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교육계 출신 의원으로서 의욕적으로 펼치고 싶은 정책들을 꼽는다면.

▲ 너무 많다. 기존의 사회와 정치권이 교육문제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들도 산적해 있다. 나에게 4년이란 시간이 주어졌고, 보이는 문제들은 많은데, 이것을 어떤 순서로 풀어가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일단 먼저 해야 할 사안은 공약했던 세 가지다. 첫째 사학법개정이다. 이 법은 2005년 참여정부 시절에 한 번 실패한 쓴 경험이 있었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치권이 잘 다루지 않았고 기피 했던 사안이다.

최근에 교육부가 사학 문제를 개선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사학의 뿌리가 너무 깊다. 이제는 행정부 차원을 넘어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시점에 있다.

두 번째가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이다. 과거에 교사들이 정당 후원금 1만 원을 냈다고 무려 1,500여 명이 재판을 받기도 했다. 또 교사가 교육감 선거에 나온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에 대해 얘기하면 선거법에 걸리게 되어 있다.

지나치게 교원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제한했다. 이를 하루속히 해소하는 일이 교사의 참정권 회복 차원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긴요한 일이다. 교사들을 이런 식으로 제약하면 학교 교육이 잘 될 수가 없다.

왜냐면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옥죄는 상황에서는 교사가 ‘수업 중에 이런 말 하면 법에 걸리지 않을까’,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늘 이런 식으로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게 뿌리 깊게 내면화된다.

교사가 어떤 교육주제를 다룰 때, 다양한 자료들을 선별하는데, 이때부터 스스로 ‘셀프 필터링’을 하게 된다. 이것이 교육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교사의 정치적 신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되, 교실 밖에서는 교사의 정치기본권만큼은 보장해야 한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이름으로 기본권이 완전히 박탈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끝으로 입시개혁이다. 그동안 수많은 제도가 나왔지만, 오히려 개악된 현실이다. 무엇보다 지나친 입시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국 9개 지방국립대 등록금 면제, 즉 무상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학 다닐 때는 지방국립대학이 서울대학 못지않게 나름대로 사회적 인정을 받았고, 좋은 학생들이 입학을 많이 했다. 지금은 그게 다 허물어졌다.

 

- 사학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텐데.

▲ 대한민국 정치계는 교육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다. 졸업생과 동문, 사회의 중요한 인맥들의 저항이 극심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논의가 있었지만, 공전만 계속됐다. 그러나 시대는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로 점진적으로 가고 있다.

물론 80%에 달하는 사립대들이 장악한 현실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립대가 먼저 하면, 사립대도 분명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국립대를 개혁할 권한이 있으므로, 먼저 1단계로 지방국립대부터 무상교육을 하면 된다.

그러면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것만 제대로 정착되면 지방국립대 교육의 질이 훨씬 높아질 뿐 아니라, 위상도 높아져 첨예했던 입시경쟁도 누그러진다. 이런 효과성이 검증되면, 또 다른 새로운 단계로 나가는 길은 쉬워질 것이다.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공약 이외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 공약이 유권자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4년 안에 완수하는 게 어려울지 몰라도 이것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외에도 꼭 하고 싶은 일은 몇 가지 있다. 국회의원 되기 전에 시민단체 ‘징검다리 교육공동체’에서 활동하면서 학교 교육과정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모의 선거 체험교육을 하도록 했다.

모의 선거는 학생들이 실제로 출마한 후보를 놓고, 후보의 공약을 분석하거나 토론한다. 마지막 과정으로 학교 안에 기표소를 만들어서 직접 투·개표를 한다. 이런 교육적 활동을 통해 정당이나 선거제도 등을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이런 교육은 이미 미국과 독일, 덴마크 등 여러 나라에서 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라는 초등학교가 50여 년 동안 모의 선거를 해왔는데, 놀랍게도 학생들의 모의투표결과 적중률이 100%로 정확했다는 점이다. 단 한 번 틀렸는데, 트럼프 대통령만 빼고 모두 100% 맞췄다.

 

- 우리나라 현실은.

▲ 한국은 선거법상 투표가 종료되기 전까지 발표하면 안 된다. 모의 선거는 어떠한 법적 효력이 없음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미국은 선거 전에 발표한다.

어차피 아이들이 하는 모의 선거고, 교육적 차원에서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미국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선거 때만 되면 방송 등 언론사들이 이 학교 학생들이 하는 모의 선거를 경쟁적으로 취재할 정도다. 우리의 ‘출구조사’보다 더 적중률이 더 높을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선진국은 몇십 년 전부터 이미 하고 있지만, 우리만 시대에 뒤진 채 답보상태다. 시민단체가 2018년 지방선거 때부터 모의 선거교육을 진행했고, 올해 4.15 총선 때도 하려 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 학생 모의 선거교육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 2018년 당시 학생들과 같이 모의 선거를 해보니까 참여했던 아이들이 놀라운 소감들을 썼다. ‘나중에 커서 투표권이 생기면 반드시 투표하겠다’, ‘투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공약을 꼭 봐야 한다’ 등 선거와 관련된 공약들을 분석하면서 아이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관심이 깊어진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민주시민 교육이다. 민주시민에게 중요한 역할이 많지만, 그중의 하나가 ‘제대로 투표하는 유권자’다. 외국은 유치원 때부터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한다고 칠 때, 총선과 지자체 선거가 2년 단위로 하므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3~4번 할 수 있다.

이들이 졸업 후 귀중한 투표권을 얻게 되지만, 이런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교육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상당히 높여 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선관위가 못하게 했다.

모의 선거를 교육적 의미로 보지 않았고, 단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을 한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으로 모의 선거교육이 가능하도록 선거법 개정을 반드시 하겠다.

 

- 한국 교육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수능제도 어떻게 평가하나.

▲ 수능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다. 지금의 수능점수 219점과 218점을 놓고 볼 때, 불과 1점 차이로 학생의 운명이 극명하게 달라진다. 1~2점 차이로 아이들의 미래가 좌우되는 일은 너무 잔인하다. 수능제도는 철저한 점수 평가제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훈련된 점수제조기로 길러진다. 학교는 지식사회에서 무한경쟁을 가르치는 양성소가 됐다. 이런 배경에서 졸업한 아이들이 나중에 일류 대학이나 일류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건강한 일류 시민이 되기 어렵다.

위너(Winner, 성공자)가 된 아이들이나 루저(Looser, 낙오자)가 된 아이들 둘 다 많은 상처를 받는다. 물론 지식교육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지식도 중요하다. 옛날에는 학교가 지식을 배우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런 지식 중심 평가제도가 지금까지도 작동하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지식의 바다가 있다. 인터넷 시대에는 살아 있는 지식을 명확하게 선별하고 판별할 줄 아는 능력배양과 지식 활용능력을 키워서 뭔가 새롭게 창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 네트워크 소통능력이 중요해진다는 뜻인데.

▲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수평적 네트워크가 약화 된다거나 깨진다고 하지만, 온 라인 상의 네트워크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런 네트워크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네트워크는 선과 선이 연결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결국은 소통하는 능력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네트워크에 포함된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과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통이 곧 삶의 능력이 된다.

옛날에는 소통능력보다는 지적능력이 더 중요했지만, 지금은 사회변화가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른 프레임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듯 급변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역량을 갖추게 만드는 게 교육이다.

 

- ‘코로나19’가 바꾼 교육,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 지금의 수능 1~2점 차이로 당락을 결정짓는 방식뿐 아니라 아이들을 서열화하고, 계속해서 그런 틀 안에 가둬 놓는 교육방식은 근본적으로 해체되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계를 비롯해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현시대에 대한 성찰을 깊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단순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교육이 ‘온라인’ 시대를 맞아 근원적 재고가 요구된다.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성찰할 때다. 그런 문제를 포함해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에 하나의 큰 ‘아젠다’를 형성하고 이끌어 왔던 사람들도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특별히 교육에서의 성찰이 중요하다.

학교가 아이들의 점수를 올리는 곳,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곳으로 생각했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오래전부터 교육 혁신을 말하면, 아이들 학력이 떨어진다는 등 격렬한 비판이 심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서 그런 식의 비판이 여전히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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