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큰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수증기라고 알려진 연기가 치솟았습니다.

2019년 8월에 상업 발전을 시작했던 핵발전소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입니다. 설계 수명 60년의 세계 최대 핵발전소입니다. 한국의 핵 산업계가 세계 최고 기술로서 ‘한국형 핵발전소’라고 자랑했던 바로 그 핵발전소입니다.
 

2016년 7월 8일 오후,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가 상업발전 하기 전에 수증기를 배출하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29일 화재 때는 이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연기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장영식
2016년 7월 8일 오후,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가 상업발전 하기 전에 수증기를 배출하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29일 화재 때는 이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연기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장영식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는 밀양765kV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과정에서 불량 케이블이 납품된 사실이 알려져서 모두 교체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이번 화재 원인은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의 터빈계통 전압조정장치인 ‘여자기’의 코일이 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연료를 식히지 못하면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치명적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신고리 핵발전소 화재는 한국 핵발전소의 주요 설비 시설이 불량품으로 채워졌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사건입니다.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굉음과 치솟은 수증기로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화재 발생 40여 분이 지나서야 짧은 내용으로 화재 사실과 방사능 누출 등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핵부산시민연대에 의하면, 국내 핵발전소 가동을 시작한 1978년부터 현재까지 768회 핵발전소 사고 중 화재사고가 18회였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전기나 기계결함에 의해 발생하였습니다. 화재진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핵발전소의 안전을 통제하는 시스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매우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철저한 진상조사 없이 “안전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가 있는 울산시 서생면 반경 30킬로미터 내에는 부산과 울산광역시가 포함되어 있다. 울산은 중화학공업단지가 밀집되어 있고, 부산은 정관과 일광 그리고 해운대 신도시가 밀집되어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불량부품으로 건설된 핵발전소가 없으며,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처럼 인구 밀집지역에 대규모 핵발전 단지가 있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인들과 언론 그리고 경제계와 핵산업계는 "한국 핵발전 기술은 세계 최고이며, 한국 핵발전소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어떤 대학 교수는 "한국의 핵발전소에서는 지금까지 단 1건의 사고도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장영식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가 있는 울산시 서생면 반경 30킬로미터 내에는 부산과 울산광역시가 포함되어 있다. 울산은 중화학공업단지가 밀집되어 있고, 부산은 정관과 일광 그리고 해운대 신도시가 밀집되어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불량부품으로 건설된 핵발전소가 없으며,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처럼 인구 밀집지역에 대규모 핵발전 단지가 있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인들과 언론 그리고 경제계와 핵산업계는 "한국 핵발전 기술은 세계 최고이며, 한국 핵발전소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어떤 대학 교수는 "한국의 핵발전소에서는 지금까지 단 1건의 사고도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장영식

강우일 대주교는 “핵발전소는 결코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합니다. “핵발전소는 경제적 가치로 상쇄할 수 없는 더 숭고한 가치, 곧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그리고 생태계 전체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신고리핵발전소 4호기 화재 사건은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조사에는 당연히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야 합니다. 화재 원인인 여자기의 코일 등 불량 설비가 국내 다른 핵발전소에도 공급되었다면, 그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모든 핵발전소의 가동을 멈춰야 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때 고농도 방사능에 피폭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문제로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적 반일 감정까지 동원하여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한국에서 발생한 핵발전소에서의 화재사고에 대한 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투명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투명한 조사 없이는 일본을 규탄할 명분이 없을 것입니다.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사고에서 보았듯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지구별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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