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더해야 할까요
뭘 더해야 할까요
  • 장영식
  • 승인 2020.12.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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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전국에서 김진숙 복직을 위한 희망버스에 참석한 차량들이 영도조선소 정문 앞을 지나고 있다. ©️장영식
전국에서 김진숙 복직을 위한 희망버스에 참석한 차량들이 영도조선소 정문 앞을 지나고 있다. ©️장영식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의 날이 불과 한 자리 숫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복직 투쟁 180여 일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절망뿐입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노동계와 시민사회계의 기자회견과 희망버스가 다시 영도로 출발했지만, 한진중공업은 검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희망버스에 참석한 강정의 벗들이 영도조선소 앞 고가도로 벽에 김진숙의 육성을 손글씨로 남겼다. ©️장영식
희망버스에 참석한 강정의 벗들이 영도조선소 앞 고가도로 벽에 김진숙의 육성을 손글씨로 남겼다. ©️장영식

금속노조 부양지부의 문철상 지부장과 한진지회 심진호 지회장의 27일간의 단식 농성과 시민사회계의 동조 단식, 종교계의 오체투지와 지금도 진행 중인 청와대 앞의 단식 농성과 3000배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2월 23일 있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의 1960년생 정년 퇴임식에는 ’김진숙‘은 없었습니다. 무엇을 더해야 김진숙의 복직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했던 문정현, 문규현 형제 신부도 희망버스에 탑승해서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장영식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했던 문정현, 문규현 형제 신부도 희망버스에 탑승해서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장영식

12월 19일. 9년 만에 다시 영도로 출발했던 ‘희망버스’는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전국에서 400대가 넘는 차량들도 다양했습니다. 자동차와 버스뿐만 아니라 레미콘 트럭도 동참했습니다. 그렇게 달려온 400여 대의 드라이브 스루 차량에 탑승한 이들의 소망은 같았습니다. 바로 김진숙의 복직이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매각과 관련하여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래에 대한 불안한 발걸음으로 조선소를 향하는 노동자들. ©️장영식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매각과 관련하여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래에 대한 불안한 발걸음으로 조선소를 향하는 노동자들. ©️장영식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의 압권은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있었던 35년의 해고를 상징하는 35번의 타문식이었습니다. 희망버스에 참여한 모든 이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타문식이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염원하는 35번의 절절한 소망을 담은 타문식이었습니다.

 

차량들과 사람들이 공장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김진숙만은 안 된다'라는 경총의 선언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희망버스에 참여한 이들은 경총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깨트리기 위해 굳게 닫힌 문을 향해 타문식을 진행했다. 김진숙의 35년의 삶이 되살아오는 꿈과 희망과 소원이 영도조선소를 진동했다. ©️장영식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차량들과 사람들이 공장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김진숙만은 안 된다'라는 경총의 선언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희망버스에 참여한 이들은 경총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깨트리기 위해 굳게 닫힌 문을 향해 타문식을 진행했다. 김진숙의 35년의 삶이 되살아오는 꿈과 희망과 소원이 영도조선소를 진동했다. ©️장영식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복직!”을 염원했던 타문식의 내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맺습니다.

○ 35년 35번의 타문식

1년 : 해운대백사장 열다섯 소녀 노동자의 꿈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2년 : 열일곱 버스안내양 미싱공의 꿈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3년 : 스물하나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공의 금의환양 소망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4년 : 공업용수에 말아먹던 쥐똥이 섞여 나오던 도시락의 설움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5년 : 죽어간 동료 문상 가고 병문안 가는 게 잔업 다음으로 많았던 공장의 피눈물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6년 : 스물여섯 부당해고당한 김진숙의 한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7년 : ‘부당해고 철회하라’ 머리채 끌리고 쥐어 터지던 여성 노동자 김진숙의 분노를 담아 이 문을 칩니다.

8년 : 김진숙의 청춘도 함께 묻어버린 박창수 열사의 원혼을 생각하며 이 문을 칩니다.

9년 : 승리하지 못한다면 내 관을 내리지 마라, 김주익 열사의 투혼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10년 : 아직도 저 공장 도크 어느 바닥에 누워 있을 곽재규 열사를 기억하며 이 문을 칩니다.

11년 :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아빠를 잃은 아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이 문을 칩니다.

12년 : 김주익을 묻고 8년 동안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는 김진숙의 고통을 생각하며 이 문을 칩니다.

13년 : 대공분실 두 번, 징역 세 번, 수배생활 세 번, 참노동자 김진숙의 투쟁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14년 : 살아온 이력 중 단 하나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참혹한 세월을 생각하며 이 문을 칩니다.

15년 : 2011년 1월 새벽 혼자 목숨을 걸고 85호 크레인을 오르던 당신을 기억하며 이 문을 칩니다.

16년 : 동지들이 많이 모인 날은 삶 쪽으로, 동지들이 안 모이는 날은 죽음 쪽으로 기울었다는 당신을 떠올리며 이 문을 칩니다.

17년 : 전국 185대 희망버스 승객들의 분노를 담아 이 문을 칩니다.

18년 : 2011년 11월 9일, 309일 만에 승리해 내려오던 당신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며 이 문을 칩니다.

19년 : 악귀 조남호의 약속 파기, 최강서 열사의 분노와 고통을 생각하며 이 문을 칩니다.

20년 : 모두가 돌아간 공장, 홀로 남은 당신의 눈물을 생각하며 이 문을 칩니다.

21년 : 암 투병의 몸으로 박문진의 고공농성장을 향해 길 나서던 당신을 생각하며 이 문을 칩니다.

22년 : 이 비열한 죽음의 공장, "당장 문을 열어"라고 이 문을 칩니다.

23년 : 이 공장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의 공장, 투기매각 중단하라고 이 문을 칩니다.

24년 : 정년 내 복직, 민주화보상심의위 복직판결 준수, 35년 당신의 꿈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25년 : 두 번째 암 투쟁 중인 동지의 쾌유를 기원하며 이 문을 칩니다.

26년 : 기만적인 정부와 주채권사인 산업은행을 규탄하며 이 문을 칩니다.

27년 : "이 불의의 문을 열어"라고, "한 맺힌 35년의 문을 열어"라고 이 문을 칩니다.

28년 : 평등과 평화의 세상을 기원하며 이 문을 칩니다.

29년 :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존엄한 세상을 기원하며 이 문을 칩니다.

30년 :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기원하며 이 문을 칩니다.

31년 : 이윤보다 생명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이 문을 칩니다.

32년 : 재벌 독점과 자본 폭력 없는 세상을 향하여 이 문을 칩니다.

33년 : 인간 해방, 노동 해방의 염원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34년 : 개발의 잔인함을 넘어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계를 기원하며 이 문을 칩니다.

35년 : 우리 모두의 동지, 김진숙의 쾌유와 복직을 염원하는 2020 리멤버 희망버스 마음을 담아 마지막 문을 칩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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