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기후급변에 인류생존 긴박한데도 산업에만 초점 맞춘 ‘회색빛 그린’”
“그린뉴딜, 기후급변에 인류생존 긴박한데도 산업에만 초점 맞춘 ‘회색빛 그린’”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8.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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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일부 언론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 한겨레신문은 그린뉴딜이 생태와 환경은 없고, 경제만 강조한 ‘기후위기전략’ 축소를 지적했다. 또 민주당 미래전환과 케이(K) 뉴딜위원회 그린뉴딜 분과가 작성한 ‘한국형 그린뉴딜 종합대책안’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 초안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된 배출량 제로의 탄소 중립 ‘넷 제로’가 목표인데, 태양광 5GW, 풍력 2GW 등 7GW씩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 최종안은 2022년까지 연평균 4.5GW, 2023~2025년 연평균 5.5GW로 오히려 낮췄다.

초안은 또 2022년까지 32개 사업에 국비 45조 원 예산에 맞췄지만, 최종안은 2025년으로 3년 늘었고, 국비는 42조7천억 원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022년까지 공공-민간 건축물 제로 에너지와 그린 리모델링에 6조7천억 원을 잡았지만, 정부안은 1조8천억 원으로 줄었다.

 

- ‘그린’이 ‘뉴딜’에 가려지면 환경 후퇴 아닌가.

▲ 북유럽 핀란드만 해도 1990년에 탄소세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9년 후인 2029년에는 화석연료 완전 퇴출과 함께 2035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우리의 정책은 핀란드의 혁신적 환경 정책을 따라잡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의 2030년 20% 탄소 감축 목표는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문제가 긴박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산업 논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그린뉴딜’이라 말하기 어렵다.

이것은 관련 기관이 지금까지 해왔던 관료주의적 타성이 정책으로 도출된 것이고, 그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산업경제 시각에서만 평가하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 정치권도 결집하고 있다.

▲ 그린과 뉴딜은 모두 중요하다. 굳이 어떤 게 더 중요하냐 물으면 당연히 ‘그린’이다. ‘그린’에 대한 경제철학을 잘만 다듬어가면 ‘뉴딜’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지나치게 뉴딜에 매달리게 되면 ‘그린’은 점점 멀어진다. 그린이 뉴딜을 이끌어가야 한다.

종속되면 안 된다. 그린뉴딜에 대해 환경단체와 전문가, 언론이 누누이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가 자꾸 지름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가려는 것을 바로잡아 줄 여론과 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가 그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다.

여당 의원이 주축이 된 그린뉴딜 연구모임에 우원식-김성환 대표가 만든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 연구회’와 송영길 의원의 ‘기후변화와 그린뉴딜을 연구하는 의원 모임’, 심상정 정의당-박홍근 대표의 ‘그린뉴딜 국회의원 연구모임’ 등 3개 단체가 만들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들 단체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방향을 잘 잡아주기를 바란다.

 

- 국제기후변화 협약에 미온적인 한국이 ‘기후 악당국’으로 지목받고 있는데.

▲ 지난 7월 대통령이 재생에너지나 탄소배출을 발표한 그린뉴딜 선언이 있었지만, 한국의 탄소배출은 과거에 비하면 점점 나아지고 있다.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 기준으로 보면 훨씬 못 미친다.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너무나 목표가 낮다. 정부의 의지 부족에 대해 시민단체와 일부 환경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이 문제도 관료들이 늘 하던 관성에 의해서 흘러왔다. 말만 그린뉴딜이지 뉴딜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밝혔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 세계의 기후환경 정책에 변화가 올까.

▲ 지구의 탄소 배출제로는 사실 유럽 국가들이 선도했다. 미국은 늘 개발 위주로만 갔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산업구조는 다양한 군산복합체들이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바이든의 선언대로 과연 잘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좀 나을 거로 본다. 지금까지 국제 탄소배출이나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해서 미국이 미국다운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방해하고 훼방꾼 노릇을 했다.

미국이 11월 대선을 계기로 기후문제를 비롯해 세계의 각 분야에서 지도자적이고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국가로 갈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는 하나가 됐고, 기후문제 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고 있는 유엔이나 세계보건기구 문제를 미국이 나서면 쉽게 풀어갈 수 있고,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이런 부분들을 리드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 최근 유충이 나온 물관리 실태를 보자. 물은 국민 생활의 필수 공공재다. 전국 대도시 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면서 관리 부실이 지적됐다. 유충 발생 원인은.

▲ 수돗물에서 나온 깔따구나 유충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식수 안전문제다. 그게 지금에 와서 문제점들이 나타났지만, 일반적으로 물은 고도 정수를 한다. 물은 취수탑을 거쳐 침전지에 이르기는 과정에서 활성탄 여과지를 쓰는데, 여기서 냄새나거나 여러 불순물, 유해 화학물질 등을 걸러낸다.

활성탄은 탄소와 수소 성분 등이 있지만, 유기물을 거르는 과정에서 깔따구 등이 유입돼 마지막 공정 과정인 활성탄 여과지 위에 알을 낳거나 물 위에 떠다니던 알이 물밑으로 내려가 죽지 않고 부화해 벌레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에 잔류염소를 투입해 한 번 더 안전하게 물을 소독하지만, 물을 배수할 때, 유충이 함께 흘러나가 살아 있는 채로 가정에 유입이 된 것이다.

 

- 공정상 문제도 있지만 결국 인재 아닌가.

▲ 어쨌든 활성탄을 안 쓰면 물에서 일부분 안 좋은 맛이 날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지역은 깔따구 유충 유입을 막기 위해서 철저히 차단했지만, 인천 정수장들은 이런 관리가 잘 안 되어 문제가 드러난 것 같다.

환경부가 앞으로 수질 관리 기준을 더 높이고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깔따구 유충은 수질 기준에도 없다. 물에 벌레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이나 중금속 등에 대해 수질 기준을 더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과 깔따구 유충 검출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어떻게 보면 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일찍부터 정수장에 돈과 인력을 더 투입해서 그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서 미리 여러 가지 밀폐시설을 만들어야 했다. 이제야 그렇게 하겠다는 거다. 결국은 활성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그렇다고 활성탄을 없애면 물의 질이 떨어진다.

예산이 더 들어가더라도 개선해야 한다. 또 상수도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공무원 중에서도 좀 우수한 사람들이 선발하며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수도 관련 업무는 대다수 공무원들이 싫어하는 기피 분야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관리가 소홀해진 부분도 있다.

 

- 취수원 물 오염이 심했나.

▲ 물이 심하게 오염되면 소독약을 쓰지 않고 오존처리를 한다. 영산강 몽탄 정수장이나 낙동강 하류에 있는 정수장 등은 유럽에서 많이 쓰는 오존처리 방식을 쓴다. 염소가 문제가 된 것은 1991년에 트리할로메탄(THM) 사건이 있었는데, 염소가 물속 유기물과 화합반응을 해서 클로르포름이나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등 트리할로메탄이 발암물질로 거론되면서 문제가 됐다.

트리할로메탄을 줄이려면 처음부터 유기물질이 거의 없는 1급수인 원수(原水)를 써야 한다. 그래도 염소를 쓰는 것은 물속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병원균을 살균하기 위해서다. 또 마지막에 수돗물을 가정으로 공급할 때 약간의 잔류염소를 넣어서 내보낸다. 왜냐면 수도관을 타고 흐르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어서 이것을 막기 위해서다.

 

- 안전한 물 생산을 위한 전문직 공무원 장기근속자 우대와 승진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과거에는 공무원 비리가 많았다. 한 분야에 오래 근무하면서 기자재 납품 비리라든지 이권과 관련한 부정부패가 만연한 적이 있었다. 이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한 분야 장기근무를 막았고, 이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이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그런 이유로 한 분야에 오래 있으면서 경험을 쌓을 만하면 다른 곳에 전근되는 일이 빈번하다. 물관리 분야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공무원 급여도 많이 올랐다. 부패도 상당히 줄었다.

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분야다. 물을 다루는 분야의 공무원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키우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사제도와 장기근속자 우대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과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에 이어 중국의 흑사병도 우려된다. 어느 때보다 국민 보건과 사회적 안전문제가 중요해졌다. 코로나와 국민안전에 대해 정부와 시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한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일부 종교단체에 의한 특수한 감염 확산 문제가 있었지만,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 극복해냈다. 보건당국이 사스와 메르스를 겪으면서 전국적인 진단용 키트 의료도구 보급정책을 통해 이전부터 구축해왔던 부분도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적용으로 검사비용 부담을 없앴고, 누구든 의심스러우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을 수 있었다. 의사가 의심스럽다고 진단하면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했다. 검사도 2월부터 아주 빠르게 시작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우리보다 1개월 더 늦게 하는 바람에 사람과의 감염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았고 코로나가 더 빠르게 퍼졌다. 자유분방하고 통제가 어려운 유럽이나 미국인과 달리 K 방역이 성공한 것은 우리 국민이 정부 방침을 헌신적으로 잘 따랐기 때문이다.

마스크 쓰고 손 씻고 모임 갖지 않기 등을 잘 지켰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내도 한계가 있다. 이제 6개월을 넘었지만 이런 상황이 1~2년 더 간다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젊은이들이 ‘걸릴 테면 걸려라’라는 식으로 갈 우려도 크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국민 생활 스타일 변화와 사회적 문제들이 돌출될 수 있다. 관건은 방역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달렸다.

일본만 해도 방역 통제가 잘 되고 있지만, 아베 정권이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와 경제 하락을 우려해 자국민에게 ‘여행을 가라’는 등 지지율 방어에만 매달리는 정치적 무리수를 두면서 오히려 국민 불신만 키웠다.

일본인들은 경제보다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든 백신이든 물이든 국민안전과 직결된 중대 사안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관련 예산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 국민 생활과 밀접한 물관리나 환경, 보건 등 해당 분야에 국가가 나서서 안전과 건강관리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얼마나 더 잘하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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