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능(英陵)·영능(寧陵)을 참배하고
영능(英陵)·영능(寧陵)을 참배하고
  • 박석무
  • 승인 2020.04.13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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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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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석무] 지난 주말의 봄 날씨는 참으로 화창했습니다. 뜨락의 홍매화도 꽃은 이울어버려 봄바람이라도 쐬려고 밖으로 나들이하고 싶었으나, 코로나가 무서워 사람 모이는 곳은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각하던 끝에 승용차로 사람 적은 곳을 찾기로 했으니, 바로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이 있는 여주를 찾기로 했습니다. 한자야 다르지만, 한글의 음으로는 모두 영릉이어서 한 번쯤은 반드시 참배해야 한다고 여기던 세종대왕릉에 참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조선왕조 5백 년, 27명의 임금이 재위했으나 그래도 일국의 제왕으로 역사적으로 업적을 남긴 임금은 많지 않았지만, 조선 전기의 세종대왕과 후기의 정조대왕만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임금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 중간에 비록 재위 기간이야 짧았지만,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임금, 효종대왕 또한 잊을 수 없는 임금입니다. 세종은 재위 32년에 54세로 생을 마쳤고, 효종은 재위 10년에 41세로 서거하고, 정조는 재위 24년에 49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기년아람(紀年兒覽)』이라는 역사책을 살펴보니, 세종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첫째가 경연(經筵)을 처음으로 열어 임금과 신하들이 궁중에 모여 앉아 경전을 강론하고 국가시책을 토론하는 제도를 창설했다는 사실입니다. 경연의 중요성은 생략합니다. 두 번째가 대마도의 정벌입니다. 대마도를 우리 국토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은 집현전의 설치로 젊은 문학지사들을 20명씩 뽑아 인재를 양성하는 일을 전담케 했습니다. 또 호당(湖堂)이라는 학당을 만들어 젊은 선비 벼슬아치들이 사가독서할 기회를 제공한 일입니다.『오례의(五禮儀)』·『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등의 도서편찬사업을 시행한 일입니다. 야인(野人)을 정벌하고 육진을 개척한 일과, 훈민정음을 창제한 사실이 대표적인 업적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효종대왕의 업적으로는 대표적인 대동법(大同法) 시행을 들었습니다. 조선의 임금 중에 세종과 효종은 역시 성군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목민심서』에는 많은 임금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백성을 위하고 민생을 돌봐준 대표적인 임금으로는 역시 세종과 효종을 많이 거론했습니다. 정조에 대해서는 너무 많아 생략합니다. 

 “세종12년에 임금의 명령이 내렸다. 사람의 오장(五臟)은 등[背]에 가까운데 관리들이 고문할 때 등을 쳐서 인명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는 등에 매질하는 법을 없애노니 어기는 사람은 엄한 죄를 주겠다.”라는 내용이「신형(愼刑)」조항에 있습니다. “세종12년에 명을 내렸다. 감옥에 갇힘과 채찍의 아픔은 사람들이 모두 괴로워하는 바이니 이제부터는 15세 이하와 70세 이상인 경우는 살인강도가 아니고는 구속하지 못하며, 80세 이상과 10세 이하는 비록 죽을죄를 범했다 해도 구속하여 고문하지 말고 사람을 불러 증거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하여 어린 사람과 노인에게는 고문과 구속을 하지 말라는 인권보호의 위대한 조치를 취한 임금이 세종이었습니다. 

「휼수(恤囚)」조항에, “효종 2년에 하교하기를 이 추운 계절을 맞이하여 얼어붙은 옥중에 갇혀 밥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니 내가 이를 측은하게 여긴다. 해당 관서는 옷을 지어주고 땔감도 함께 주도록 하라 하고, 각도에 알려 얼어 죽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죄수들을 보살피라고 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종과 효종의 왕릉을 찾아온 보람을『목민심서』를 읽으며 느꼈습니다. 그런 인도주의 정신이 가득한 어진 임금들이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습니다. 고문으로 생사람을 죽이고 고문으로 간첩을 조작했던 일이 얼마 전까지의 일인데, 5백 년 전에 세종의 고문폐지 주장이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요. 양광이 따스하게 쪼이는 봄날, 왕릉을 거니는 재미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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