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은 만인이 아닌 만명에게 평등”
“대한민국 법은 만인이 아닌 만명에게 평등”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1.07.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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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노동자들의 친구’ 권영국 변호사-1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1대 총선을 준비하고 치르느라 1년 이상 사건 수임 업무를 사실상 휴업했고 그 여파로 상당기간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어 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총선 후 후유증때문에 몇 달 쉬었다가 작년 말부터 사건 수임을 다시 시작했다. 휴지기가 길었던 탓인지 수임이 그렇게 활발하지는 못한 편이다. 분발해야 한다. 재산을 까먹는 남편을 탐탁하게 볼 아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쌍용차 사태’, ‘용산참사’ 등의 변론을 맡아온 ‘노동자들의 친구’이자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는 권영국 변호사. 시대가 변하면 노동부 장관 유력 후보자로 등판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는 노동자로 살아왔고 노동자를 변호했고, 흔히 ‘서울대 출신 사법고시 패스’가 누리는 혜택을 포기했었다.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했고 ‘변호사라는 양반이’ 가정에 들고 오는 월급이 일반 변호사 평균 월급에 한참 미달했을 게 뻔하다.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기업 사주들은 그가 관직에 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고, 어떤 정권은 그의 존재 자체를 기만할 수도 있다. 아직은 그렇다. 그럼에도 이제는 이땅의 많은 노동자들이 권변호사의 벗이 되어 적극 지지하기에 언젠가 그의 미래와 노동 현실 역시 조금은 바뀌리라 점쳐본다.

언제부턴가 권 변호사는 시민사회 활동으로는 노동 현실을 바꾸기 힘들겠다고 토로했다. 요즘도 시민사회 활동이 제도정치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제도정치를 견제하고 제도정치를 견인해 활동의 결과물을 입법과 정책으로 제도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 변호사는 “제도정치와 시민사회 활동이 서로 협력과 견제가 활발할 때 정치와 사회는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총선에서 득표율이 후퇴해 내상을 입었다. 총선 후 변호사 업무를 재개하고 일부이지만 사회 활동을 재개했다. 정치 활동의 전면에 나설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정의당 당원이다.

21대 총선 출마 이후 잠시 공석이던 정의당 노동본부장에 임명되어 몇 달간 활동했고, 심상정 대표 임기 종료와 함께 평당원으로 내려와 변호사 업무로 일부 복귀했다. 지난 해 쿠팡 물류센터 코로나 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이후 쿠팡의 작업환경과 물류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함께 하자는 요청이 있어 쿠팡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5월~6월에는 고 이선호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자문변호사를 자청해 유족의 민사 합의를 지원하고 ㈜동방을 비롯한 항만 운영사들의 불법인력공급 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해 정부에 항만의 고용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법은 정치세력간의 타협의 산물이며 결국 대다수의 입법은 다수 정치세력의 입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며 “노동으로 돌아와 보면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조차 명문화에 실패하고 있다. 중복휴일에 대한 대체공휴일조차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다. 얼마나 불공평한가? 대한민국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 미뤄져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법은 여전히 만인이 아닌 만명에게만 평등하다”고 일갈했다. 권영국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근황이 어떤가. 정의당 활동은 어떤지.

▲ 21대 총선 이후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과 전국민고용보험법안을 성안하는데 참여했고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에 따른 석탄발전소 폐쇄에 대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매진해 발전소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작업과 비정규직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당직을 맡고 있지는 않으며 주로 노동 관련 사안에 대해 당으로부터 토론 발제나 자문 등의 요청이 있으면 함께 하는 정도이다.

 

- 변호사로서 요즘 수입은 어떤가. 노동자들만 대변하며 돈을 못 벌어와 아내로부터 늘 꾸중을 들었다고 했다.

▲ 21대 총선을 준비하고 치르느라 1년 이상 사건 수임 업무를 사실상 휴업했고 그 여파로 상당기간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어 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총선 후 후유증 때문에 몇 달 쉬었다가 작년 말부터 사건 수임을 다시 시작했다. 휴지기가 길었던 탓인지 수임이 그렇게 활발하지는 못한 편이다. 분발해야 한다. 재산을 까먹는 남편을 탐탁하게 볼 아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평택항 산재노동자 고 이선호씨 장례식에 참석했던 모습
평택항 산재노동자 고 이선호씨 장례식에 참석했던 모습 ⓒ위클리서울/ 권영국 변호사 제공 

- 얼마 전 광주 철거현장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인건비를 아끼려 하다가 벌어진 사태라고도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참담했다. 설마 이런 참사가 또 발생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산업재해는 제쳐두더라도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그래도 우리 사회가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조금은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철거작업 현장 바로 옆에 버스정류장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는 것도 화가 났다. 감독부처에서는 무엇을 한 것인가 도대체...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철거공사가 하청에 재하청으로 내려가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철거용역업체에 맡겨진 것을 보고 다단계하도급 구조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데 탄식이 절로 났다. 위층부터 아래층으로 차례로 철거하지 않고 도로 쪽 건물 앞면을 두고 뒷면과 측면부터 철거하는 위험천만한 철거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위층부터 아래층으로 철거하려면 그에 맞는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려고 토사를 쌓아올리면서 포클레인을 그 위에 올려 측면에서 철거작업을 하다 발생한 참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건설공사이든 철거공사이든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말단에 있는 하도급 업체는 적은 비용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재하도급 구조 하에서 비용을 줄이려다 발생한 참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대안이 있다면.

▲ 광주버스 매몰 참사가 발생한 후 기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런 황당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마땅히 철거공사 원청과 하청 사업주 및 경영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누어 그 법의 적용대상을 달리 정했고 그 과정에서 구멍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전확보의무의 대상을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사업 또는 사업장의 종사자로 한정했고, 중대시민재해는 원료 및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이용자와 그 밖의 사람이라고 서로 다르게 정하고 있다. 결국 사업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에 대한 안전확보의무가 사라진 것이다. 광주버스 매몰참사는 철거업무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산업재해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중대산업재해의 안전확보의무 대상을 종사자 이외에 이용자 및 그 밖의 사람까지 포함했더라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했을 터이다. 제정운동본부가 제출한 국민청원입법안에서는 중대재해를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로 나누지 않고 통합적으로 규정하면서 안전확보의무의 대상을 ‘종사자’와 ‘이용자’ 및 ‘그 밖의 사람’으로 정해 이러한 사각지대를 막으려 했으나 국회 입법과정에서 중대재해를 두 유형으로 나누고 서로 달리 규정하면서 구멍이 뚫린 것이다. 안전확보의무나 안전보호대상을 열거방식으로 규정하게 되면 이러한 허점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입법과정에서 우려를 표명했던 내용들이다. 대안은 안전확보의무와 보호대상을 제한적 열거방식이 아니라 포괄적인 방식으로 바꿔가야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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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2021-07-10 17:20:02
우끼지 마라. 장애인 등 우리나라엔 이미 좋은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 그걸 강화시키면 된다.
핵심은 성적 지향을 넣기 위해 동성애, 레즈비언 옹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려는게 목적이다. 엄마, 아빠가 아닌 부모1, 부모2 로 지칭하는 가족 해체가 목적이다. 너네들이 얘기하는 산업재해, 이주민, 다문화 이런거는 동성애 옹호에 이용되는 데코레이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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