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김경배] 지난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의 미래통합당 참패를 둘러싸고 각 언론과 전문가들이 그 원인분석에 한창이다.

한국사회 전반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나 미래통합당 내 공천을 둘러싼 잡음, 황교안 대표의 거듭된 실언, 세월호 망언과 세대 비하 막말 등이 주요한 패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반대만을 일삼고 20대 국회를 '동물 국회'로 만든 책임이 여당보다는 야당에 더 있음에도 ‘정권 심판’을 요구한 미래통합당의 외침에 민심은 ‘야당 심판’으로 응답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미래통합당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맥을 잇는 정당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국정당의 변천사를 보면 진보색채의 민주당과 더불어 공고히 양당체제를 형성해온 우리나라 주류 정당이다.

과거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이념적 가치는 ‘안보’와 ‘자유시장주의’였다. 안보, 이른바 ‘반공’이라는 패러다임은 우리나라 산업화세대가 가지고 있는 이념적 신념이었으며 이후 ‘자유시장주의’가 ‘안보’라는 패러다임을 대신하는 가치였다. 여기에 ‘지역주의’까지 한몫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아직까지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보’색채가 강한 황교안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더욱이 황 대표는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 밑에서 국무총리직을 수행했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의 한 축이었던 공안검사 출신이었다.

산업화세대가 이미 한국사회 주류에서 물러나고 새롭게 80년대 민주화 세대가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미래통합당의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 부랴부랴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역할을 맡겼지만 김 위원장 역시 자유시장주의자임과 동시에 철새라는 인식이 퍼져있었다.

새롭게 주류사회가 변했음에도 아직도 시대적 착오에 빠져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함을 이번 선거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2년 후면 차기 대통령선거가 있지만 대선주자급 인사들이나 중진들이 대거 낙선함에 따라 마땅한 후보군도 없는 실정이다.

어찌어찌 내홍을 수습한다 해도 문제다. 이미 시대가 바뀌어 더이상 안보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세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자유사회주의, 또는 자유시민주의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현 586세대는 이른바 민주화 세대이다.

이들은 당시 혹독한 군부독재 시절과 민주화 시대를 동시에 겪은 세대이다. 이들이 사회 주류로 성장하였고 이들 세대에게 가치관과 세계관을 물려받은 그들의 후세들이 이제는 20·30세대가 되었다. 이들은 그러한 영향으로 인해 미래통합당에 더불어 비판적이다.

안보세대, 이른바 산업화세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민주화 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한국사회가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래통합당은 구시대에 머물고 있다. 미래통합당 역시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한다.

민주화 세대와 현 청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제안과 대안 제시를 통해 이들을 보듬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처절할 정도로 혁신과 변화를 모색하여야 하며 한발 빠른 세대교체 역시 필요하다. 언제까지 ‘꼰대당’이라는 비아냥 속에 스스로 안주하면 정당으로써의 존재마저 사라진다.

한쪽의 일방적 독주는 또 다른 부패와 탐욕을 가져온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을 보수, 정의당을 진보, 통합당을 수구 또는 극우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 현재 모습의 미래통합당은 전통적 가치를 안정적으로 보존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에 집착하고 현상 유지나 구체제를 격렬히 옹호하거나 지키려고만 한다. 이는 수구적 가치이다. 광화문광장의 태극기 부대가 이러한 모습이다. 여기에 매몰되어 현 여권과 상호 경쟁하면서 점진적 변화를 추진했어야 함에도 마땅한 대안조차 제시 못 하고 반대만 거듭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수많은 선거를 치러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 이미 586세대는 어느 정도 보수화됐다. 이제는 이들과 새롭게 한국사회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20·30세대를 품어야 한다.

뼈를 깎는 자아 성찰과 세대교체, 과감한 개혁 등을 통해 신보수의 길을 가지 않으면 미래통합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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