한 곳 역시 교회였다.”는 그의 고백에서 인권과 개신교 신앙이 꼭 반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 소장은 미국 유학 시절에 한인교회를 다닐 때도 한인교회의 청년 리더였다. 교회에서 요청하는 청년부 회장, 스몰그룹 리더, 유아부 교사까지 많은 일을 했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에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주부터 우리 교회에 나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출교 당했다. ‘성소수자 지지자에게도 이렇게 대하는 곳이 교회라면 성소수자들은 과연 교회를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비통해 하고 있을 때, ‘아무 이유없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정, 학교, 회사 등에서 폭력을 경험하고 쫓겨나기 까지 하는 성소수자들의 경험을 간접적이나마 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김지학 소장을 인천에 있는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는 미국 사회와 비교해서 10년에서 20년쯤 늦다. 하지만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하는 그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는 성소수자를 둘러싼 다양한 인권 이슈를 짚어 본다.

 

- 성경을 근거로 성소수자를 비난하고 정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려 달라.

▲ ‘소돔과 고모라’가 나오는 구절 등 성경 구절을 이용하여 성소수자들 비난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소수자 이전에도 성경을 근거로 마땅히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어도 되는 것처럼 여겨졌던 사람들이 있었다. 과학자, 왼손잡이, 흑인, 여성, 유대인 등을 차별하며 성경을 인용하며 차별을 정당화했다. 그만큼 성경을 이용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종교를 이용해 자신들의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권력자들의 욕구에 의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제는 성경을 근거로 하는 폭력의 대상이 성소수자를 향하고 있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서 무너지고 있는 개신교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오히려 교회를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아 갈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교회는 시민사회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성소수자를 비난하는데 이용되는 성경 구절이 6-7개 있다. 그 성경 구절들이 쓰인 배경과 상황 그리고 저자의 가치관 등을 함께 살펴보고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을 펴냈다. <인권옹호자 예수>라는 책이다. 주제에 대해서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 사회적 소수자들과 약자를 위해서 살았던 예수의 삶을 닮기 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에 대한 지적인데.

▲ 지금의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세상의 걱정거리’가 됐다. 종교 기관들 중 신뢰도가 가장 낮다. 개신교와 목사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일도 많아 “개독교”나 “먹사”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이주민, 난민, 이슬람 등의 타종교에 대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언행을 수시로 쏟아내 ‘사랑의 종교’가 아니라 ‘혐오의 종교’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제는 스스로 정화할 능력조차 잃은 것 같다.

군사정권, 독재자, 재벌과 손잡으며 힘과 권력을 가진 자의 편을 들어왔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극심해 지며 양극화가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지만, 사람을 죽이고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 노동자 착취, 노조 탄압 등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의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 억압, 폭력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가해자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알코올, 담배, 섹스를 가장 대표적인 죄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지금도 성적인 문란함의 위험성을 설교하는 목사들을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성에 대해서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목사들이 가장 힘을 주어 반대하는 것은 성폭력, 성착취와 같은 성범죄가 아니다. 성적 문란과 타락의 최고봉이 동성애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무지과 편견에 기반한 주장이며 자신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 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비난에 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며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때문에 반복되는 폭력이다.

 

- 그런 환경 탓일까, 10대 성소수자들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은 성소수자가 아닌 청소년들에 비해서 5-6배가 높다. 한국의 청소년은 전 세계의 청소년들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비교군의 자살률이 이미 이렇게 심각한데 그보다도 5-6배에 달하는 자살률이 기록되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매우 심각한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사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가정, 학교, 교회 등에서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의 혐오발언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고 있다. 가정이나 교회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다’, ‘하나님이 싫어하신다’, ‘에이즈 걸린다’ 등의 경고와 협박을 일상적으로 들으며 산다. 그런 환경 속에 있으면 건강한 자존감과 자기애를 형성하며 성장 할 수가 없다.

‘동성애가 죄 중에 가장 큰 죄이고,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 성경에 그런 말은 없다. 동성애는 성경적으로도 죄가 아니고 사회적으로도 범죄가 아니다. 부도덕함이나 불결함의 상징도 아니고 하나님의 저주도 아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은 비성소수자를 모두 성소수자로 만들어 가정과 국가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전복하려 한다’는 “게이 아젠다(Gay Agenda)”라는 커다란 계획이 있다고 주장한다. 허황된 주장이다. 성소수자들은 그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살고 싶어 할 뿐이다.

 

-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퀴어문화축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퀴어의 뜻과 퀴어문화축제의 의미와 유래를 설명해 달라.

▲ 본래 퀴어(Queer)는 ‘괴이한, 기괴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다. 과거에는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별칭으로 쓰이는 속어였으나 1980년대 미국 등지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에서 전복적인 방식으로 재정의하여 자신들의 용어로 만들었다. 비슷한 사례로 2018년 “장애여성공감”이라는 단체가 20주년을 맞이하여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퀴어”라는 단어를 전복하고 점유한 방식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을 비롯하여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되며 “불구”라고 낙인되는 존재들을 향한 폭력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가진 구호다. “불구”라는 단어를 장애운동진영에서 직접 사용하며 ‘획일적인 기준으로 만들어진 정상성’을 강요하며 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이자 불구로 만드는 사회를 직면하게 만들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축하하고 기뻐하는 축제의 공간이다. 또 한 성소수자를 드러내지 못하는 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저항하는 투쟁의 공간이기도 하다. 축제로 투쟁을 하는 퀴어문화축제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

퀴어문화축제를 간다고 해서 퀴어가 된다거나 퀴어문화축제에 가면 성소수자들이 비성소수자들을 성소수자로 만들려고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없거니와 그 누구도 비성소수자를 성소수자로 만들 수는 없다. 만약 퀴어문화축제에 갔다가 퀴어가 됐다는 사람이 있다면, 축제에 가기 전에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고 주변에도 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퀴어문화축제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긍정하게 되고 자긍심이 생겨 성소수자로 정체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기 자신의 몸이나 젠더섹슈얼리티에 대해서 그동안 고민하고 있었던 것들이 축제에서 풀리게 되면서 성소수자로 정체화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몇 해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어떤 분이 나에게 굉장히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보면서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해서 계속 공부하고 고민하다 작년에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처음으로 참여했다가 성소수자로 정체화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환희의 눈물을 흘리고 자신도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한 성소수자 단체에서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뻤다.

 

-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보람을 느꼈을 것 같다. 서울, 대구 등 우리나라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오랫동안 열려 온 도시들이 있다. 학부와 석사를 미국에서 했는데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정부와 시민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의식은 어떤가.

▲ 미국이라는 나라는 크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의 경험이 미국이라는 사회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당연히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 ‘혐오표현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할 수 있다. 혐오발언을 마구 내뱉으면서 당당하고 떳떳해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2003년 매사추세츠 주를 시작으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는 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 역시 이성결혼과 마찬가지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라고 판결하며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법제화됐다. 인권이 존중되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먼저 나아가고 있는 나라들이 있는데, 그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는 반복하지 말고 성과를 보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되지 않아서 속상할 때가 많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자꾸 “나중”으로 미룬다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나중’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그 합의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법, 제도, 캠페인, 교육 등을 통해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런 역할은 하지 않으면서 국가가 ‘나중에 하자’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아리조나 주립대학 심리학과 학부 졸업(BA)
워싱턴 대학교 사회사업, 사회복지 석사 졸업(MSW)
세부전공 : 인간의 다양성과 인권(사회적 특권과 억압)
現)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現) 서울예술대학교 예술창작기초학부 외래교수
現)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사회혁신협력위원
現)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現)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운영위원
現)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사외이사
現) 대한성학회 이사, 학술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