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꽁꽁 빗장을 닫아걸고 국내 안정화를 꾀하는 중국, 4월이 되면서 슬슬 성‧시마다 각 학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소주시정부는 4월 13일에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 개학하고, 4월 15일에는 소학교 4, 5학년이 개학한다고 4월 11일자로 발표했다. (참고로 중국의 초/중/고등학교는 중국어로 소학교(줄여서 小学, xiǎoxué)/초급중학(줄여서 初中, chūzhōng)/고급중학(줄여서 高中, gāozhōng)이라고 부른다.) 시 직속 전문대(高职, gāozhí - 고등직업학교로, 3년제 전문대)는 4월 22~23일 나누어서 개학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1~3학년과 유치원, 특수교육학교는 개학준비를 계속하되, 등교일은 미정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의 고학년들이 학교 개학을 축하하며 만든 노래의 뮤직비디오. 각자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고도 기특하다. 화면 가운데 노래를 맡은 학생은 울림이 좋은 화장실 욕조를 무대로 택한 게 눈에 띈다.(출처: 유튜브)
딸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의 고학년들이 학교 개학을 축하하며 만든 노래의 뮤직비디오. 각자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고도 기특하다. 화면 가운데 노래를 맡은 학생은 울림이 좋은 화장실 욕조를 무대로 택한 게 눈에 띈다.(출처: 유튜브)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더 일찍 개학을 한 성‧시들도 있기는 하다. 4월 13일 현재 누계 확진자가 18명으로 중국에서 가장 빨리 개학한 청해성(青海省 - 중국 북서부 지역으로, 황하와 장강의 발원지)은 일반고와 중등직업학교는 3월 9~13일 순차개학, 중학교는 3월 16~20일, 초등/특수학교는 3월 25~31일 순차 개학했다. 누계 확진자가 147명으로 적은 편인 귀주성(贵州省 - 중국 남서부 지역으로, 가장 유명한 중국술인 마오타이주 생산지)도 고3, 중3 학생들은 일찌감치 3월 16일 개학했다. 기타 신장성(누계 확진자 76명), 운남성(누계 확진자 184명) 등이 3월 중하순 개학을 했다.

딸아이의 국제학교는 4월 7일, 최고학년인 13학년을 시작으로 하루에 한 학년씩 순차적으로 개학한다. 1학년은 4월 23일 개학하지만, 언제 돌아가 등교할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3월 27일을 마지막으로 종료 예정이었던 온라인 학습은 이번 주 재개됐다. 기습적인 국경봉쇄로 인해 각국에서 입국하지 못한 학생이 많아 이번 학기 내내 온라인 학습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3월까지 했던 온라인 학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매주 오전 화상 회의 앱인 ‘zoom’을 이용한 실시간 수업과 질의응답 시간을 정규로 운영한다고 한다. 두 달 간 악전고투하며 끌고 온 온라인 수업(이라고 쓰고 ‘부모 인내심 시험’이라고 읽고 싶다)이 드디어 끝났나 했는데, 한층 더 강화되어 다시 시작한다니 한숨이 나온다. 방학이면서 방학 아닌 이 시기도 언제쯤은 끝이 나겠지만, 그 전에 내 새치와 주름살이 못해도 1.3배는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개학 후 이전과 달라질 학교 풍경. 급식실에서도 1.5미터의 간격을 지켜서 앉는다고 한다. 학교에 다양한 소독 및 위생용품이 구비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출처: 학교 안내메일)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바로 투표권의 상실이다. 당초 이리 오래 한국에 발이 묶일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기에 2월 초순 재외국민 투표를 신청했다. 중국에 있었다면 4월 1~6일 이웃 도시인 상해로 가서 투표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입국자 14일 의무격리 정책과 소강상태인 중국이라 하더라도 아직은 이웃도시까지 가기 부담스러운 상황을 고려하면 3월에 중국에 돌아갔다 하더라도 투표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표일 한국에 있을 것이 명확하기에 귀국투표신고를 하려고 알아보았다. 귀국투표신고서를 작성해서 주민등록 해당 지역의 선관위에 신청하면 투표가 가능하지만, 사전투표는 불가하고 선거일 당일 투표만 가능하단다. 현재는 친정인 서울에 머물고 있고, 주민등록은 중국 가기 전 거주지인 지방으로 되어 있기에 투표를 위해 KTX를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 먼 도시까지 이동하기는 내키지 않았다. 사실 선거 자체가 안전을 위해서는 날짜가 미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 온 국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며 집에만 머무르기를 권하는 것과, 사람들이 그야말로 빽빽하게 밀집하는 투표의 강행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총 재외국민의 50%인 8만 5919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선거소 폐쇄로 강제적으로 선거권을 상실했는데, 국내의 자가격리자들에게는 선거 당일 격리와 부합하지 않는 외출까지 허가하면서 투표권을 보장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재외국민들은 몸만 해외에 있을 뿐 똑같이 세금을 내는 참정권자들이다. 단지 국내 자가격리자와의 차이라면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내 여론을 적극적으로 조성할 수 없다는 점, 그 이유 하나로 정치판의 셈법에서 빠진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자가격리자의 투표를 허용할 만큼 투표권이 소중하다면, 동일한 한 표의 무게를 가진 재외국민을 위해서도 우편투표가 됐든, 온라인투표가 됐든 어떤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

선거 당일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선거 연기 여론에 대한 뉴스는 접해 본 기억이 없다. 온갖 요청이 올라오는 국민청원은 어떨지 찾아보았다. 신기하게도 선거 연기에 대한 청원은 올 2월 1일 이후 단 두 건뿐이다. 일평균 800건 이상의 국민청원 건수를 고려하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건은 청원 동의 숫자도 아주 적다. 선거 연기의 후폭퐁(매몰비용과 정치적 음모론 등)도 만만치 않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처음 겪는 엄중한 전염병 사태를 맞아 그러한 것들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큰 가치일지 궁금해진다.

 

(좌/우 양쪽으로 나눠서 들어가도록 편집 부탁드려요^^)국민청원에 올라온 선거 연기 청원 2건. 4월 11일 현재 두 청원의 동의 숫자를 모두 합해도 140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선거 연기 청원 2건. 4월 11일 현재 두 청원의 동의 숫자를 모두 합해도 140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출처: 청와대국민청원 홈페이지)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류지연 님은 중국 소주에서 살다가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서울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