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철학공방 별난’ 신승철 작가-1회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라는 표어는 질문이자 대답이다. 적색이라 불리던 좌파 정치세력이 성장주의의 포로가 되지 않도록 녹색은 대안적인 탈성장의 논의를 이어왔다. 적색의 미래는 보다 나은 세상에 정착하는 게 아니다. 조금 비꼬자면 적색을 향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불편해지는 삶을 감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적색 성장주의의 해독제는 녹색이다. 탈성장 전환사회의 비전은 사실상 문명의 전환에 필적하는 모든 부분에 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관행농에서 유기농으로, 자동차에서 자전거로, 육식에서 채식으로, 아파트에서 마을로, 해외농산물에서 로컬푸드로’ 등 문명의 전환은 오래된 지혜를 다시 살려내고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는 게 녹색론자들의 주장이다. 녹색이 적색의 미래인 이유다.

 

ⓒ위클리서울/ 신승철 작가 제공

신승철 작가는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를 출간한 바 있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영향이었다. 대중은 가타리가 그저 유럽 68혁명의 전초기지를 구축한 ‘적색’ 사회주의자인줄만으로 알았다. 가타리는 프랑스 녹색당 창건멤버였고 신 작가의 생태문제에 대한 관심도 가타리로부터 시작되었다. ‘녹색은 적색의 미래’라는 표어도 가타리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신 작가는 “녹색을 붙인 상품들이 참 많아졌다. 그러나 상품을 사지 않는 것이 녹색이 지향하는 탈성장의 원칙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수많은 녹색의 이미지 속에서 그린워싱 즉 녹색분칠의 자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그런데 녹색은 어떤 영적으로 뛰어나고 확실한 의식을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의식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형이라는 말이다. 오늘 조금 모자라더라도 끊임없이 고쳐나가고 노력한다면 녹색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 4마리를 키우고 있는 신 작가. 기본적인 생태적 실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사람들에게 늘 생명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익혀야 한다고 요구한다.

“가족공동체가 와해된 사람을 만났다. 딸과 아내와 자신은 늘 각자의 방에서 먼 데 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기 위해 스마트폰에 열중했다. 그런데 갑자기 딸이 유기견을 구조해 오면서 완전히 상황이 달라진다. 거실에 모든 가족이 모여 유기견이 주인공인 공동체를 재건하는 데 성공한다. 유기견의 발짓, 몸짓, 소리, 모습 모두가 하나의 축제와 같은 일상이 된다. 개 산책을 가족들이 함께 하면서 이야기구조가 설립된다. 외롭지 않고 강건한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생명이 주인공인 공동체의 이야기다. 이렇듯 새로운 미션을 통해서 우리는 늘 생태계와 공동체를 재건하고 구성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좀 어려운 미션이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 흔한 일들이다.”

그는 서울 문래동 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며 공동체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 등을 친구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ecosophialab.com)을 연구자, 활동가들과 함께 만들어서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를 극복하고 전환사회를 만드는 지혜를 탐색하고 있다.

다작으로도 유명하다. 쓴 책으로는 ‘묘한 철학’(2021),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2021), ‘가난의 서재’(2020), ‘생태계의 도표’(2020), ‘모두의 혁명법’(2019), ‘탄소자본주의’(2019),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 등이 있고 공저로는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2020), ‘체게바라와 여행하는 법’(2014) 등이 있다. 생태주의자 신승철 작가의 얘기를 들어봤다.

 

- 연구실 소개를 하자면.

▲ 문래동 예술창작촌에 자리 잡은 ‘철학공방 별난’을 기반으로 해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으로 48명의 연구자, 기후활동가, 생협조합원들이 결집되어 있다. 2018년 폭염 상황에서 난리났다며 비상소집된 10여 명의 연구자와 활동가가 결사체를 꾸리면서 연구소가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생태적지혜 미디어(ecosophialab.com)을 발간하고 기후위기와 관련된 교육사업을 하며, 기후관련 책과 생태민주주의 관련 도서를 함께 쓰고 있다. 사실 우리 연구소에는 4마리의 고양이들이 사는데, 평소에는 고양이들의 집이기도 하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방문자가 뜸해져서 이제는 고양이들과 놀고 장난치는 일상으로 보내고 있다. 기후위기 관련 연대활동으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단체로 소속되어 있다. 영등포구 기후위기 비상행동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강의, 워크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 많은 책을 냈다. 이곳에서 집필한 책들인가.

▲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에서 대부분 썼다. 작가로서 활동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생태철학, 생명철학, 기후위기 등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정동(affect)에 대해서 탈고했는데, 정동개념을 쉽게 이해하자면, 사랑, 욕망, 돌봄과 같은 유사어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정동은 생명이 갖고 있는 에너지이자 힘으로서 강렬도에 따라 사회와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대부분의 저작활동은 연구실 책상에서 하루 3~4시간 정도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고양이들이 이따금 클래식음악을 듣고 싶어서 책상 위를 침범하는 일 이외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업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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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작가 저서 '모두의 혁명법' 표지  ⓒ위클리서울/ 출판사 알렙 

- 생태철학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연구 분야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 생태철학 중에서 기후위기, 생명철학, 동물권, 동물실험윤리,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 인문치료, 정동과 욕망의 철학, 펠릭스 가타리, 들뢰즈, 네그리 등이 망라된다. 주로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2002)’에서 기본 윤곽을 잡고 생태철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마음생태학, 사회생태학, 자연생태학의 세 가지 구도가 교차하는 것이 생태학이다. 이에 따라 마음생태학은 그 일을 해낼 사람을 만들기를 의미하는 주체성 생산에 방점을 찍고, 사회생태학은 사회적 관계망와 사회변혁에 방점을 찍고, 자연생태학은 자연과 인간의 신진대사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을 생태학의 조류로 보자면 마음생태학은 근본생태주의, 사회생태는 사회생태주의, 자연생태는 환경관리주의에 해당한다.

 

- 요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바다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우리의 바닷생물과 관련된 먹거리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갈 것이다. 일본정부는 인류에게 사죄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며, 이는 원전 자체를 끌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채 원전을 짓고 있는 현대 문명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해결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해결책이라면 일본 정부가 몇 경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자해서 이를 책임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에서의 방사능은 수만년간 방출될 것이다. 원전의 위험성이 이렇게 치명적인데도 원전이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말을 하는 원전마피아의 발언에 대해서 분노할 때다. 방사능 물질 0.0001밀리버트로도 우리의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방사능에 노출되면 지병이 있던 곳에 암이 생기고 온 몸이 쑤시고 결국 죽게 된다. 우주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생명이 꽃피웠던 지구 내부에 방사능이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생명의 절멸이자 멸종의 시계를 작동시키는 것과 같다.

 

- 원전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대두된다. 현실적으로 원전은 폐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원전의 방사능 물질은 반감기가 2만년에 달하는데, 시멘트와 철은 고작 100년 밖에 담아둘 용기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는 방사능 물질을 영구적으로 추방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에게 골칫거리를 남기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2만년 동안 인류가 생존할 지도 의문이 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편리를 위해 원전을 찬양하고 위생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로 호도하는 원전마피아집단은 미래세대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원전은 폐기 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싼 에너지원이 아니며, 폐기 자체가 가능한지도 의문이 되는 위험한 에너지원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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