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볼모였던 교육, 상생적 혁신 통한 민주국가 이뤄야”
“이념의 볼모였던 교육, 상생적 혁신 통한 민주국가 이뤄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6.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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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제도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바뀌어 현장에 혼란만 초래했다. 장기적 안목에서의 정책과 혁신은 없다. 오직 점수로만 평가하는 수능과 내신제도 문제다. 학생들은 1~2점 차이로 장래 운명이 갈린다. 유치원 때부터 점수 따기와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실에서 아이들의 재능과 자질은 무시됐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식이 결코 만능은 아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많은 공부와 지식이 곧 지혜로 연결되지 않는다.”라고 갈파했다. 21세기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기반으로 한 4차산업 시대다. 과거에 지식이 지배한 이성 시대는 ‘두뇌’만 좋으면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재는 상상력과 창조성을 요구하는 ‘감성’ 시대다.

감성 시대는 두뇌로 따라가기 어렵다. 그런데도 교육은 여전히 ‘지식’에 갇혀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 된 데는 교사의 노고와 지식의 힘이 컸다. 한국인의 향학열 또한 세계 최고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4차산업 시대의 선진국들은 감성과 예술을 활용한 창조교육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우리의 교육체제는 별로 변한 게 없다. 혁신을 말하면 좌파로 몰았고, 일선의 교사들은 정치적 기본권마저 박탈당했다.

21대 총선에서 평교사 출신으로 당선된 열린민주당 강민정(姜旼姃, 58) 국회의원은 “과거에 교사들이 정당 후원금을 냈다고 1,500명이 재판을 받기도 했다. 교육감 출마 후보자의 공약을 수업 중에 말해도 선거법에 저촉됐다. 교육이 잘 될 수가 없다.”라며 어두웠던 교육계 현실을 지적한다.

강 의원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모의 선거교육을 추진한 교육계의 ‘잔다르크’다. 국회 밖에 있을 때부터 혁신 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을 주창한 그다. 21대 국회에서 어떤 일을 먼저 할 것인가를 물었다. “너무 많다. 그동안 정치권이 교육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고, 해결할 사안은 산적해 있다. 나에게 4년이란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것을 어떤 순서로 풀어야 효과적일까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에서 개혁의 의지를 느낀다.

“무엇보다 유권자에게 공약한 사학법개정과 정치기본권보장, 입시개혁을 먼저 할 것이다. 한 번에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우직하게 뜻을 이뤄 가겠다. 특히 입시개혁 차원에서 전국 9개 지방국립대 무상교육을 추진할 것”임을 피력했다.

강민정 국회의원을 여의도 당사에서 만났다. 진보 ‘교육개혁가’이자 ‘민주시민 교육가’인 그로부터 우리 사회의 과도한 학벌주의와 명문대 폐지문제, 교사의 정치참정권, 사학개혁, 국립대학 무상교육, 민주시민 교육, 초등학교 모의 선거교육 등을 들어 본다.

 

열린민주당 당선인 기자회견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 21대 국회의원으로서 최초의 평교사 출신이다. 교육계 현장에서 25년 가까이 몸담아 왔고 그런 경험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풀어 갈 것인지 소회와 함께 전해 달라.

▲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회 안에서의 교육개혁은 내 생애 계획에 전혀 없었다. 의원이 된 지금 새로운 영역에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또 교육계 평교사 출신의 유일한 여성으로서 정치권에 진입했다는 책임감 역시 크다.

물론 과거에 교육계 출신 의원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그분도 역시 교사였지만 평교사로서의 정체성보다는 교원단체 대표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했던 반면, 나는 교육현장에서 활동을 계속했었고, 현장교육 활동가로서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국회 밖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 역시 일종의 현장정치로 생각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정치권에 입문한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평교사 출신이 처음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내 뒤를 이어 다른 교육계 출신 의원들이 나올 수 있도록 문을 열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계가 워낙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지만, 정치적으로 잘 풀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크다.

 

-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국가와 개인의 명운을 결정 짓는 중요한 분야다. 그러나 아직 체감할 수준의 교육 혁신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 국가 예산 550조 원 시대에 교육예산이 5분의 1에 달한다. 국가 비중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지분이 그만큼 막중하다.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고, 향후 어떻게 교육을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가 전체의 방향을 잡아가고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갈 것인가 방향을 결정하고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교육은 경제처럼 그 결과가 당장 눈에 잡히지 않는다. GDP 같은 경제지표는 실시간 확인이 되지만, 눈에 금방 드러나지 않는 교육은 국가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과거에 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들이 정치사회개혁을 한창 하고 있었지만, 패전국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전면적인 개혁을 하지 못했다.

 

- 좀 더 설명해 달라.

▲ 그때 독일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교육개혁에 집중했다. 당시는 프랑스의 6.8 혁명이 세계 흐름을 바꾸는 역사적 운동으로 확대되던 때였다. 6·8혁명의 흐름 속에 있었던 나라 중에 전체주의를 허용했던 국민의 민주시민성 확립의 중요성을 깨닫고, 독일은 오히려 교육개혁에 ‘올인’하면서 결과적으로 사회적 토대가 가장 탄탄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효과를 보았다.

민주주의에서 교육이 가지는 중요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그런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교육이 가지는 사회적인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교육의 중요성에 부합한 사회적 대응을 잘하지 못했다. 단지 교육을 정치권의 선거전략 상 득표의 변수로 보는 정도로 가볍게 다뤄져 왔다.

 

-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도 중요하지 않은가.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서 어떻게 보나.

▲ 역사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도 있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정말 풍부하게 해준다. 인간이 살아온 총체적 과정들, 즉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게 역사 안에 담겨 있다. 수천 년을 살아온 인간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인간과 사회발전의 동력이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가에 대한 ‘메카니즘’ 같은 원리를 역사에서 자연스럽게 배운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하지 않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기본 본질이다.

또 다른 면에서 역사는 인간의 삶이 총체적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 왔고, 어떤 때 실패하고 어떤 때 성공하는지 이런 것들을 아주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사고(思考, Thinking)의 재료들을 제공해준다.

 

- 한때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로 진영싸움이 극렬했다.

▲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역사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교육은 과거 정권들의 정치적 합리화 수단으로 활용됐다. 군사독재 시절 역사교과목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오랫동안 왜곡돼왔다.

역사의식을 강조하는 교사들이 그 벽을 깨기 위한 노력을 엄청 많이 했다. 전교조 교사가 만든 역사교과서 등 나름대로 현장에서 역사교육을 통해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흐름을 극복하고 저항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과거 정권들이 국정교과서 사태 때 그런 치부가 가장 극렬하게 드러났다. 역사교육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들이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2회로 이어집니다.>

 

 

강민정 국회의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학 학사
전 중학교 교편생활 24년 6개월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북부지회 지회장
전 북서울중학교 혁신부장
전 서울특별시교육청 혁신교육지구 정책연구교사
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전 교육부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위원
전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회 위원
전 서울특별시교육청 혁신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현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열린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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