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중국 공항 소독모습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중국 공항 소독모습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9월 8일 오전, 중국이 코로나19 퇴치에 기여한 유공자들을 대규모 포상하는 행사를 통해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중국에서는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일까? 중국 내에서 돌아다니는 건 정말 안전한 걸까? 명확한 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거리와 상점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적어도 ‘중국 내는 안전하다’는 분위기, 중국인들의 믿음이 널리 퍼져있는 건 사실이다.

얼마 전 마스크를 쓰고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한국인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한국은 요즘 위험하지 않냐며, 중국에 온 지 얼마나 됐냐고 묻는다. 차마 6월 말에 들어왔단 이야기는 못하고 작년에 왔다고 했더니, 중국은 비교적 안전하니까 나에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한다. 굳이 실내에서 마스크 벗기를 권하니 참 난감하다.

또한 가을학기 어학당은 온라인 수업으로만 진행한다고 일찌감치 통보했던 소주대학교는 8월 18일자로 대면 수업도 개설하는 걸로 방침을 바꿨다. 현재 중국에 있는 유학생과 유효한 비자를 소지한 일반인, 중국에 오기 위해 학생 비자 발급이 신청 가능한 유학생이 대상이라고 한다. 입국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 학생 모집 상황을 보니 확실히 이전보다는 숫자가 적긴 하지만 대면수업이 개설됐다는 의의가 크리라.

 

작년 국경절을 맞이해 달아 놓은 국기 현수막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그런가하면 8월 14일 정상적으로 개학해서 셔틀버스 탈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아니었던 아이의 국제학교는, 중국 학교들의 개학(중국은 9월에 새학기가 시작된다)에 맞춰 내려온 교육국 방침에 따라 다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9월 7일자로 학부모들의 교내 출입이 금지되고,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가깝게 접근할 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단다. 대부분의 학교 행사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취소될 걸로 보인다.

웃긴 점은 교내 출입 금지 직전인 지난 주 목요일 각 반 학부모 대표 모임을 가졌는데, 열다섯 명 정도 둘러앉은 작은 회의탁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지각을 해서 마스크를 쓴 채로 입장한 필자는, 회의탁자에 앉아 분위기를 보고 슬그머니 마스크를 벗었다.

다른 국제학교 지점들(상해와 북경)은 아직 학교를 열지 못했단다. 소주에서 처음으로 열어서 등교하고 있는 거라, 더 조심하고 신경 써야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시’에서 ‘가까움’의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 교내에서 마스크가 필수가 아닌데 과연 감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 그 정도 수준으로 방역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이들은 침방울이 이리저리 튀는 음악시간 리코더 연주부터 주 2회 수영 수업까지 변함없이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데 말이다.

한편 중국 최대의 이동시기인 국경절(올해는 10월 1일부터 10월 8일까지)이 다가오는데, 소주의 일반(로컬)학교에서는 소주 바깥으로의 여행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국제학교에서는 학교 내부 규정은 없지만, 위험 지역으로 여행 갔다 돌아올 시 14일 격리가 필요할 수 있으니 여행 전에 반드시 중국 정부의 위험 지역 공지를 참고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가정들은 타 도시로 여행 계획을 세운 곳이 적지 않아 보인다. 영어 또는 불어 가이드를 제공하는 소주의 한 지역 여행사에서는 국경절을 맞아 계림(4박5일), 운남(7박8일) 등 비교적 먼 지역으로 떠나는 단체여행상품을 판매 중이다.

 

소주대학교 안 가로등에 붙은 국기 현수막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소주대학교 안 가로등에 붙은 국기 현수막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물론 교내 방역 강화나 타 지역 여행 금지 등의 조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서 만일을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선제적 조치들의 고무줄 적용에 의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비가 된다면 다가오는 국경절이 올 초 춘절처럼 기폭제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증가하는 환자 수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든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감과 고단함은 나도 몸소 5개월간 체험했기에 알고 있지만, 여름을 보내면서 몇몇 중요한 시기에 정부에서 너무 느슨하게 신호를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외식지원금부터 여행지원금,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이른 축배가 아니었나 싶다. 스스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다수에 반해 일탈하는 소수는 언제나 있지만 ‘괜찮다’는 분위기 조성에 정부도 분명히 한 몫을 거든 셈이다.

6월에 중국에 재입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7월 말까지 재입국이 불가하면 이산가족이 되더라도 그냥 한국에 자리 잡고 복직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지 했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이 지금처럼 엄중해져 학교며 유치원이 다 문을 닫는 상황인 걸 보니, 나 혼자 한국에 있었으면 어디 다니지도 못하는 아이를 두고 회사를 어찌 다녔을까 눈앞이 아찔하다.

우리나라도 추석이라는 민족 대이동의 큰 고비를 앞두고 있다. 정부에서 가급적 이동 자제를 권장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의 제한은 분명 경계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코로나19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계속 늘어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모두의 결단이 필요하다. 명절이야 언제든지 돌아오지만, 코로나19로 잃게 될 건강이나 생명은 돌아오기 어렵다. 이 시기가 지지부진 길어질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고단함이 점점 더 커질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아무쪼록 다가오는 10월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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