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용 춤사위의 멋과 귄
전통무용 춤사위의 멋과 귄
  • 박석무
  • 승인 2020.04.29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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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위클리서울=박석무]

음절에 맞추어서 사뿐사뿐 종종걸음 纖纖細步應疏節

망설이듯 가서는 기쁜 듯 돌아와서   去如怊悵來如喜

나는 선녀처럼 너울너울 앉으니        翩然下坐若飛仙

발아래 곱디고운 가을 연꽃 피어나네 脚底閃閃生秋蓮

19세의 청년 정약용이 경상도 진주에 가서 지은 “칼춤 시를 지어 미인에게 주다”라는「무검편 증미인(舞劍篇贈美人)」시의 한 구절입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며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

조지훈 시인의「승무」라는 시의 구절입니다. 

검무이건 승무이건, 춤이라는 예술이 이렇게 멋지고 깊은 맛이 담겨 있음을 이제사 느껴보는 자신이 참으로 짜잔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며칠 전 우리 시대의 춤꾼 이애주교수가 자신의 스승이었던 한영숙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판 벌이는 춤마당에 초청받아 함께 자리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무서워,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하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로 좌석까지 정해진 불편한 관람이었지만 ‘비나리와 사물’로 시작하는 노래와 춤판은 우리 모두가 숨소리를 죽일 수밖에 딴 도리가 없도록 우리를 무아지경에 빠지게 했습니다. 

‘학춤’의 재미에 빠지다가, ‘태평무’의 잔잔하고 단아함에 정신을 잃고, ‘살풀이 춤’의 너울거림에 처연한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이애주의 승무가 무대에 오르자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와 외씨버선의 발놀림에 우리는 넋을 잃고 눈만 뜨고 있어야 했습니다. 춤이란 이런 거로구나라는 생각에 모처럼의 설레임과 유쾌한 마음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노래와 춤, 본대부터 ‘가무(歌舞)’라고 불리면서, 노래가 있으면 춤이 있고 춤이 있으면 노래가 없을 수 없습니다. 가야금 거문고와 북 장고가 어울리고 피리와 대금이 제소리를 내면서 노래판과 춤판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는 순간마다 장관이 아님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에 다 밝았던 다산은 음악에 대한 고경(古經) 연구로『악서고존』12권을 저술하였고, 춤의 근원을 밝히는「원무(原舞)」라는 짤막한 논문을 남겼습니다. 다산은 춤이란 성공(成功)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성공을 상징하는 음악이 있기 때문에, 따라서 춤도 성공의 상징을 위해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태평무가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이라면 그만한 성공이 있었음을 상징하고,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춤이라면 효성과 공경을 바친 자식의 도리가 상징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춤에서『효경(孝經)』의 마음도 뭉게뭉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춤이라는 예술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공자가『논어』에 ‘예에 노닌다’라는 ‘유어예(游於藝)’의 참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없는 고유의 우리나라 전통무용은 현대무용에 밀려서 크게 빛나거나 환영받지 못했지만, 이번 축제의 주제인 ‘한영숙 춤, 역사 그리고 창조’처럼 한영숙선생의 창조에 힘입어 멋있고 아름다움의 지극함에 가까워졌고, 또 그분의 후학들에 의해서 전승 확대되면서 이제는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내 것, 우리 것들이 이렇게 아름답고 멋있음을 잊지 않으면서, 우리의 춤이 더 우리 모두를 안아주는 예술로 승화하는 일에 함께하기를 기원해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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