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무릎 사과, 여야 지지율 역전
통합당 내 유일한 존재감 과시
당무감사…피의 숙청 이어질까?

[위클리서울=김경배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향후 그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보수정당 대표가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로 잠시나마 여야 지지율 역전을 이끌고 새 당명과 정강정책 개편, 코로나19 사태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등 야권 내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로 인해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가 대권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김 위원장 거침없는 광폭 행보…5.18 무릎 꿇은 첫 보수정당 대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보수정당 대표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 10일 전남 구례군청을 찾아 김영록 전남지사 등에게서 수해와 복구 상황을 전해 듣고 수해 현장을 찾았다. 당초 예정에 없던 구례 방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제안해 갑자기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에 발맞추어 통합당 지도부는 13일 전북 남원 집중호우 지역을 찾아 피해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운천 국회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과 당원 등 300여 명은 이날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피해 복구 활동을 거들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민주당은 혀를 찔렸다는 반응과 함께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쏟아내며 일제히 김 위원장 때리기에 나섰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밀린 과제를 하듯이 선거 전략으로 하는 사과"라고 폄하했다. 여야 지지율이 역전된 가운데 김 위원장에 대한 위기감이 발현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 2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만나 코로나19 확산세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23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나 파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예상 못 한 김 위원장의 행보에 민주당은 당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며 김 위원장의 존재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외연 확장 중도정책…통합당 한때 여론조사 지지율 역전하기도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외연 확장을 위한 중도정책의 일환이다. 통합당은 최근 중도층 포섭을 위해 다방면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비대위 산하에 약자와의 동행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당 '1호 정책'으로 기본소득 이슈를 띄웠다.

또 정강정책 개정안에는 국회의원 4연임 금지안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으며 4차 추가경정예산과 2차 재난지원금의 필요성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무조건 반대' 이미지의 야당에서 탈피해 국정을 이끌어 갈수 있는 수권정당이라는 인상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당의 전통 지지층이었던 극우세력과도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8.15 광화문 집회에 나갔던 통합당 측 인사들에 대해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 무시해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5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소위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과 통합당은 다르다"면서 강경보수 세력과 선 긋기에 나섰다.

야권 연대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적극 나서고 있다. 통합당 탄생이 황교안 전 대표의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전 의원의 새로운보수당, 이언주 전 의원의 전진4.0 등의 보수 통합이었다면, 내년 보궐선거를 위해 중도보수 성향의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이다.

중도보수 성향의 국민의당과 손을 잡아 '극우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함과 동시에 극우 보수와의 결별 수순을 밟으며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주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야권 연대' 러브콜을 보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경우도 문재인 정권이 대단히 잘못하고 있고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점은 저희와 생각이 같다"며 "언제나 같이 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의견을 밝혔다. 이제 선택은 안 대표나 국민의당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야권 연대'의 장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서울시장이든 대통령 선거든 통합당과 통합된 경선이 되면, 안 대표가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지지세력에 통합당 지지세력까지 합치면 확장력 있고 훨씬 더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 당무감사…김진태 민경욱 등 피의 숙청 이어질까?

오는 9월 서울·부산·경남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통합당의 당무감사도 관심거리다. 이번 당무감사는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91%가 넘는 231곳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사퇴 등을 이유로 공석이 된 22곳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새 당협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원외 당협위원장이 있는 지역구이다. 21대 국회에서 통합당의 현직 지역구 의원은 84명으로 모두 당협위원장이다. 이들 지역구를 빼면 원외 당협위원장이 있는 147곳이다. 이들 원외 당협위원장에는 김진태 전 의원(춘천)과 민경욱 전 의원(인천 연수을), 유정복 전 인천시장(인천 동남갑)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지난 8.15일 광화문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강경 보수파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당무감사가 지역 당원협의회 컨설팅 등 당 재건에 그치지 않고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의 여부이다.

이와 관련, 이양희 통합당 당무감사위원장은 28일 일부에서 제기되는 당협위원장 일부 교체설에 대해 "전혀 금시초문"이라며 "생각도 안 하고 있고 논의될 단계도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번 당무감사를 통해 강경 보수파에 대해 일정 부분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지난 8.15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강경보수·극우’ 진영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세력에 대해 “심리 진단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비판했고, 하태경 의원은 “썩은 피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가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는 당 정책과 맞물려 이들 강경 보수파에 대한 인적 쇄신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존재감 커지는 김종인…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변수로

이처럼 야권에서의 김종인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마땅한 대표주자가 없는 야권의 상황을 방증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후보에서 빠지면서 통합당 소속으로 나설 수 있는 대권 주자 중 현재 거론되는 인물의 지지율은 1~3% 도토리 키재기에 그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지난 20∼22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후보 지지도·적합도' 조사 결과, 직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3%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통합당 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2%, 황교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은 1%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범보수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그나마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지만 그래 봤자 4% 지지율에 불과했다.

이는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24%)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22%)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결과다.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자세한 개요는 NBS·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따라 ‘김종인 대망론’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빠진 자리를 차지할 듯"이라며 "그 연세에 왜 또 통합당에 갔겠냐"며 "딱 하나 '대선출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평소 김 위원장이 '당내 대선 주자가 없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오히려 통합당 당선주자들의 싹을 미리 자르고 있고 당내 정적을 미리 자르고 있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바보야 아직도 모르겠니"라며 "바보들아 통합당 대선후보는 이미 김종인이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1940년생으로 나이가 많다는 점과 당내 자기 세력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여야를 오갔던 정치 행보도 ‘기회주의’로 공격당하고 있다.

실제로 민경욱 전 통합당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통합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어디서 굴러먹던 하태경, 김종인 따위가 당으로 들어오더니 나더러 극우라고 한다”며 “좌파인 너희들 눈엔 그렇게 보이겠지. 정통 우파 미래통합당 당원들이 말랑말랑하게 보이지”라며 반발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향후 행보는 통합당의 내년 재보궐 연착륙에 모아진다. 이와 관련,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들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지금은 대선 후보군으로 안 보지만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에는 좀 달리 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 의원은 "당장은 보수 진영이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본인은 지금 생각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재차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결과 보고 한번 보자. 지면 김종인 위원장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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