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기생충의 벗’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2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서민 교수(2013년 위클리서울과 인터뷰 당시 모습)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서민 교수(2013년 위클리서울과 인터뷰 당시 모습)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코로나 때문에 나라가 여전히 어지럽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나. 그리고 백신에 대해 평가하자면.

▲ 지금 미국에서는 관중들이 노마스크로 야구 관람을 하고 있다. 이 광경이 어찌나 그립던지. 우리나라도 11월이면 70% 이상이 2차 접종을 완료할 테니, 그때부터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다 백신 덕이다. 특히 이번에 만들어진 백신은 현대의학의 총아라고 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기존 백신들이 바이러스를 죽인 뒤 사람에게 주사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백신은 바이러스의 일부분만을 외부에서 합성해 주사하거나, 아니면 레시피를 우리 몸에 넣어줘 몸 안에서 합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국소적으로 쓰인 적이 없진 않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쓰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효과는 훨씬 좋고, 부작용은 더 적으니, 인류는 의학의 진보에 감사해야 한다. 다만 우리가 백신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은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우리가 이스라엘처럼 접종률 1등을 하는 건 어렵다 해도, 우리 경제력에 걸맞게 10등 내외의 백신접종률은 기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접종률 세계 평균을 따라잡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정부는 확진자 수가 다른 나라보다 적어서 백신을 서두를 필요성이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말도 안 되는 궤변이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계속 마스크를 쓰고, 또 다섯명 이상은 모이지도 못하는 삶을 계속해야 하는데? 그냥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면 좋을 텐데, 매번 거짓말로 넘어가려고 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수술실 CCTV에 대한 찬반론으로 대립각을 세웠었다. 국민 정서는 설치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어떤 입장인가.

▲ 이런 건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지, 여론조사로 결정할 게 아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국회의원 수를 반으로 줄이라고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수술실 CCTV도 마찬가지다. 의사들도 성범죄, 대리수술 하는 의사들 싫어한다. 그들이 설마 자기들도 성범죄 저지르려고 CCTV를 반대하겠는가. CCTV가 주는 긍정적인 면이 없진 않겠지만, 득보다 해가 100배쯤 많다. 제일 문제되는 건 수술이 소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CCTV가 있다고 해서 의료사고가 덜 생기는 건 아니다. 수술이란 게 잘 안될 수도 있고, 또 수술은 잘 됐는데 환자가 죽는 경우도 있다. 이건 CCTV 여부와 무관하게 수술현장에서 늘 발생하는 일이다. 그리고 수술 결과가 안 좋을 때, 환자 측은 소송을 걸기 마련이다. 그런데 CCTV가 있다면, 소송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 성공확률이 30% 정도 되는 수술을 굳이 하려고 할까? 잘못되면 소송을 당하는데? 이건 좀 부차적인 문제지만,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다. 자신의 수술 장면이 외부로 빼돌려진다면 기분이 좋을까? 댓글을 보니 ‘인터넷 연결 안 되게 하고, 병원 컴퓨터에만 저장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던데, 순진한 얘기다. 의사를 포함한 병원 직원들이 영상을 빼돌릴 수도 있으니까.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리수술은 수술실 문에 설치하는 것으로 단속이 가능하다.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는가. 그 후폭풍이 두려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OECD 국가들 중 이걸 하는 나라가 왜 하나도 없는지, 이재명 지사는 생각을 좀 해보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니 사대주의라고 얘기하던데, 어이가 없었다.

 

- 서민 교수, 요즘 전과 달리 좀 전투적으로 변한 것 같다. 편 가리지 않고 각계 인사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 이전 정권 때는 보수를 악으로 봤다. 어차피 개과천선은 안 될 집단으로 간주했기에, 조롱이나 하자 싶었다. 그때는 경향신문에 2주마다 칼럼을 쓰던 시절인데, 이슈가 많아서 2주가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경향신문 블로그에 틈날 때마다 글을 썼다. 그때 쓴 글 중 가장 히트한 게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였다. 박근혜 정권 첫 대변인으로, 미국에서 성추행을 저지르신 분의 얘기였는데, 반어법으로 돌려 까서 인기를 얻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이듬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이제 모든 것이 다 정상으로 돌아가겠구나 싶었다. 적폐청산이 시작됐고, 이전 정권 사람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다. 그때부터 2년여 동안, 정치글을 별로 쓰지 않고 살았다. 경향신문에 칼럼을 쓸 소재가 없어서 고민하던 나날이었다. 소재부족으로 그만두겠다고 한 적도 있다. 물론 그때라고 해서 정권이 다 잘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실패로 돌아갔고, 정권의 탈원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이전 정권보다 도덕적이고 원칙에 맞게 일을 처리하니, 그것만으로도 됐다고 생각했다. 2019년 8월, ‘조국 사태’가 터졌다. 내가 알던 문재인이라면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면 안됐다. 취임초 약속했던 인사 5대원칙은 고사하고 이전 정권의 공직자 기준에 비춰 봐도 도저히 뽑아선 안되는 인물이지 않은가.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다. 정치.경제.외교를 망쳐놓고, 이젠 최후의 보루인 도덕성마저 갖다버린 셈이다. 더 이상 이 정권을 지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던 정권을 버리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그때부터 몇 달간 분노에 휩싸여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그 탈출구가 바로 글이었다. 네이버에 잠깐 쓰다 만 블로그가 있었는데, 그걸 다시 열었다. 거기다 거의 매일 한편씩 글을 쓰면서, 내 안의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다 조국흑서팀에 합류하게 됐고, 덕분에 이름이 알려져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정권이 조금이라도 반성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윤석열 총장을 1년 넘게 괴롭히는 걸 보곤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 선언을 했다. 검찰 출신이 당장 대권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 그런 우려는 당연하다. 범인이 존재하는 범죄와 달리, 정치는 정답이 없는 분야다. 때에 따라서는 반대파와 손을 잡아야 할 때도 있다. 검사 일만 평생 한 사람에게 좀 버거울 수 있다. 과연 그가 우리나라 정치에서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 제3당을 만들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정치를 하려면 돈과 사람이 필요한데, 검사 출신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그보다는 국민의 힘에 합류해 후보경선을 치르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그는 박근혜 국정농단의 수사를 담당했던 경력이 있고, 이로 인해 강성 우파는 여전히 윤석열을 비토한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돼 조금은 유연해졌다 하더라도, 당내 구성원들은 여전히 보수의 본산인 TK가 주류다. 이들을 설득해 당내경선에서 이길 능력을 윤석열이 가지고 있을까? 어려운 미션이긴 하지만, 윤총장이 이런 난관을 극복해 꼭 정권교체를 해주면 좋겠다. 이는 시대의 소명이기도 하다. 만일 더불어민주당이 한번 더 집권을 한다고 가정해 보라. 나라를 망친 문 정권에 대한 단죄가 물 건너가는 건 둘째 치고, 나라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만큼 망가질 것이다. 그러니까 윤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윤총장은 나라를 구하는 것이다.

 

- 얼마전 윤석열 측 대변인이 사퇴하기도 했다. ‘윤석열 X파일’ 때문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파일에 대한 존재 유무는 알 수 없는 상황인데.

▲ 그 부분은 알 수 없지만, 윤총장 거취에 대해 말을 잘못해서 경질된 거 아닌가? 잘 모르겠다.

 

-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신임받기도 했는데.

▲ 신문에 윤 총장에 관해 칼럼 한 편을 쓰기도 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은 윤 총장에게 빚을 졌다고 본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이런 말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참된 검사 하나가 나라를 어떻게 바꾸는지 국민에게 알려줬다. 친문 세력이 사회 각 분야를 장악하고 언론의 자유마저 틀어막았던 지난 시절, 윤 총장이 없었다면 그 엄혹한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윤 총장은 조국이 대통령 되는 걸 막아줬다. 그가 보통의 검사였다면 대통령의 격노 한방에 조국에 대한 수사를 접었을 것이고, 법무장관직을 성공적으로 마친 조국은 지금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야당에 이렇다 할 후보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차기 대통령 당선도 유력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위선의 아이콘에 능력도 없는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는 정말 끝장났을 것이다.

 

-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적 포지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면, 보수로 봐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잘 못하는 바람에 보수의 이미지가 안 좋아졌지만, 보수라는 게 원래 나쁜 이념이 아니다. 우리 역사를 봐도 보수는 뭔가를 만들어 내고, 진보라는 자들은 보수가 만든 걸 폄하하고 부수려고 했다. 나라가 망가진 지금, 보수가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울 때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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