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문신’. 뭐라고 부르든 그건 예술이다
‘타투’, ‘문신’. 뭐라고 부르든 그건 예술이다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1.04.05 10:2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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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Jehs Tatoo' 타투이스트 제선(jehsun) 인터뷰-2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1부에서 계속.>

타투이스트 제선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타투이스트 제선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이를테면, 대중음악의 경우 ‘유명한 노래가 좋은 노래’라는 전제는 맞지 않다. 해외 시장에서 이미 인기를 얻은 노래들을 짜깁기 해 국내용으로 재생산 한다거나, 저급한 가사, 야비한 음악 효과들로 덮인 노래들이 대중음악 차트에 오르는 건 흔한 일이다. 반면, 독보적인 색깔, 깊은 가사, 뛰어난 곡 완성도를 가졌어도 소수의 입소문을 타는 경우도 있다. 타투의 경우는 어떨까. 어떤 타투가 ‘좋은 타투’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어떤 타투가 ‘좋은 타투’인가

제선은 “얼마나 다양한 톤을 써서 표현을 잘 했나, 자연스러운가?, 구도나 비율이 정확한가, 알맞은 색을 썼나, 선을 깔끔하게 그렸나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데, 이 기준들은 ‘그림’을 판단하는 기준과 비슷하지 않나? 

이에 제선은 “맞다. 앞서 말했듯 ‘그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어 내 장르인 ‘블랙 앤 그레이’의 경우 구상적 작업이어서 더 비슷한 판단 기준들이 있다”고 동조했다. “‘발색’이 얼마나 잘 됐는지 보는 것도 완성도를 이루는 요인 중 하나다. 그림의 경우 캔버스에서 물감이 마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타투는 최대 3주나 한 달이 걸려서 ‘물감’이 마르곤 한다.”

타투이스트 제선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타투이스트 제선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타투는 피부에 상처를 인위적으로 남기는 행위이기 때문에 피부 껍질이 떼어지면서 톤이 바뀐다. 피부층 밑에 색소를 넣기 때문에 겉 피부층이 탈락되면서 톤이 탁해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처음 색을 입히면 ‘프레쉬’하고 쨍쨍하고, 진하게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색이 연해진다. 발색 후에 그림이 뭉개지는 경우도 있고. 발색이 잘 되는 피부도 각각 다르고, 그에 맞는 스킬을 정확히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타투를 판단할 때 아무래도 발색을 크게 본다.”

제선은 “그렇지만 타투의 장르가 다양해 완성도의 기준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패턴을 쓰거나, 패턴위주 작업이거나, 캐릭터·일러스트 느낌이 강한 타투는 그만의 완성도가 또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레즈미’의 경우 그림으로 치면 동양화 느낌이다. 서양화와 달리 아웃 라인을 꼭 쓰는데 이 점이 완성도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아웃라인을 뚜렷하게 그렸는가, 삐뚤어졌나 아닌가. 장르 전부를 아우르는 판단 기준은 디자인을 얼마나 잘 짰나, 이 사람의 분위기와 혹은 부위와 어울리게 짰나, 독자적인 디자인인가 등등이다.”  

‘좋은 타투’의 판단 이전에 분명, 나도 어떤 타투를 보고 좋다고 느낀 적이 있다. 목 주변에 자신의 밴드 이름과 관련된 달 모양의 일러스트를 새겨 넣은 국내 록 뮤지션, 목에 러프한 글씨체로 자신의 아들 이름을 새겨 넣은 영국 록 뮤지션 ‘피트 도허티’를 보고 그랬다. 앞서 제선이 설명한 조형적 완성도들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하필 가장 드러나는 목 주변에 한 타투들이 좋아보였던 건 ‘이왕 할 거면 제대로 잘 보이는 데 하지’ 같은 마음이 들었기에.

제선은 “‘좋은 타투’의 기준에 대해 기술적 관점 위주로 설명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 원초적으로는 그 타투가 ‘멋있느냐 없느냐’이다. 자기만 아는 낙서를 새긴다거나, 기술적으로 떨어져도 분명 멋있게 보일 수 있고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직선으로 몸을 관통하는 선 하나를 긋는 타투 장르도 있다. 사람 몸의 굴곡이나 미적인 부분을 더 부각시키는 매력을 가졌기 때문에 나도 그런 장르를 보고 멋있다고 느낀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못 그려서 별로다”라고 하거나,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를 보고 “예술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놈”이라는 대 예술평론가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의 색감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느끼듯 분명 타투에도 절대적/상대적인 미의 기준도 있겠지.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타투를 바라보는 21세기의 시각…그리고 타투합법화

21세기를 즈음해, 중국인인 공자의 가르침을 마오쩌둥보다도 열심히 따르는 유교의 나라 한국은, ‘문신’이라는 단어에 부정적 인식을 함의해온 시대를 지나 타투를 미와 예술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분명 어느 때를 기점으로 타투를 한 사람이 정량적으로 늘었다. 각종 방송과 매체에서 연예인들이 타투를 드러내는 경우도 압도적으로 늘었고.

제선은 “연예인들 영향이 크고, 분명 그들이 타투가 어느 정도 대중화된 데 일조한 게 있다”며 “2010년 정도를 기점으로, 아이돌 그룹 빅뱅이 한창 인기를 탈 때 멤버 지드래곤이 타투를 했다는 걸 꾸준히 노출시켰는데, 놀랍게도 타투 인구가 그 후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 즈음 한 매체에서는 지드래곤의 타투를 다루며 그의 타투 레터링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살기엔 너무 타락했고 죽기엔 너무 젊다)’이 1970년대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에게서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불과 2000년대 까지도 펑크족들이나 반항아들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던 검은 가죽재킷도 빅뱅이 입고 나온 2010년 이후를 기점으로 요즘은 봄가을의 ‘잇템’이 됐다.

타투이스트 입장에선 타투를 한 사람들의 ‘정량적 증가’는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걸까? 제선은 “어찌됐든 긍정적이다. 아직은 마이너한 문화고, 일단 많이 퍼지는게 바람직 하다. 퀄리티 있는 작업을 받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건 욕심이고”라고 말했다. “사실 퀄리티 있는 작업이 많아질 수 있느냐는 타투이스트들에 달린 문제다. 그들이 자기 작업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 사명감을 갖고 있느냐 그저 돈벌이로 생각하느냐에 달렸지. 그에 따라 사람들 안목도, 작업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고, 그래야 인식변화도 생긴다.” 

“그래도 이제는 한국에 타투이스트들도 많아졌고, 잘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는 느낀다. 가장 최근 해외 작업은 호주에서 했는데, BTS와 같은 K팝과 더불어 ‘한국 타투’에 대해서도 반응이 큰 편인 걸 피부로 느꼈다. 해외에도 어느 정도 ‘한국인들이 타투 잘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쯤이면 이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게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지난 1992년 사법부가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후 29년이 지난 지금도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에 있다. 한국타투*타투 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문신 시술 종사자는 22만 명, 시장 규모는 1조 2천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6년 반영구미용사중앙회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타투를 시술받은 인구는 300만 명이다. ‘타투합법화’는 과연 모든 타투이스트가 바라는 일인가?

제선은 “타투합법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로 알지만. 별 관심 없는 타투이스트들도 많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들어서만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발의한 ‘타투합법화’를 두고 그들의 본심은 뭘까 생각한 적 있다. 지지자들의 표? 타투사업으로 인한 세금? 혹은 너무나 진심 같이 말해서 믿기 힘든 정치인들 특유의 ‘진심’?

제선은 “정치인들은 세금 때문 아닐까? 이미 타투 시장이 음지가 아닌 것과 다름없이 시장이 크게 형성됐으니까. 장단점이 물론 있겠지. 확실한 규제가 있어 타투 사업이 합법적 사업체로, 타투 아티스트가 사회 일원이자 인정된 직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은 있겠다. 반면 합법화 되고 이 사업이 돈이 된다고 생각해 기업이나 자본가들이 붙는다면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합법화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합법화 이전에 인식문제가 더 크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사회적 인식이 급변하진 않을 거란 회의도 있고. 또 ‘남들과 다르다’는 소수의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들이 타투를 받는 사람들도, 하는 사람들도 많기도 하고. 타투이스트들은 사실 그보다 자기 작업에 에너지를 쏟고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제선에게 “‘블랙 앤 그레이’ 장르의 타투를 어떤 사람들이 받으러 왔으면 좋겠냐”고 툭 던졌다. 그는 웃으며 “어떤 사람이 받으러 왔으면 좋겠다거나하는 건 없지만 이왕이면 ‘멋진 사람들’이면 좋겠지. 하지만 사회에 해가되는 인간, 남한테 피해주는 인간들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냐면 궁극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많이 하면 사람들 인식이 더 나 빠질 거 아닌가. 모든 타투이스트가 같은 생각일 거다”하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tattooist), 타투어(Tattooer), 문신사 어감이 각기 다른 세 단어가 한 개의 직업을 뜻하고 있다. 제선은 “이 중 타투이스트는 타투(Tattoo)+아티스트(artist)의 줄임말이다.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데 분명 의미가 있지 않나”하고 말했다. 단어 조합대로라면, 이들은 분명 예술을 지향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제선은 “그렇게 생각한다. 자기 작업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창의성을 불어넣었고, 어떤 변화를 했나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다. 솔직히 비슷한 작업을 계속 하고 성의나 열의를 다하지 않는 작업을 한다면 같은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솔직히 그 명칭이 과하지 않나”하고 말했다.
 
“모든 타투 작업과 디자인이 세밀하고 복잡하지 않더라도, 그 작업들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진심을 다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선 한 개를 긋더라도, 글씨 하나를 새기더라도. 그런 데 중점을 두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타투이스트들 전체 퀄리티가 올라가지 않을까? 사실 사회적 이슈, 인식보다 더 초점을 맞추는 건 내 작업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느냐다”

타투이스트. 햇볕 쬐는 그라운드에 올라와 있다고 할 순 없지만 더 이상 그라운드 아래서 그림자로 있기엔 뜨거워져버렸다. 문득, ‘타투이스트는 평생 직업이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트의 범주라면. 아티스트를 표방하는 타투이스트라면.

타투, 문신. 뭐라고 부르든 그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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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4-06 08:03:56
Royal성균관대(조선.대한제국 유일무이 최고교육기관 성균관승계,한국 最古.最高대).Royal서강대(세계사반영,교황윤허,성대다음예우)는 일류,명문.주권,자격,학벌없이 대중언론항거해온 패전국奴隸.賤民불교Monkey서울대.주권,자격,학벌없는 서울대.추종세력 지속청산!

http://blog.daum.net/macmaca/733

http://blog.daum.net/macmaca/2967

윤진한 2021-04-06 08:03:20
령으로 전국민이 조선국교 유교의 한문성명.본관을 의무등록하는 행정법.관습법상 유교국임은 변치않으며 5,000만이 유교도임.
@인도에서 불교도는,불가촉賤民.조계종승려賤民한국과비슷.강점기 하느님에덤비며(창조신내리까는 부처처럼)유교부정,불교Monkey일본.하느님보다높다는 성씨없는 일본점쇠賤民.후발천황(점쇠가 돌쇠賤民.불교Monkey서울대 전신 경성제대설립)옹립.한국은 수천년간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국.수천년간 유교,하느님,조상신,공자 숭배.해방후 조선성명복구령 전국민이 행정법.관습법상 유교국복귀.

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 세계종교 유교국중 하나인 한국이 불교Monkey 일본의 강점기를 겪으며 대중언론등에서 유교가 많이 왜곡되고 있음.

http://blog.daum.net/macmaca/3131

윤진한 2021-04-06 08:02:21
한국의최근풍요는 중국수입덕.황하문명,유교발생,세계최초의대학 태학.국자감,세계4대발명품(종이,화약,나침판,인쇄술)의 전통문명.춘절,청명절,단오절,중추절의 명절긴 유교,공자 나라.인구대국.부처,일본,서울대(주권없음)는 패전국,UN적국계열로 하느님.창조신에 덤벼야되는 침팬치.부처Monkey계열.@
주권없는 패전국잔재 奴隸.賤民이자, 하느님.창조신을 부정하는 Chimpanzee계열 불교일본서울대Monkey와 추종세력들이 학교교육 세계사의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윤리의 종교교육 유교, 국사등과 달리, 일본강점기때 일본이 유교를 종교아닌 사회규범으로 했으니까, 유교가 종교아니라고 최근 다시 막무가내 어거지를 피우는데,이는 일제잔재 대중언론에 포진하여 루머수준으로 유교에 도전하는것임.한국은 미군정때,조선성명복구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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