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위클리서울=정길호] ‘2021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흰 소로 상징되는 신축년에는 새로운 분위기로 대한민국이 그 이전과 다른 희망에 찬 해가 되길 기대한다. 지난했던 2020년에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으로 지구 구석구석까지 큰 상처를 입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는 물론 우리들의 일상 전반이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큰 변화를 몰고 왔으며 지난해 말까지 지구인들에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어둡기만 하였다. 그러나 인류는 역경을 딛고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9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90% 이상 효과를 보였고 이후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이 개발되었고 영국이 화이자 백신에 이어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늦어도 40일 안에 허가하고 2월 말부터는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1월부터는 결국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일사분기 내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사회 제 분야에서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른 상황이 될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다.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내수·수출이 동반 부진함에 따라 2020년 1.2%로 하락했지만 세계 경제가 4.4%의 경기후퇴를 기록한 것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는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2.9%를 기록할 전망이고 이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성장률은 2020년 5.7%, 2021년 5.0%를 기록하여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전망이지만 대한민국은 탈출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총수출입은 2020년 상당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겠으나, 2021년에는 총수출 및 총수입이 각각 5.8% 및 4.1% 성장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2020년 589억 달러, 2021년 623억 달러의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렇듯 한국 경제는 정부 주도로 민·관이 협력하여 세계의 모범이 될만한 성공사례들을 남기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우리의 일상은 많은 곳에서 달라지고 있다. 체면치레와 허례허식이 줄고 강요된 희생을 넘은 돌봄, 취향을 존중하는 일상이 초연결 사회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관혼상제의 문화가 변했다. 유교적 체면 문화 속 경조사 발걸음을 코로나가 멈추게 했다. ‘2020년 8~12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식사한 조문객은 빈소 당 평균 81명으로, 전년 동기 평균(251명)의 3분의 1로 줄었다. 

페이 송금에 결혼 축하 문구를 넣는 ‘축의금 봉투’ 이용량은 코로나 이전(1월)보다 8월에 100%, 12월에는 353% 늘었다. 경조를 위한 이동은 -2%, -22%로 여전히 감소 상태였다. 남의 행사 방문 대신 내 여가를 누리는 게 당연해진 것이다. 

  기업 문화도 바뀌기 시작했다. ‘술 마셔야 진심이 나온다’는 신화는 깨졌다. 재택근무가 길어지자 기업들은 새로운 조직 문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협업 솔루션으로 일하고 회의는 영상으로 한다. 문서 사용은 줄고 보고서 분량은 2장 이내로 제한하며 e메일로 소통했다. 전문 용어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 통·번역 기능을 사내 메신저와 e메일에 붙였다. 

비대면에서 오는 차가움과 오해를 줄이고, 직원 간 소통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직장도 어린이집도 가지 않는 돌봄 대란과 삼시세끼 ‘돌밥’(돌아서면 밥)을 겪으며, 돌봄·가사 노동의 가치가 재발견됐다. ‘직접 봐야 한다’, ‘남의 손에 못 맡긴다’는 신뢰와 품질 때문에 정성과 희생으로 해결하던 영역이다. 이를 바꾼 건 모바일 기술이다.

  코로나19 이후 장바구니에서 해방됐다. 딸이 깔아준 앱으로 저녁에 식재료와 먹거리를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놓여있다. 그전엔 주 1회 운전해 북적이는 대형마트에서 무겁게 사다 날랐었다. 마켓컬리 운영사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 중·노년층의 ‘샛별 배송’ 이용이 급증했다.

무거운 장바구니가 부담스러운 연령대다. 지난해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109% 증가했는데 50대 이상이 142%, 60대 이상은 170% 늘었다. 마켓컬리 전체 회원 중 50대 이상 비중은 20%에 달한다.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라는 말도 이젠 옛날얘기다. 집은 일·휴식·문화의 복합 공간으로 변했다.

  가정의 내부가 중요해졌다. 이는 소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2~6월 온라인 쇼핑 쓱닷컴에서는 디퓨저·향초 같은 실내용품이 전년 동기 대비 2.3배나 팔렸다. 고가인 매트리스 판매량도 24.3% 증가했다.

코로나가 2, 3차로 퍼진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아예 집안을 바꾸기 시작했다. 페인트·시트지·공구 같은 셀프 인테리어 용품 구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5.4배 급증했다. 옷도 행사용보다는 집에서 입기 편한 걸 많이 구입했다.

지난해 2~6월 홈웨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 정장 판매량 증가율(남성 30.3%, 여성 27.5%)보다 배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숙박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특급호텔이 아니라면 숙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소와의 거리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집 전체를 빌려 공간 자체를 경험하는 숙박이 부상했다.

  글로벌 경제, 글로벌 트렌드를 우리 동네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빈도수가 늘고 있다. 뉴욕 증시를 앞마당으로 여기는 개인 투자자는 늘었다. 글로벌 IT 기업에 다니는 한 회사원은 지난해 내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집에서 원격근무를 하면서 미국 증시에 관심이 높아져 테슬라 등 주식을 모바일 앱으로 샀다. 서울에 있어도 국내 증권사 앱과 해외 매체로 실시간 정보를 얻으니 국내 주식 투자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일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좋은 전통은 계승하고 버려야 할 인습은 새로운 것으로 과감히 대체할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