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18회] 홀리데이2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열여덟 번째 이야기.

 

내 최고의 여행메이트인 동생과의 여행 시작은 언제나처럼 신났다.
내 최고의 여행메이트인 동생과의 여행 시작은 언제나처럼 신났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The present is a present. 현재는 선물이다. 너무 유명한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에게 내일이 있고, 미래가 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이 있고,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 했으면 내일 해도 된다. 그런데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같을까? 그리고 정말 모두에게 내일이 있을까?

워킹홀리데이는 미룰 수가 없다. 몇 번을 말했듯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만30세까지만 가능한 비자이기 때문이다. 31세 생일이 지나면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물론 홀리데이는 언제나 갈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 순간은 한 번뿐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할 수 없는 일이 후회하는 일을 돌이키는 것,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모든 순간은 그냥 순간이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도 1분 1초가 지나가고 있다.

 

더이상 감정적인 손해까지 보기 싫었던 우리는 인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구입 한 후 바로 달렸다.
더이상 감정적인 손해까지 보기 싫었던 우리는 인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구입 한 후 바로 달렸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캘거리에서의 하루 일정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바로 자연으로 달렸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결혼기념일, 부모님 생신 기념 여행, 대학 동기들와 졸업여행, 고생한 나에게 주는 휴가, 이민 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로 떠나있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등등 말이다. 제각기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고,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다. 누군가는 즉흥적일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는 오랫동안 계획한 일일 수도 있다. 즉흥적이어도 계획적이어도 단 한 번의 순간이다. 물론 여행은 다시 갈 수 있지만 그 순간을 위한 여행은 한 번뿐인 거다.

그런데 비행기 결함으로 24시간이 지난 후에 출발을 할 수 있다고? 천재지변을 비롯한 위험 상황은 아쉽지만 이해 못 하는 사람이 없을 거다. 한 번 뿐인 순간을 마지막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말이다. 여동생의 출발 지연 소식을 듣고 에어캐나다에 대해 찾아보았다. 너무 빈번하게 비슷한 사례가 많다. 그 사실에 더 화가 났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점검하지 않은 건 무슨 배짱이지? 만약에 점검을 미리 했다면 승객들을 태운 상태로 출발을 했을까? 브레이크 고장이라는 심각한 결함을 어떻게 승객들을 태운 채 이륙을 하다가 알 수 있었을까? 결국 승객 모두가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4시간이나 기내에 머물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백번 양보해서 정말 미리 점검을 했는데 결함이 나오지 않았고, 결함이 발견 된 후에는 쉽게 고칠 수 있을 줄 알고 그렇게 대응했다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에어캐나다의 추후 대처는 정말 최악이었다.

 

카나나스키스. 내가 캐나다에 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알고 이곳에 동생을 데려왔을까?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언제 다시 출발할지도 모른 채 호텔에서 대기했다. 사고 발생 8시간 후에야 사과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에어캐나다 바우처 400달러, 에어캐나다 항공 30% 할인권을 보냈다. 이런 일을 겪었는데 누가 다시 에어캐나다를 타고 싶어 할까….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에어캐나다 지연과 결항 글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다. 처음 티켓팅을 할 때 찾아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런 일을 겪으면 한번쯤 검색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에어캐나다 항공권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니…. 차라리 개인적인 피해보상을 해주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같은 경우는 캐나다 숙박, 차량 렌트비, 공연 티켓까지 대략 400달러 정도의 손해를 봤다. 그래서 청구를 하려고 했더니 개인 여행자 보험 들지 않았냐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어느 곳에서도 피해액을 보상받지 못했다.

속상하지만 이미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손해를 많이 봤기에 더 이상 감정적인 손해까지 보기 싫었다. 그래서 여동생과 나는 만나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인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구입 한 후 바로 차를 렌트해서 달렸다. 우리가 아무리 속상해 해봤자 더 이상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내가 속상하지 에어캐나다는 속상해 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하다. 감정이라는 건 상대방 혹은 상황에 의한 것인데, 만들어내는 건 나 자신이다.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겠지?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참 이상하다. 감정이라는 건 상대방 혹은 상황에 의한 것인데, 만들어 내는 건 나 자신이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안 그래도 빡빡했던 일정이 더 빡빡해지고, 만나자마자 서로 24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쏟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내 최고의 여행메이트인 동생과의 여행 시작은 언제나처럼 신이 났다. 너무 촉박한 탓에 캘거리에서의 하루 일정은 모두 제외시켜 버렸다. 다행히 여동생도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에 서양 느낌 물씬 풍기는 도시 여행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캐나다 하면 당연히 자연 아닌가! 우리는 바로 자연으로 떠났다.

여동생은 호주에 거주하고 있어서 캐나다와 반대쪽에 운전석이 있는 차량만 운전을 해봤다. (캐나다와 한국의 운전석은 같은 쪽이다.) 게다가 24시간을 대기하고, 비행기를 타고 경유까지 해서 약 20시간이 걸려서 캐나다에 도착해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나랑 만났다. 그리고 운전경력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생에게 운전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장롱면허이기 때문에… 여전히 가장 미안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처음 여동생의 차를 타고 너무 긴장해서 발에 땀이 났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하하.

 

밤 12시에 취침하고 새벽 4시에 기상해서 달려갔던 곳. 모레인 레이크.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내 동생은 캘거리에서 캔모어, 그리고 캔모어에서 재스퍼, 재스퍼에서 에드먼튼까지 4박 5일동안 약 1000km 거리를 운전했고, 한번은 시간이 없어서 서울에서 부산 거리 그러니까 약 400km를 쉬지 않고 한번에 달린 적도 있다. 초보 운전에게 참 운전 연수하기 좋은 나라이다. 아참, 1000km 거리는 캐나다의 정말 아주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는 사실. 정확한 수치로 계산 해보고 싶어서 면적을 찾아보았다. 9억8797만5000ha. 계산은 실패했다. 그냥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면적을 가진 만큼 도시마다 또 그 도시의 작은 마을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겨울이 6개월인 지역이 있는 반면 1년 내내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겨울 내내 비만 내리는 지역이 있다. 또 어떤 곳은 한겨울이 되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신기한 건 날씨의 영향인지 지역마다 사람들의 분위기도 다르다.

 

여행 버킷리스트 1번을 동생과 이루었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이렇게 넓은 나라를 여행하는데 도대체 일정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정말 고민이 되었다. 한국에서 홍콩을 갔다가 대만을 들려 태국을 가는 수준과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음… 일단, 내가 로키산맥에 살았으니 당연히 로키 로드 트립은 해야겠지? 운전을 못해서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은 나에게 동생은 여행 속 복권이었다. 로키를 돌고 어디로 가야할까? 동부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래! 캐나다 하면 오로라지! 내 버킷리스트를 동생과 함께 이루는 거야! 그리고 동생이 한국으로 한 번에 갈 수 있게 직항이 있는 밴쿠버에 가서 여행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세계여행을 하다가 워킹홀리데이를 온 나는 예전 나의 여행 스타일과 변한 나의 여행 스타일 사이에서 굉장히 혼란스럽게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동생은 딱 2주만 있을 수 있으니까 휴식은 그 후에 해도 되지. 밥은 돌아다니다가 맛집처럼 보이는 저렴한 곳에서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동생은 딱 2주만 있을 수 있으니까 검증된 맛집을 찾아봐야겠지. 밴쿠버에서 빅토리아랑 시애틀(미국) 둘 다 다녀오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동생은 딱 2주만 있을 수 있고, 언제 다시 캐나다에 올지 모르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와야지.

 

시애틀.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녀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동생과 나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우리는 캘거리에서 만나서 카나나스키스를 거쳐 캔모어에 들렸다가 밴프로 간다. 밴프에서 재스퍼까지 가면서 로키산맥에서 유명한 곳을 구경하고 에드먼튼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옐로나이프에 가서 오로라를 보고 밴쿠버로 넘어간다. 밴쿠버에서는 시애틀과 빅토리아를 다녀오고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24시간 중 취침시간과 기상시간까지 정해진 여행 계획표를 짜게 되었다.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현재가 너무 아까웠다. 함께하는 그 순간이 아까웠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고, 하나라도 더 소개해 주고 싶었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선택한 거였는데 이러한 이유로 둘이 하는 여행이 좋은 거구나. 길 위에서는 깨닫는 것도 배우는 것도 많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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