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을 회피하지 말라
국가 폭력을 회피하지 말라
  • 장영식
  • 승인 2021.02.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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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기대가 컸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과 의지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약속과 의지는 원망과 증오와 원한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성과’를 강조했고, 정치권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에도 성장과 개발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환시대를 맞아 전환의 언어가 생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토건개발 공약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2월 1일, 청와대 앞의 세월호 노숙 농성장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도중에 경빈 엄마는 참고 참았던 서러운 눈물을 흘렀습니다. ©️장영식
2월 1일, 청와대 앞의 세월호 노숙 농성장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도중에 경빈 엄마는 참고 참았던 서러운 눈물을 흘렀습니다. ©️장영식

이들에게서 ‘세월호’와 ‘김진숙’은 사라진 침묵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눈에는 청와대 앞에서 40여 일의 단식 농성자들의 깡마른 모습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야말로 입과 눈을 닫고 귀가 멀은 청와대이고, 정치권입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세월호의 눈물과 현재진행형인 김진숙의 36년의 해고는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언어입니다. ‘나라다운 나라’와 ‘노동 존중의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입니다.

2월 1일 오후 2시,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노숙 농성장을 정리하는 날, 그 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했겠습니까. 애써 참고 참았던 서러운 눈물을 흘렀던 경빈, 시연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청와대 앞의 단식자들의 모습도 침통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40여 일의 단식 중임에도 김우는 웃습니다. 곧 피어날 매화처럼 어쩌면 목련처럼. ©️장영식
40여 일의 단식 중임에도 김우는 웃습니다. 곧 피어날 매화처럼 어쩌면 목련처럼. ©️장영식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농성장을 접으셨다. 진상규명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청와대 앞을 447일 만에 떠나는 마음들이 어떠셨을까. 눈 비 바람 가릴 천막도 칠 수 없어 바람을 피했던 피켓을 손수 접으시며 울던 그 눈물들은 누가 닦아 줄까. 또 다른 투쟁들을 준비하시겠지. 찬바람보다 시린 배신감을 안은 채.”

김진숙 지도위원은 자신의 복직을 위해 청와대 앞에서 40여 일간 단식을 하고 있는 동지들을 기억하며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미선 동지가 병원으로 실려가고, 정홍형은 18킬로가 빠지고, 송경동은 어제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경찰들과 싸우다 쓰러졌다. 이전 정권과 다르지 않은, 아니, 더한 노동 존중 정권. 그럼에도 김우가 웃는다. 곧 피어날 매화처럼 어쩌면 목련처럼. 단식 42일째, 날 기다리는 사람들. 또 야속한 비가 내린다.”
 

위로를 받아야 할 이들이 위로를 하고, 용기를 받아야 할 이들이 용기를 심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나눔과 섬김의 사람의 길입니다. ©️장영식
위로를 받아야 할 이들이 위로를 하고, 용기를 받아야 할 이들이 용기를 심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나눔과 섬김의 사람의 길입니다. ©️장영식
'희망뚜벅이' 행진이 수도권에 진입하면서부터 경찰 병력들이 행진을 막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행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저기 보일 정도까지 걸아왔습니다. ©️장영식
'희망뚜벅이' 행진이 수도권에 진입하면서부터 경찰 병력들이 행진을 막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행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저기 보일 정도까지 걸아왔습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청와대 앞의 단식 농성자들의 단식 해제를 위해서라도 빠른 걸음으로 청와대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을 회피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배신을 심판하는 듯 단호한 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그이의 걸음 뒤로 숱한 걸음들이 시대의 길을 울리며 걷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접어들자 경찰 병력이 길을 막아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36년 전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고문의 유산을 등짐을 지고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가 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정의의 길, 인간화의 길, 시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 ‘희망뚜벅이’들의 행진을 막지 말고, 길을 열어야 합니다.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배상해야 합니다. 국가 폭력을 더 이상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길이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정의의 길, 인간화의 길, 시대의 길을 걷고 있는 '희망뚜벅이'들의 행진을 막지 말아야 합니다. ©️장영식
문재인 정부는 정의의 길, 인간화의 길, 시대의 길을 걷고 있는 '희망뚜벅이'들의 행진을 막지 말아야 합니다. ©️장영식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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