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탐방기] 서울독립영화제 1편

ⓒ위클리서울/ 출처=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드디어 2019년의 마지막 영화제 탐방기다. 이미 21년의 중턱에 이르는 마당에 웬 19년도의 이야기냐면, 이 시리즈는 2019년부터 전국의 영화제를 다니면서 탐방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은 삶보다 느린 데가 있어서 이제야 19년도의 마지막 탐방기를 다루게 되었고, 앞으로는 20년도, 21년도의 탐방기까지 쭉 연재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화제를 다녔던 19년도의 탐방기는 전국을 돌고 돌아 결국 서울에서 끝맺음을 냈다. 어떤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코로나 이전의 마지막 영화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사설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다.

 

ⓒ위클리서울/ 출처=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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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독립영화제인가

‘서울독립영화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울에서 자란 나는 그 이름을 심심찮게 들어왔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영화제 기간이 다가올 때 길거리에서 현수막을 보거나 극장에서 포스터를 발견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즐기는 축제까지는 아니어서 오히려 거리감이 있었다. 어린 마음엔 ‘독립 영화’라는 키워드 때문에 어쩐지 어렵고 고상한 행사 같았고, 영화 관계자나 씨네필만 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다. 거기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만큼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처럼 큰 국제적인 행사를 할 법 한데, 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진행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제 세계화에 익숙해진 세대라서 ‘국제’, ‘글로벌’ 따위가 붙어야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처럼 느껴지는 걸까.

 

ⓒ위클리서울/ 출처=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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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에서 주류로

서울독립영화제의 메인 슬로건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다.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넓혀 가는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현주소를 조망하는 장으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하다. 세계 유수의 영화들을 보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영화의, 한국영화에 의한, 한국영화를 위한 장이다. 그러니 ‘국제’가 아닌 ‘독립’이 붙는다. 조금 더 설명해보자면, 독립 영화란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일반 상업 영화와는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중시되는 영화’다. 자본이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상업 영화는 어쩌면 할리우드 제작사가 공장처럼 영화를 찍어냈던 시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창작자의 의도를 중시하는 영화야말로 자본이 아닌 사람이 만드는 영화가 되고, 앞으로 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 운동의 도도한 물결을 넘고 다양한 실천과 미학적 실험을 거쳐 영화의 미래를 확장하고 있는’ 독립 영화에 주력한다. 어떤 분야든 다수가 좇는 현재의 흐름 혹은 자본의 원리를 이행하기 보다는, 물결을 거스르고 무언가에 영속되기를 거부하는 쪽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그리고 변화를 통해 새 시대를 이끌어낸다. 능동적으로 열어젖힌 새 시대는 곧 그 주체인 비주류적인 무언가가 주인공이 되고 정체성이 된다. 시대의 발전 방향은 늘 비주류적인 것이 주류가 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위클리서울/ 출처=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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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파급력은 어디까지

자, 이제 서울독립영화제에 관한 개괄적 설명은 끝났다. 지금껏 영화제의 정체성을 이렇게 길게 설명한 적은 없었는데 조금 당혹스럽지는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낭만적인 영화제로 꼽으며 좋아하는 정동진독립영화제 탐방기를 쓸 때도 독립영화의 사전적 의미까지 인용해가며 설명하지는 않았다. 유독 이번 탐방기에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서울독립영화제가 독립영화와 관련된 행사 중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진행된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한국독립영화의 변화·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독립영화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쩐지 그 중요성과 의미를 설명하고 싶었고, 그래야 한다는 책임감마저 느껴졌다.

요즘엔 가장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진리처럼 쓰인다. 이때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에서 독립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한국영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조망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반도가 들썩였던 것을 기억한다. 원래도 영화를 보는 인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시장이 큰 편이었는데, 수상소식으로 인해 칸, 오스카와 같은 세계 영화제와 영화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많은 관객들이 집중해서 봐야 하는 어려운 영화, 혹은 해석하고 싶은 촘촘한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국내 영화제에 관한 관심이 그만큼 증가했는지, 다양성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더 마련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순기능과 파급력이 국내 영화제와 다양성 영화로 이어진다면 더욱 좋겠다. 가능하다면 이렇게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영화제까지.

 

ⓒ위클리서울/ 출처=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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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글을 덧붙이며

최근 제 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진행했다. 지난 4월 29일에 개막해 5월 8일 폐막했다. 자원봉사 차 전주에 머무르고 있던 필자는 오전 영화제 업무를 마치고 이렇게 글을 썼다. 날씨도 좋아 더더욱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어진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이번엔 서울독립영화제에 관한 설명은 잔뜩 했으니, 다음엔 생생하고 재미있는 탐방기로 돌아올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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