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탈세’ 백양백태

[위클리서울=김범석 기자] 국세청이 부동산 이상 거래와 관련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이와 관련 고가 아파트를 샀거나 비싼 전세를 얻은 사람 가운데 편법 증여 등이 의심되는 500여 명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이 중 일부는 돈 한푼 없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최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탈세 혐의가 확인된 51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수저’ 논란도 다시 한 번 부상할 전망이다. 각종 탈루 혐의와 관련 백양백태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국세청이 부동산 이상 거래와 관련 강도 높은 세무조사 의지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엔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편법증여 등 혐의가 있는 고가 주택 취득자 등 146명, 다주택 보유 연소자와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호화사치 생활자 60명, 법인 설립 및 자산 운용과정이 불투명한 소규모 부동산업 법인과 기획부동산업자 등 32명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합동 조사를 벌여 국세청에 통보한 탈루 혐의자 279명 등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탈루 혐의자 사례는 다양하다. 형으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싼값에 사고 모친에게 전세 임대한 30대 전문직 종사자가 있는가 하면 비상장법인 주식을 법인대표인 부친에게서 매입한 뒤 단기간에 얻은 차익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소득 없는 40대 등도 있다. 특히 자기 돈 한푼 없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사례도 91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금융 추적조사로 자산 취득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사업체는 물론 친인척, 관련 법인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의 탈세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방위’ 조사 예고

이번에 언급된 탈세 사례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다.

건설업자인 K씨는 토지를 매입해 오피스텔을 직접 신축하는 과정에서 토지와 건물을 미성년자 자녀인 J씨와 공동명의(50%)로 등기했다. 그리고 고액부동산의 지분을 편법증여하고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대업자인 P씨는 임대료 수익을 현금으로 관리하면서 뚜렷한 직업과 소득이 없는 연소자 자녀 O씨 계좌에 무통장 현금 입금을 하거나 지인과 거래처 명의의 계좌를 통해 D씨 계좌에 우회 입금했다. O씨는 한옥주택 등 다수의 부동산을 매입했으나 증여세 신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국세청은 탈세의심자료, 고가아파트 매매·전세 거래 및 호화사치 생활자 등을 분석해 다수의 탈루혐의를 발견하고 세무조사 중이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부동산 경기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현상이 반복되고, 법인 설립을 통한 편법증여, 특수관계자 간 거래 등 부동산 변칙거래를 통한 탈루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세무당국은 지난 2월 부동산 거래 과정의 탈세혐의자 361명에 대해 조사를 착수하는 등 2017년 8월 이후 탈루세액 4877억원을 추징해왔다.

국세청은 최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탈세 혐의가 확인된 51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 중에는 국세청의 자체 조사 결과, 가족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자금으로 서울·수도권 등의 고가 아파트를 사거나 비싼 전세를 얻은 것으로 드러난 146명이 포함됐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 부동산 거래 신고내용 합동조사' 후 세 차례에 걸쳐 국세청에 통보한 2천여건의 탈세의심자료(1차 532건·2차 670건·3차 835건)를 바탕으로 선정된 탈루 혐의자 279명도 조사 대상이다.

다주택을 보유한 미성년 자녀, 호화·사치 생활 고액자산가, 고가 아파트 취득법인, '꼬마빌딩' 투자자 등 92명도 자금출처 등에 대해 국세청의 조사를 받는다.

관계기관 합동 조사를 통해 넘겨받은 탈세 의심자 명단에는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거액을 빌렸다고 소명했지만 실제로는 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30대 직장인도 있었다.

비싼 아파트를 공동 취득했지만 실제로 구입 대금은 대부분 남편이 부담하는 방법으로 배우자에게 편법 증여한 부부도 있었다.

30대가 이른바 갭투자(전세를 낀 매입)로 고가 아파트를 사고 시아버지 소유 아파트에 고액 전세로 살면서 전세보증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경우도 존재했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부모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돈으로 서울·제주 등의 고급빌라·겸용주택 여러 채를 사들인 경우 등도 여전히 있었다. 미성년 자녀가 수도권 오피스텔·주택을 취득하면서 설정한 근저당 채권을 부친이 대신 상환한 경우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이들이 자산 취득에 사용한 자금의 원천·흐름을 파악하고,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사업체, 법인, 친인척 등까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전세 거래’도 검증

차입금을 바탕으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전세 거래한 경우도 증여 여부를 집중 검증할 예정이다. 원리금 상환이 자력으로 이뤄지는지 빚을 모두 갚을 때까지 철저히 관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국세청이 자금 출처 중 '차입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관계기관이 3차로 국세청에 통보한 탈루의심 사례의 전체 주택 취득금액 7450억원 가운데 차입금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의 편법 증여와 관련 “대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성실납세 의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특히 대표적인 사례들은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부친이 비상장 법인 대표인 40대 는 아버지에게 회사 주식을 싸게 산 뒤 비싸게 되팔아 거액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은 이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보고 현재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 30대도 친형이 소유한 고가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산 뒤 어머니에게 전세로 임대했다. 국세청은 이 30대가 어머니로부터 돈을 받아 형의 아파트를 산 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위장 전세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법인을 제외한 조사대상자 487명 가운데 30대가 233명, 20대가 53명으로 10명 중 6명(58.7%)이 ‘2030’이었다. 우리 사회의 ‘금수저 논란’이 확인된 셈이다. 40대는 122명, 50대 이상은 79명이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마치고 증여세 추징까지 마친 사례도 공개했다. 건설업자 한 사람은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토지와 건물을 미성년자 자녀와 지분을 절반씩 공동명의로 등기하는 수법으로 증여세 없이 자녀를 건물주로 만들었다.

또 다른 임대업자는 임대료를 현금으로 받은 뒤 무통장 입금이나 친·인척, 거래처 등의 계좌를 거쳐 자녀에게 송금했다. 증여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다. 자녀는 이 자금으로 한옥주택 등 부동산 여러 채를 사들였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자금원천이 사업자금을 유출하는 방식이거나, 친·인척으로부터 거액을 빌린 것으로 확인될 경우 사업체, 법인, 친·인척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세청의 집중 조사가 우리 사회의 ‘불법 금수저’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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