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3세 경영시대 시작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6년여 간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세 경영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삼성그룹의 역대 총수들이 한국 경제의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온 만큼, 새 수장이 될 이재용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지난 25일 서울삼성병원서 별세…향년 78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후 자택근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6년 만인 지난 25일,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1942년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특히, 1993년 신경영선언을 통해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삼성의 기틀을 닦았다.

이 회장은 삼성가 분할이 거의 완료된 뒤, 삼성전자 임원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작심발언으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품질경영, 디자인경영 등으로 대도약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1987년 1조원이던 시가총액을 2012년 390조원대로 40배 성장시켰고 총자산 500조원의 외형을 만들었다.

2006년 글로벌 TV시장에서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을 따라잡고 스마트폰시장 1위를 달성했다. 아울러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해 20여개 품목의 글로벌 1위를 일궈냈다.

 

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 당시 이건희 회장.
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 당시 이건희 회장 ⓒ위클리서울/ 삼성전자 제공

본격 시작된 ‘이재용 시대’…리스크 ‘탈압박’ 관건

고 이건희 회장 별세로 지난 6년여 간 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3세 경영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경영 핵심 기조를 포함해 이미 그룹 곳곳에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이식됐지만 지분 상속을 포함한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는 그 의미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6년간의 고 이건희 회장 공백과, 그룹 수사 및 재판 리스크 등으로 이재용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역대 삼성그룹 총수들은 하나같이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를 주도할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을 받는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삼성을 국내 대표기업으로 키우면서 1세대 기업가 정신의 모범을 보였고,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스마트폰·TV 등 주요사업에서 글로벌 1등 DNA를 심었다. 총수마다 시대적 과업을 달성한 만큼 3세 경영의 문지방에 발을 걸친 이 부회장의 책임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2014년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이후 보여준 경영철학은 '실용·실리'로 요약된다.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하고, 미국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기업 하만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은 이재용 시대 삼성이 가질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18년 삼성이 제시한 4대 성장동력 청사진에서 향후 사업개편 작업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바이오,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5G(5세대 이동통신) 등이 포스트 반도체 전략으로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성공한 고 이건희 시대처럼 이재용 시대를 정의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포스트 이재용 시대의 삼성에 대한 고민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걸 분명히 약속드린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만큼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 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환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클리서울/ 삼성제공
이재용 부회장 지난 10월 19일 베트남 현지 사업점검 ⓒ위클리서울/ 삼성전자 제공

상속세만 ‘10조원’…삼성 경영권 승계 관건

한편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도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등을 모두 상속하려면 상속세가 10조원을 넘는다.

상속세법령에 따르면 주식 상속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최대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일 경우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 2251억원 수준이다. 이 회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회장은 이들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다. 모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다.

주식 상속세 총액은 평가액 18조2000억원에 20%를 할증한 뒤 세율 50% 세율을 곱하고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10조6000억원이다.

상속세 기준이 되는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실제 세액은 앞으로 2개월 동안의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식 외에 부동산 등 다른 재산에 대한 상속세 세율은 50%가 적용된다.

상속인들은 상속세 총액 가운데 상속 비율만큼 납부하게 된다.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면 연이자 1.8%를 적용해 첫해에 6분의 1 금액을 낸 뒤 나머지 상속세를 5년 동안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