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친환경’ 충족할 에너지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현재 존재하지 않아”
“‘안전’과 ‘친환경’ 충족할 에너지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현재 존재하지 않아”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1.02.17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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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 센터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탈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이 지났다. 그동안 고리1호기 영구정지와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금지, 신규핵발전소 건설금지, 9차 전력 수급 로드맵, 신한울 3·4호기 건설 제외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탈핵 이면에 성과와 한계도 있다. 일단 탈핵 방향 전환과 탈핵의 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탈핵 진영의 쓴소리도 컸고 핵산업계의 반발도 컸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 센터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일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독일과 비교해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 생명과 인권, 미흡한 보상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와 가치관이 충돌하는 모습도 지적하기도 한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에너지전환 시대지만, 핵산업계와 탈핵 진영은 서로 다른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싸움과 갈등은 필연적이다. 과거에는 오랫동안 원전반대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독주해온 핵발전 산업계가 ‘탈핵’을 기치로 내세우며 투쟁하는 세력이 달가울 리 없다.”고 지적하고 ‘안전이 먼저’인가 아니면 ‘경제가 우선’이냐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두고 화합과 중재가 절실함을 느낀다.

그는 또 “이는 개인이나 조직, 정치세력, 업계 모두에게 똑같은 원리다. 탈핵 단체는 핵발전업계가 쇠퇴할수록 세력과 회원 수가 확대해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핵발전업계는 생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진영이 서로 자신들이 가진 힘과 돈, 조직력 등을 동원해 무한투쟁을 하는 것이다. 반핵단체는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을 최대한 두드러지게 만들고, 반대편 핵발전업계는 이를 오히려 예외적인 일로 삼는다.”며 끝없이 반복하는 양대 탈핵 단체가 충돌하는 근원을 밝혀준다.

1년 남짓 남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해 “‘탈원전(탈핵)’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 정책은 가치 지향과 선택 영역이고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들이 세계적 흐름을 따른 것인지와 국민과 이해관계자 요구와 주장을 민주적으로 충분히 반영했느냐가 핵심이 될 것”임을 강조하는 안종주 센터장을 명동에 있는 ‘포스트타워’ 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원전반대 세력과 핵 산업계 간 대립과 포화상태인 핵폐기물 처리문제, 임기 1년 남짓 남은 문재인 정부 탈핵 정책 평가, 기후변화, 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 국민의 원전 증설 분위기 논란, 원전 내 수소 제거장치, 월성 원전 감사문제와 정치권 문제 등을 들어 본다.

 

- 1956년 이후 원전 폐지론자들이 원자력 통제 불능과 비 친환경적 위험 에너지로 주장해왔다. 1971년 설립한 그린피스의 탈핵 운동에 이어 한국도 탈핵을 선언한 국가가 됐다. 원자력, 얼마나 안전한 에너지인가.

▲ 에너지원 가운데 100% 안전하고 100% 친환경적인 것은 어느 것도 없다. 안전과 친환경이라는 말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원자력발전이라는 용어보다는 핵발전이라는 말을 쓴다.

과학적인 개념에서 보면 핵분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 핵발전소, ‘Nuclear Power Plant’란 용어를 쓰는 것이 맞다. ‘원자력 발전소’는 과학기술과 공학기술이 결합돼 수많은 장치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가동되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사능 누출이라는 중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 일본 후쿠시마원전 폭발로 ‘안전 신화’가 깨졌는데.

▲ 1986년 4월 옛 우크라이나 체르노빌(Chernobyl) 원전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온 세계가 목격했듯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정 단계에서 제어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즉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대규모 방사능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인명 피해와 광범위한 주변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대하다. 한마디로 재앙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즉각 또는 수십 년의 시간에 걸쳐 죽거나 각종 질병을 앓게 된다.

 

- 지구환경과 인류 생존이 걸린 각국의 핵폐기물 처리도 ‘발 등의 불’이다.

▲ 원전은 치명적 사고가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한번 일어나면 너무나 심각한 피해가 생긴다. 이 점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근본적으로 차이나는 지점이다.

또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핵폐기물 처분에서 적지 않는 비용이 들어가고 특히 폐연료봉과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만 년 동안 보관과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기술로 과연 얼마나 안전하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 인간과 자연에 피해 없는 무공해 에너지는 없는가.

▲ 원자력 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즉 기후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이산화탄소 등 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핵발전은 친환경 에너지인 것은 분명하다.

재생에너지의 대표격인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경우 자연경관 훼손이나 소음 등과 일부 산림자원을 훼손하고 많은 부지 면적을 사용해야 하는 등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 현재로서는 안전(Safety)과 친환경(Eco-Friendly)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을 받은 우리의 탈원전이 탈핵 진영과 핵 산업계 간 끝없는 반목과 투쟁으로 치닫고 있다. 원인을 말한다면.

▲ 서로가 다른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두 진영 간 싸움과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오랫동안 원전반대 세력이 없었던 상태에서 질주해온 핵발전 산업계가 ‘탈핵’을 기치로 내세우며 투쟁하는 세력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이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정치세력이든, 업계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다. 탈핵을 주장하는 단체는 핵발전업계가 쇠퇴하면 할수록 동조 세력과 회원 수가 확대되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게 된다. 또 탈핵 단체가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정치적 힘을 키울수록 핵발전업계는 생존 차원에서 위기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진영이 서로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신들이 가진 힘과 돈, 조직력 등 모든 것을 동원해 무한투쟁을 하는 것이다. 반핵단체는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을 최대한 두드러지게 만들고 그 반대로 핵발전업계는 이를 오히려 아주 예외적인 일로 치부하는 사례로 삼는다.

 

- 세계 어느 나라도 완전한 ‘사용 후 핵연료’ 처리기술이 없는 상태다. 한국도 ‘고준위 핵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저장이 포화상태인데.

▲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은 각 핵발전소 내에 저장 보관을 해두고 있다. 혹시 생길지 모를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 등을 줄이고,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려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과 운영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아직도 제대로 된 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현재 스웨덴 등 극히 일부 국가만 이 문제를 해결했고, 핵발전소를 보유하거나 운영 중인 대다수 국가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문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주요 국정 의제가 됐지만,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 추진도 역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 공약사항을 추진했는데, 임기 마지막 5년 차를 앞둔 시점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 ‘탈원전(탈핵)’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의 정책은 가치 지향과 선택의 영역이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것이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루어진 이런 탈원전 정책들은 세계적 흐름을 쫓는 것인가와 정책들이 국민과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주장을 민주적으로 충분히 반영했느냐가 핵심이다.

 

- 예를 든다면.

▲ 예를 들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는 2017년 중단됐으나, 그 뒤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사 재개로 결론이 나면서 공사가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그린피스 등 일부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주민 등이 건설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에서 패소해 건설 공사는 애초 계획보다 더뎌지기는 했지만 계속되고 있다. 가치 지향과 탈원전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추진 과정에서 여론 수렴과 절차의 투명성, 주민 수용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를 둘러싼 갈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 센터장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박사
전 한겨레신문 보건복지 전문기자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 이사⋅가입자 지원 이사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 가능 분과위원장
전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현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 서울시 명예시장(안전) 겸 서울안전자문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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