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회상, 그리고 찾아오는 그리움

[위클리서울=김경배 기자] 운명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온다. 그 찰나를 지나치면 단순히 지나가는 과정이 되지만 그것이 운명이라는 굴레에 덧씌워지면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그 운명은 보통 행운과 불운으로 나누어진다. 로또 1등에 당첨되어 돈방석에 앉거나 주식이나 부동산이 급등하여 순식간에 재산이 불어나는 순간과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이다.

 

시각장애인이란 최경천 시인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최경천 시인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불행의 시작…어둠이라는 잔혹한 시련

침술지압원을 운영하는 최경천 씨에게 운명은 그렇게 찾아왔다. 2009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일이다. 그의 나이 49세 지천명을 눈앞에 둔 그에게 운명은 어둠이라는 잔혹한 시련을 안겼다.

좌절과 원망, 분노로 점철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왜 자신에게 이렇게 크나큰 고통을 주는지 잘못이라면 열심히 세상을 살려고 한 죄밖에 없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가혹한지. 그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한 그에게 이미 운명을 달리한 친구들이 문득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인생 포인트를 맞게 된다. “그래도 나는 운명을 달리한 그 친구들보다는 행복한 것 아닌가”라는…….

그때부터였다. 2011년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안마사 교육과정도 수료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8년 서울사이버대학 경영학과도 졸업하게 된다. 침술지압원도 운영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세상이 그에게 빛을 앗아갔지만, 그는 희망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밝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회상을 시(詩)로

그럼에도 그에게는 무언가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밝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회상, 그리고 찾아오는 그리움이다. 암흑 속에서 그는 무한한 상상과 회상을 통해 자신을 관조한다. 그러한 상상과 회상을 최경천은 글로써 하나하나 그려낸다.

답답한 마음에 쓴 시 한 편을 우연히 읽게 된 친구의 칭찬과 덕담에 힘을 얻은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 창작 활동에 나선다. 한편한편 그의 마음속에 보석상자로 남아있는 과거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이라는 이름을 통해 시로써 승화시킨다.

그의 첫 시집 『까망 하늘에 그리는 별』은 그래서 더욱 감성적이다. 적막함과 안타까움 애절함. 그리고 그리움이 시 한 편 한편에 곳곳이 숨어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이지만 현실을 볼 수 없는 그에게 있어서 과거는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웠던 과거와 함께 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가 아직 가보지 못한 미래는 또 다른 운명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척하고 극복해야 할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그는 러시아 근대문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충고대로 이제 더 이상 현실을 노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덤덤히 받아들이면서 미래를 노래한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종착역은 다르지 않다”

요람에서 태어나 인생을 출발한 우리의 삶은 각자 다르지만, 그 종착역은 모두 다 같다. 누구나 그 운명을 거스르고 영원할 수 없다. 그 과정이 험난하기만 한 이가 있는가 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꽃길만 걷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국은? 결국 마지막 순간에 맞이하는 세상은 모든 이에게 똑같다. 화광반조의 순간 뒤돌아보는 과거는 회한에 가득찬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시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최경천은 그러한 미래를 그린다.

우리의 인생은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꼬불꼬불한 인생이다. 빨리 갈 이유도 없다.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최경천은 시를 통해 그러한 인생을 노래한다. 끊기지 않고 비록 꼬불꼬불하지만, 끝없이 이어진 물길같이 최경천은 자신의 미래를 희망한다.

『까망 하늘에 그리는 별』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의 시 「사행천(巳行川)」처럼….

사행천 巳行川 

느리다고 타박마라
애기 모래톱 민들레 아가씨
물거울 일그러질라
빨리 가자 재촉도 마라
물 갈대 부레옥잠
깨 금실 흔들릴라
타박도 재촉도 거두어라
하얀 조약돌 까만 조약돌
맨살 부벼 사랑하다
어느 날 해거름 낯선 포구에 이르러
되돌아 실눈으로 바라보는
꼬불꼬불 긴 내 인생

최 경 천
전남 순천시 출생. 삶의 밑바닥 낮은 포복 중 2009년 12월 실명, 2011년 대입검정고시 합격, 대한안마사협회 안마수련원 안마사 교육과정 수료, 2018년 서울사이버대학교 복지시설 경영학과 졸업. 현재 한빛맹학교 음악 전공과(색소폰 전공) 재학 중, 선물 침술지압원 침술사, 한국맹인침술사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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