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 영화 ‘송버드’(SONGBIRD)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코로나 19(COVID-19)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지구 상에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찾아온다. 바로 ‘코비드 23’(COVID-23)이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후 인류를 위협하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렇게 불렀다. 지난해 12월 만들어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송버드’(SONGBIRD)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또다시 바이러스로 점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의학계와 과학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고 풍토병으로 남을 가능성과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켜 결국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로 인류를 또다시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코로나 X’라 부른다. 이는 코로나가 19에서 시작해 계속해 번호를 붙이면서 새로운 바이러스 유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감독도 이러한 과학자들의 의견을 더해 코로나19가 지나면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2020년 ‘코로나 19’에서 4년 후 발생하는 최악의 바이러스 ‘코로나 23’으로 말이다.

 

 

영화 '송버드'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바이러스 ‘코로나 X’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하며 희망에 부풀었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의 63%가 1차 접종을 완료하며 마스크를 벗었다.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미국도 전체 인구의 56% 이상이 1차 접종을 완료하며 각 경기장마다 수많은 군중들이 ‘노 마스크’로 몰려들었다. ‘자연적인 집단면역’을 시전 하다 내상을 크게 입은 영국도 백신 접종에 서두른 결과 69% 이상이 접종을 마치고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집단면역에 대한 기쁨은 잠시뿐 영국 정부는 다시 도심 봉쇄를 결정했다. 이러한 현상은 접종률이 높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주춤하던 확진자 수가 갑자기 일주일 전에 비해 2배로 늘면서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19 변이종인 ‘델타’ 바이러스가 우세 바이러스로 대두되면서 하루 1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초 과학자들은 전 국민의 백신 접종이 60~70% 이상 이뤄지면 집단면역이 이루어져 바이러스가 약해지고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당초 목표치보다 높은 접종률 80% 이상은 돼야 집단면역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이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RNA 바이러스와 DNA 바이러스는 둘 다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와는 달리 특성상 변이가 잦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처음 이에 맞춰 개발한 백신 효과도 변이종에 따라 예방률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RNA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용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한다는 설정을 담았다. 영화는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해 제작됐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영화는 코로나 19 백신 개발과 예방 접종으로 2021년에 코로나 19 사태가 수습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곧 2024년에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코로나 23’이 등장한다. 변종이 등장한 것이다. 바이러스 변이로 치사율 56%에 달하는 코로나 23으로 인해 전 세계 사망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각국은 계엄을 선언하고 강력한 통제에 들어간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앞으로 코로나19 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현재보다 더 강력한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을 시사된다.

 

면역자와 비면역자의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나

영화 속 ‘코로나 23’은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사람들은 아침에 기상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바이러스 및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그리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천연면역을 가진 사람들만이 외출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단지 0.1%의 사람만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천연 면역력을 가진 이들에게 노란색 면역자 표시 밴드를 착용한다. 면역력이 있다는 것을 검증해줄 면역표시 팔찌가 일종의 출입증이자 신분증이 된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현재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와의 차이를 두려는 각국 정부들의 정책과 유사하다. 최근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 백신을 대규모로 확보한 나라에서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백신 접종 시 우대 혜택을 안내하고 있다. 백신 접종자는 외출이나 여행 시 자가격리 기간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나 모임 제한 인원에서 빠지는 것 등이 그것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5월부터 떨어진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백신 접종자 특혜 방안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백신을 접종하면 1차만 접종해도 7월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실내 모임 제한 인원에서도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현실보다 더 극적인 전개를 담았다. 문제는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과 확진자들과 접촉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이다. 면역력 표시 팔찌가 없는 사람들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올 수 없다. 군인들은 사람들을 감시하며 집 밖으로 나오면 사살된다고 경고한다. 건물 내 확진자가 나오면 건물은 전면 봉쇄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이러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은 병원이 아닌 강제수용소로 옮겨진다는 데 있다. 바이러스 접촉자와 접촉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즉각 ‘Q 존’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 가게 되면 살아 돌아오기 힘들다. 각 도시마다 대규모 Q 존이 생기고 검문소에는 군인들이 배치된다. 야간에는 아무도 통행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바이러스의 치명률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델타 변이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7월 들어 확진자 수가 천 명을 넘어섰다. 15일 현재 1600명에 육박한 상태다. 질병청은 이대로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 이달 내 2천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 경고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18시 이후 2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초강수 대책을 실시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높은 방역단계인 ‘4단계’다. 영화 속 상황도 점점 더 심각해진다. 영화 속 사망자 수는 1억 1000만 명이 넘었다. 뉴스에서는 모든 감염자들이 격리수용소인 Q 존에 수용되고 있다고 전한다. 사라는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비면역자다. 그래서 사라는 집에서 인터넷 방송을 켜고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한다. 사라의 할머니가 병에 걸리고 사라도 Q 존으로 끌려가게 될 상황이 되자 주인공 니코는 가짜 면역력 표시 팔찌를 구매해 사라에게 주고 함께 6개월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안전한 도시로 향하려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만 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등장시킨 영화 ‘송버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너무나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제목으로 사용한 ‘송버드’(SONGBIRD)는 ‘고운 목소리로 우는 새’를 말한다. 감독은 왜 바이러스와 새를 매치시켰을까. 가수를 꿈꿨지만 집에 갇혀서 노래로 부르는 사라를 보면 새장에 갇혀 아름다우면서도 구슬피 우는 새가 떠오른다. 감독이 ‘송버드’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은 아마도 코로나 19로 집에만 갇혀 있는 사람들이 새장에 갇혀 노래를 부르는 사라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참혹하다. 하지만 이번만은 영화적 상상은 영화로만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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