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검찰총장 임기 중에 사직했던 윤석열 씨가 대선 후보가 되었습니다. 대선 후보로서의 윤석열 씨는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은 “월성 원전 관련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사퇴했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강조해 왔던 검찰과 감사원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킨 것은 어떤 명분에도 비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특히 윤석열 씨는 “체르노빌 사건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저비용으로 생산돼야 산업 경쟁력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라는 궤변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는 지구별의 재앙이었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기억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 공간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재현해야 할 역사적 사실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재앙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사실이며, 지구별의 재앙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의 모습. 그 옆으로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가 건설되고 있다.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과정에서 온갖 짝퉁 부품들로 문제가 되었다.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는 최근 화재로 큰 물의를 일으켰지만, 정치권에서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영식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의 모습. 그 옆으로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가 건설되고 있다.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과정에서 온갖 짝퉁 부품들로 문제가 되었다.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는 최근 화재로 큰 물의를 일으켰지만, 정치권에서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영식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의 모습. 그 옆으로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가 건설되고 있다.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과정에서 온갖 짝퉁 부품들로 문제가 되었다.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는 최근 화재로 큰 물의를 일으켰지만, 정치권에서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영식 
윤석열 씨는 산업 경쟁력을 위해 저비용 에너지로서 핵발전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이 값싼 에너지라는 경제성 논리는 철저하게 핵발전을 찬성하는 세력들의 거짓 논리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 세계는 핵발전의 안전성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과 이후의 핵발전소 건설 단가는 전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핵폐기물 처리 비용과 사회적 합의 비용 등이 건설 비용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핵발전 단가가 저렴하게 책정된 것은 핵발전소 건설 공사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이런 비용들이 건설 비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씨는 핵발전소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씨의 논리는 매우 단편적인 위험한 사고입니다. 핵발전소를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사고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철저히 핵산업계를 대변하는 성찰 없는 논리입니다. 오직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들만을 위한 정치적 논리에 불과합니다. 법전에만 파묻힌 빈곤한 인식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윤석열 씨의 비판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야권과 보수 언론의 무차별적 공격에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송영길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부가 아니다”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토 면적당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인구 밀집 지역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핵발전소는 부실 공사와 온갖 고장과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격납 건물에 구멍이 뚫려 있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엉터리 짝퉁 부품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핵발전소 안전에 매우 중요한 주요 설비에 문제가 있음에도 ‘조건부’ 운영 허가가 나고 있습니다. 세계 핵발전사에서 유례가 없는 한국 핵발전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일들입니다.

한국의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은 혈액암과 갑상선암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배출하고 있는 수많은 핵종 등으로 질환을 겪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송전선로 경과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핵산업계는 핵발전소와 관련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귀를 닫고 언론은 입을 닫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 일본 천주교주교회의에서는 “핵발전소는 결코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핵발전소에는 경제적 가치로 상쇄할 수 없는 더 숭고한 가치, 곧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그리고 생태계 전체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선언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권력욕에 눈먼 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핵발전소를 폐로해야 합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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