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 콜센터 노동자의 극단적 선택…“직무 전환 뒤 따돌림·괴롭힘”
유족 “2018년10월 수리직→상담직 직무 전환된 뒤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직무전환 요구도 매번 묵살”
회사 “회사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호소 한 적 없어”

‘고 임균택 엔지니어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와 고인 유족들이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조·유족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하이텔레서비스에 촉구했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고 임균택 엔지니어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와 고인 유족들이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조·유족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하이텔레서비스에 촉구했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LG전자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 수리직군으로 7년 간 일해 오다 서비스업인 전화상담 업무로 강제 전환된 뒤 직장 내 괴롭힘과 직무 스트레스에 허덕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임균택 노동자의 산재여부를 두고 유족들과 회사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하이텔레서비스지회는 19일 서울 금천구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고 임균택 엔지니어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조·유족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하이텔레서비스에 촉구했다. 

㈜하이텔레서비스는 엘지전자의 비투비(B2B·회사 대 회사) 서비스와 고객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고인 임씨는 2011년 ㈜하이텔레서비스 광주센터에 출장 엔지니어(수리직군)로 입사했다. 그러나 2018년 일어난 교통사고 이후 고객 상담직 내근업무로 직무가 전환되고 광주센터 홀로 ‘엘지전자 제품에 대한 전화상담 업무’ 어려움을 호소해오다가 올해 3월 출근 후 돌연 반차를 신청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는 "고인은 사망 직전까지 회사에 본래 직군(기술직)으로의 직무변경을 요청했으나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 유족은 지난 6월 “가정사를 살펴볼 때 망인이 자살을 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반면, 직군 전환 이후 2년여 동안 망인은 회사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가족들에게 호소해왔고 원래 직군으로 보내달라는 요청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사측에 책임을 물었으나 사측은 “망인의 회사 생활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금속노조 하이텔레서비스지회는 19일 서울 금천구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고 임균택 엔지니어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조·유족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하이텔레서비스에 촉구했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금속노조 하이텔레서비스지회는 19일 서울 금천구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고 임균택 엔지니어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조·유족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하이텔레서비스에 촉구했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이날 자리에서 임씨의 유족은 "회사는 유족의 면담 요청을 단 한 차례만 수락한 후 추가적인 면담 요청은 일체 거절하고 있다"며 "사업장에서의 죽음에 대해 사측이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인의 형 임경택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죽기 3일 전 통화에서 ’자다가 눈을 뜨면 출근할 마음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너무 힘들다. 회사 문 앞에 서면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너무 두렵게 느껴진다’고 호소했다”며 “회사가 동생의 죽음에 대해 유족과 노조와 함께 진상조사를 벌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자리에서 유족이 공개한 임씨의 통화 녹음에는 임씨가 지난해 10월 동료직원에 “나 여기서 무슨 말하면 막 위로 이상하게 전해지고 아예 말도 안 해요. 사무실 출근 하잖아요. (오전)7시20분 되면 사무실 출근해요. 아침에 이메일 20분 동안 열심히 보고 사무실 나가요. 나 계단에 앉아 있다가 9시 2분 전에 들어와요. 말 듣기 싫으니까. 팀장이 오월에 나 찾아 온 이후로 이 사람들 하고 말 섞는 것 자체가 싫어요”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있다.

노조는 △개인·가정사에 문제가 없었던 점 △가족과 동료들과 회사생활에 대한 고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던 점△직무전환 요청이 묵살돼 온 점 등으로 볼 때 임씨의 사망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며 지난 12일 산재를 신청했다.

아울러 노조측은 이들은 고민의 사망에 대해 사측이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과 노동조합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텔레서비스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확인되지 않았고, 임씨가 직무전환을 요청하거나 회사생활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