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동국대학교 겸임교수)-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대한민국은 에너지 과소비국이자 탄소배출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악평을 받고 있다. 에너지도 100% 수입한다. 산업화에 따른 석유와 석탄, 원자력 에너지가 주력산업이 됐지만, 극심한 환경오염과 에너지 양극화를 만들었다. 에너지 소비도 OECD 평균 에너지 소비를 넘어 일본과 독일을 추월했다. 이제는 미국의 에너지 소비와 맞먹을 정도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고, 유럽 등 국제사회가 ‘탄소 감축’을 통해 ‘지구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위기의식이 없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지구 온도가 심상치 않다. 몇만 년 흘러야 4℃ 정도 오르던 기후가 산업화 100년 만에 1℃씩이나 올랐다. 미국과 호주는 대형산불이 빈발하고 중국도 대홍수로 홍역을 치렀다. 러시아의 영구동토층이 녹는가 하면, 한국도 3차례 태풍과 집중호우로 도시와 농촌이 초토화됐다. 탄소배출이 문제다. 지구는 이제 산소호흡기를 단 중증 환자와 같다.

병든 지구가 본래 자리로 회귀하려는 자가 치유의 몸부림 과정에서 인류는 기후재난을 당할 수밖에 없다. 지구가 무거운 경고장을 보내고 있지만, 자본과 정치가 외면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향후 30~40년 안에 탄소배출 ‘제로’를 이뤄내지 못하면 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국이 될 전망이다. 기후변화는 에너지 양극화와 빈곤층을 양산했다. 최근에는 아시아권에서 코로나 난민과 기후난민, 에너지 빈곤층이 급증했지만, 이들에 대한 국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년 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일하면서 미래 기후 문제가 대두될 것을 예지한 에너지나눔과평화 김태호(52) 대표는 “지구는 친환경 자연 에너지를 원한다. 인류는 지나친 탄소배출로 지구를 죽이고 있다. IPCC(기후변화 협의체)가 지구 ‘1.5도’ 유지와 이산화탄소 배출 45% 감축 등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5℃ 최종 전략’ 청사진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태양과 바람’이 지구를 살릴 최후 처방임을 강조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무공해 순수 에너지다. 저희가 세운 21개의 ‘나눔발전소’도 태양 빛을 통해 만든 전기를 판매해 얻은 순익금 전액을 국내외 에너지 빈곤층에 지원하고 있다.”는 ‘자연 에너지 전도사’의 말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듣는다.

환경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20년 전 전기가 없어 촛불을 켠 채, 공부하다 화재로 안타깝게 숨진 중학생을 보고 에너지 빈곤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는 그의 결연한 뜻은 2016년 ‘그린 애플 어워즈(The Green Apple Awards)’와 2017년 ‘그린 월드 어워즈(Green World Awards)’를 받는 영예를 안게 했다.

김태호 대표를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햇빛’ 에너지 선구자로서 세상에 빛과 희망을 전하는 그로부터 태양광 ‘나눔발전소’와 탄소배출, 지구온난화, IPCC 기후보고서 지구 온도 1.5도 문제, 한반도 기후변화, 기후재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재생에너지, 그린뉴딜 등을 심층적으로 들어본다.

 

- 최근 지구온난화로 대형산불과 홍수, 태풍이 빈발하면서 기후난민과 에너지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오래전 유엔환경계획(UNEP)에 있으면서 미래의 최대문제로 기후 문제를 예측하고 ‘나눔발전소’를 세워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앞장서면서 그 수익금으로 국내외 에너지 빈곤층 지원사업에 주력해왔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빈곤층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활동 현황을 알려달라.

▲ 오늘날 ‘에너지’는 인류에게 필요한 의식주와 함께 삶의 필수재가 됐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가정 경제가 어려워 꼭 필요했던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었던 가구가 많았고, 요금 미납으로 전기가 끊긴 집도 허다했다. 당시 광주의 한 결손가정에서 중학생이 촛불을 켜고 공부하다 화재가 발생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에너지 빈곤이 부른 참사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을 목격하면서 가난해도 에너지에 있어서 지장이 없는 에너지의 사회적 형평성에 기여하기 위해 에너지나눔과평화(www.energypeace.or.kr, 이하 에너지평화)를 설립하고, 태양광발전소인 ‘나눔발전소를 설치해 그 운영 순익의 100%를 빈곤층에 지원해왔다.

2013년 처음으로 송파구와의 협치를 통해 200kW급 나눔발전소를 설치하면서부터, ‘불가리아 나눔발전소’와 ‘서울 나눔발전소’ 등 공익형 나눔발전소를 연이어 세웠다. 나눔발전소는 말 그대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해서 생긴 수익금을 빈곤층 지원에 사용한다.

‘에너지평화’는 지금까지 총 21기에서 7MW(메가와트) 태양광발전소를 전국에 설치했고, 10년간 총 30억 원을 빈곤층에 지원했다. ‘나눔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량은 현재 50,847,413kWh에 달한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아 왔고, 23,708t의 온실가스저감 효과를 거뒀다.

‘나눔발전소’는 비영리단체가 외부의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직접 벌어 빈곤층을 지원하는 특이한 구조이다. 물론 이를 지원해줄 관련 법률도 없기에 최초다.

 

- 감염병과 기후변화로 에너지 취약가구가 늘었는데.

▲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노동환경이 어려워지고, 계절적 기후재해가 겹치면서 저소득 계층도 증가했다. 에너지평화는 그동안 이들에게 냉방용품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전자 나눔발전소’ 1~3호 태양광발전소에서 발생한 495kW의 전력을 판매한 순익 2,500만 원을 계절 변화에 취약한 서울 시내 저소득 800가구에 긴급 지원하였다.

그뿐 아니라 다른 나눔발전소에서도 2억 원 이상을 빈곤층에 지원하였다. ‘삼성전자 나눔발전소’는 2018년 삼성전자 임직원이 기부한 성금으로 설치하였기에 삼성전자라는 말을 붙였다. 여기서 생산한 전력 수익금은 오는 2038년까지 매년 5천만 원, 총 10억 원을 저소득층 지원사업에 쓸 예정이다.

 

- 나눔발전소가 ‘에너지 희망사회’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 에너지평화는 삼성전자 나눔발전소 3기를 포함해 총 21기의 나눔발전소 7,005kW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발전소 운영수익 30억 3천만 원을 기후변화 취약국가와 국내 취약계층 39,980명에 지원해왔다.

또 ‘햇빛’ 전력 생산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도 컸다. 무려 소나무 286만 그루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23,708t과 맞먹는 양을 감축하였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기업들의 후원과 기부가 줄어들면서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나눔발전소의 나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때문에 평화적 나눔이 흐지부지되면 안 된다. 자칫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이 제2의 코로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눔발전소는 이런 위기를 넘는데 큰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하고 싶다.

 

- 1996년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에 있을 당시부터 기후변화와 탈원전 등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바람과 태양’을 강조했는데.

▲ 1996년에서 1999년까지 3년 정도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에 근무하면서, 미래에 가장 큰 문제가 환경 이슈가 대두될 것이라 보았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 기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최초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는 등 총회가 개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후 문제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때의 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방출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가 목적이었다. 그러면서 풍력과 태양광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탄소나 매연 등 어떠한 오염원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모든 인류에게 유익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매료됐다.

이것이 나에게 인생을 걸만한 충분한 가치를 주었다. 또 자연 에너지인 ‘태양과 바람’을 통해 저소득 계층에 에너지 제공의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걸어온 길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오로지 한 길로만 걸어왔다. 나눔발전소는 지금까지도 나 자신뿐 아니라, 빈곤한 계층에 일용한 양식을 지원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37억 명이 거주하는 아시아-태평양권 지역도 경제적 빈곤이 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 태양광 에너지발전소 설치와 아동⋅청소년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는지.

▲ 몽골이나 베트남, 인도 등 국가들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도 기후변화 취약국가로 지목받았다. 우리가 해외 지원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중요하게 검토하고 준비하는 게 복지생산성과 더불어 지원한 제품의 사후관리 여부이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가이다.

또 취약국가의 자라나는 아동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은 결국 해당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지원이다. 즉, 아동 청소년의 복지비용은 소멸이 아닌 생산 가치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단체는 해외지원의 주된 수혜층을 아동·청소년에 할당한다. 이와 유사 맥락에서 그런 이념을 통해 지금까지 몽골,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 국제사회로부터 탄소배출 악당국가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민간환경외교’를 하고 있는데.

▲ 베트남은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의 경제적 피해를 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국가이자 기후변화 주범국 중 하나인 한국이 베트남 같은 기후변화 취약국가를 지원하는 것은 ‘생태적 빚’을 갚는 것과 같다.

해외지원사업은 베트남 등 아시아 기후변화 취약국가를 대상으로 아동⋅청소년을 위한 재생에너지 지원사업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더불어 교육복지를 확대하여 이들의 자라나는 힘으로 국가 간 빈부격차를 줄이도록 하는 평화 메시지도 담겨있다.

베트남 지원사업은 해당국의 외교부, 교육부 등과도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우리의 사업이 실효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평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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