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소연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꿀잠 운영위원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김소연 비정규 노동자의 집 (사)꿀잠 운영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치과 진료실도 갖췄는데.

▲ 지하 1층에 설치해 운영 중이고, 치과 의사 20여 분이 서로 돌아가면서 무료로 진료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여 노동자들이 진료를 받았다. 진료과목은 주로 스케일링이나 크라운, 틀니 등을 하고, 고가인 임플란트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진료 대상은 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많지만, 형편상 모든 노동자에게 혜택을 줄 수 없어 아쉽다. 저희가 기금이 좀 더 조성되면, 해고노동자나 수입이 거의 없어 형편이 너무 어려운 문화활동가나 사회활동가에게 진료를 확대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코로나로 운영이 어려울 텐데, 요즘은 주로 어떤 층이 찾는가.

▲ 아무래도 최근에 코로나 해고 대란과 맞물려 최악의 위기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팀들이 대부분이다. 일선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다. 여기에는 수도권의 아시아나 케이오와 창원에서 올라온 현대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찾아와 여기서 회의를 열고, 숙박하면서 꿀잠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지난 21대 국회 국감에서 2017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청와대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 일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이기도 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1호 사업으로 집권 초부터 발 빠르게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 그렇게 해서 언론플레이를 많이 했지만, 결론은 그렇게 순탄치 못했다.

정규직이라면 인천공항에 ‘직접 고용’이 됐어야 맞는데, 자회사를 만들어서 ‘간접 고용’을 했다. 그 과정에서 도중에 실직되고 해고된 노동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처음부터 이 같은 방식의 비정규직 문제점을 알았고, 제기를 많이 했었다.

인천공항공사뿐 아니라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노동자 불법 파견 문제로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이곳도 자회사이다 보니 업무의 외주화라는 업주의 조치로 대다수 노동자가 전혀 다른 부서로 배치되는 등 부당한 일이 있었다.

기존에 정규직이 하던 정규업무를 당연히 해야 함에도 이 부분에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 특히 자회사는 이름만 다를 뿐, 대기업 하청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정부가 처음부터 자회사 고용을 몰랐을까.

▲ 그건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공약도 있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자회사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본다. 일종의 ‘자회사 정규직’이지만 고용이 완료된 것으로 주장해 왔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 온전한 정규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말하는 정규직은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차별을 받았다. 업무 자체를 아예 완전 분해하고 쪼개서 자회사를 만든 것이다. 사실 인천공항 업무는 인천공항 정규노동자들이 해야 맞지만, 차별로 인해 배제됐다.

 

-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은행권에서 급증하고 있고, 고용의 질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 이는 금융권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정규직 금융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해고되면서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기 시작한 것이 시초가 됐다.

그 후에도 금융사들이 정규직은 뽑지 않은 채, 더 많은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지금까지 확대해 왔다. 제조업도 다를 바 없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만큼 국내 10대 재벌들의 사내유보금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는 차별이 심한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을 통해 막대한 기업이윤을 원청기업들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시중의 대형 금융회사들과 10대 재벌회사들이 이번에 그런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 다단계 고용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 대부분의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고용도 하청 직이고, 다단계 하청 구조로 연계돼 있다. 말이 중소기업이지 다른 나라처럼 온전하게 자체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대기업 하청’이라는 구조 속에서 단단히 종속되어 있다.

사내 하청이면서도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갑과 을의 족쇄에 묶여 차별을 받는다. 원청기업 내 정규직이 있어도 이곳도 매우 심각하기는 매한가지다. 하청기업에 제품 단가를 후려쳐 깎는 등 구조적으로 불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다.

상시적인 업무는 당연히 정규직을 고용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쉬지도 못하고 저임금에 시달리면 소비할 여력도 없어지고 경기침체를 부르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물가 하락과 돈 가치 급등으로 경제가 하강하는 현상)을 만들 뿐이다.

 

- 항공산업 노동자 해고 사태가 있었지만, 정치권도 손을 놓은 상태인데 어떻게 보나.

▲ 정부가 민간기업인 이스타항공 등에 긴급재난지원금을 투입했지만, 노동자에게 혜택은 돌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기업에 흘러 들어가면서 정부 정책이 퇴색했다. 이스타항공만 해도 회사를 매각해서 해결하려 했지만, 사주가 돈만 챙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이 발등에 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 등 긴급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대다수 항공산업 노동자들은 10년 또는 15년 된 숙련된 항공 전문가들인데, 이들을 하루아침에 임금을 깎고 길거리로 내몰았다.

사주가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정리해고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는 이제 일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항공산업은 기간산업이다. 정부가 인수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운영해서는 어렵다.

위기가 닥치면 결국 정부 재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 그런데도 굳이 민간기업에 넘긴 이유를 모르겠다. 국영으로 전환해 정상적인 기간산업으로 육성하면서 그런 역할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정부가 항공산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다. 특히 노동자에 대한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여당이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명분을 빌미로 한 노동법 개악이다.

헌법에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국제기준에도 어긋나는 노동법을 내놨다. 심지어 노동자가 파업할 경우, 일하는 현장에서 파업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법안까지 나온 상황이다. 노동자가 현장에서 파업을 못 하면 산에 가서 하라는 말인가.

지난 11월 13일은 동대문 평화시장 봉제공장 재단사였던 20대의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정부와 투쟁하다가 분신한 지 50주년 되는 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50년 넘도록 달라진 건 별로 없다. 갈수록 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한 법이 만들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고 4대 보험이나 산재보험 문제가 그렇다. 코로나와 인공지능 4차산업 시대의 노동자들은 지금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화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노동계와 경제계가 대립하고 있다.

▲ 100만 조합원을 거느린 민주노총이 두 달여 전에 ‘전태일 3법’ 쟁취와 노동법 개악 저지 운동을 전국적으로 한 바 있다. 또 10만 노동자와 국민 동의에 따라 ‘근로기준법 11조’와 ‘노조법 2조’ 법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전태일 3법’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조 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다. 반면에 정부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산별노조 활동 제약,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 통제, 직장 점거 금지 등을 담았고, 국민의힘과 경영계는 한술 더 떠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등 개악에 앞장서고 있다.

하루속히 노동자를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일용 노동자를 책임질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없다. 오히려 더 노동조합을 옥죄는가 하면 노동자단결도 더 어렵게 만드는 등 반대로 가고 있다. 지금은 여당 야당이 따로 없다. 하지만 여야 모두 별다른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어 더 심각하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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