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1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시민사회운동가로서 집회 현장에서 카메라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찍힌(?)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일 것이다. 참여연대 재직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쪽 편에서는 크고 작은 집회를 주동해왔다는 혐의를, 다른 한편에서는 그저 깨어 있는 시민들 속에서 함께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안 소장은 1997년 노동자들이 만든 건설회사인 우리건설에서 일하며 다세대주택 한 채를 짓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에 본격적인 발을 내딛었다. 그러다 IMF 외환 위기로 난도질당한 민중의 삶과 고통에 분노해 1999년 참여연대에 들어가 시민권리국 간사로 일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시민참여팀장·민생팀장·협동사무처장·사무처장·시민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수장을 맡았던 희망제작소에서도 사회창안팀장으로 일했다. 그렇게 시민사회 단체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우리 사회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를 넘어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민주주의·민생·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부당하고 황당한 정권에 맞서 크고 작은 집회·시위를 기획하고 참여하는 와중에도 줄곧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집중해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위험 대응 국민 촛불집회 당시 야간 집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구속됐고, 2016·2017년 촛불 시민혁명 때는 퇴진행동 대변인으로 일했다. 그러는 동안 검경에 스무 번 넘게 소환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10건 넘는 기소와 민사소송,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회·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8년 3월 참여연대 사무처장 임기를 마치고 ‘자유인’이 되어서, 지금은 서민경제 살리기와 경제민주화 추진, 그리고 양극화-불평등-민생고 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하는 민생경제연구소를 동료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민생경제연구소 출범 취지와 관련 안 소장은 “그동안 경제라는 것이 재벌, 대기업, 부동산 투기세력, 그리고 갑부들과 시장 만능주의자들만의 경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여기서부터 우리 단체의 문제의식이 출발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제는 원래 경세제민의 준말로서 그 자체로 민중적인 것이고, 민생문제 해결이 중심이 되는 개념”이라며 “그래서 오로지 서민, 중산층들을 중심으로 한 대다수 국민들의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서민, 중산층들을 위한 경제정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2018년 봄부터 민생경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참여연대에서 나왔다. 이유가 뭔가.

▲ 참여연대에서는 총 18년 동안 일을 했다. 정말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고, 많이 배우면서 많이 실천했던 나날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늘 참여연대와 함께 해주셨던 수없이 많은 회원님들, 자원활동가님들, 임원들과 동료 간사들에게 지금도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2018년 3월에 사무처장 임기가 종료되었는데, 사무처장 마치면서 새로운 민생단체를 하나 더 만들어서 한국 사회에, 또 우리 서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더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참여연대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았겠지만, 참여연대를 떠나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나왔다. 비록 참여연대와 비교했을 때 아주 작고 소박한 민생단체에 불과하지만 참여연대와는 다른 또 다른 공익활동을 전개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민생문제 해결과 서민경제 살리기에만 전념하는 단체, 민생문제 해결과 서민경제 살리기를 반대만 하는 지금의 국민의힘이나 조중동과 전면전을 전개할 수 있는 단체도 꼭 몇 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으로 민생경제연구소를 만들어서 현재까지 나름 전력을 다해 활동해오게 된 것이다.

 

- 안 소장은 참여연대에서 행동대장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집회현장에서 아마 사진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찍힌 활동가 중 한 명일 것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요즘의 활동과 그때의 활동을 비교해보자면.

▲ 아이고! 행동대장이라니 영광이다. 행동대장까지는 못 되었어도 무엇이라도 열심히, 특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구호를 넘어 정말로 변화를 일궈내는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은 했던 것 같다. 우리들이 참여연대나 대규모 연대기구 활동을 할 때 현장에서 애쓰시는 사진기자님들께 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사진 기자님들이 사진도 더 잘 찍어주셨던 것 같다. 참여연대는 상근자만 50명이 넘는 큰 시민단체이고 우리의 경우는 모두 자기 직장을 가지고 살면서 민생경제연구소 일에 협력하는 구조라서 참여연대의 활동에 비하면 매우 미약하고 많이 부족하다. 참여연대가 아주 좋은 활동을 여전히 많이 해주셔서 참 고맙다. 우리는 단지 참여연대나 큰 시민단체들이 열심히 하는 활동에 힘을 싣기도 하고, 때론 큰 시민단체들이 못하거나 신경을 못 쓰고 있는 일들에 집중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가장 반 서민적이고, 반 개혁적인 인물인 나경원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에 대한 집중적인 대응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또 방송이나 강의 등을 활용해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교통비, 통신비, 이자비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온몸으로 하고 다니기도 했다.

 

- 참여연대와 민생경제연구소의 차이점은.

▲ 참여연대는 정말 큰 단체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다. 우리는 아주 작은 시민모임이자 연구모임에 불과하다. 가끔 저 때문에 민생경제연구소를 참여연대 부설 기구로 아시는 분들이 있던데, 완전히 다른 별개의 단체라고 강조하고 싶다. 참여연대는 한국 사회의 제반 이슈를 다루는 종합적인 시민단체라면, 우리는 작은 역량으로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민생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는 민생단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는 권력 감시를 기본으로 하고 좋은 정책을 집중 제안하는 단체로서 독립성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면, 우리는 권력 감시보다는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이들하고도 협력하고 공조하는 훨씬 유연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캠페인 단체로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 참여연대는 앞서 말한 기조 하에 지금까지 좋은 일을 아주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고 있다. 지금도 저는 참여연대의 변함없는 회원이고 또 작은 돈이라도 추가로 후원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참여연대가 더욱 더 잘 되고 더 많은 시민들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좋겠다.

 

안진걸 소장의 활동 모습 ⓒ위클리서울/ 안진걸 소장 제공

- 최근 고민하고 주력하는 활동, 어떤 것들이 있나.

▲ 민생경제연구소 활동에 전념하면서 동시에 상지대 초빙교수로 계속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또 작년까지는 tbs tv에서 티비민생연구소 프로그램을 곽현화 개그우먼, 박철민 방송인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매불쇼, TBS 허리케인라디오 등 방송에도 계속 출연하면서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한 다종다양한 정책을 설파하고 다니고 있다. 2019년엔 <되돌아보고쓰다-가난한이들을위한민주주의> 책도 펴낸 후 전국에서 책과 관련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노동 존중, 서민경제 살리기, 국민들의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이자비·교통비·문화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는 일, 사회 곳곳의 부당한 적폐를 청산하는 일 등에 주력하면서, 정책 대안 제시도 열심히 연구해나갈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저는 2016년~2017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 올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6개월 동안 우리 국민들과 함께 촛불시민혁명에 주력한 것을 평생의 보람과 긍지로 여기며 함께 해주신 수천만의 촛불국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겸손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 단체는 어떻게 운영되나. 자금 문제로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 민생경제연구소가 작은 단체이긴 하지만, 조그만 사무실 운영과 소수지만 일꾼들의 활동비, 그리고 공익소송 활동 등에 비용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제가 참여연대 시절에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후원회원 가입을 당부 드리고 일시적인 후원금도 많이 요청 드리면서 살았는데, 또 다시 그런 부담을 드리는 게 참 면목 없고, 코로나19로 다들 힘드시니까 서민들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도 죄송해서, 일단 우리는 민생경제연구소의 주요 구성원들이 갹출하면서 대략 소박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정기 후원회원이 없다. 정기 후원회원을 받게 되면 다른 공익단체를 후원하던 분들이 그 단체 후원을 끊고 옮겨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것도 정말 미안한 일이어서 아예 정기 후원회원제도를 두지 않은 것이다. 다만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면 꼭 일시적으로 후원하시겠다는 분들 있어서, 유튜브 방송을 통한 일시적 후원이나 민생경제연구소 구성원들이나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하시거나 기부를 해주시면 그것들을 모아서 투명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저는 민생경제연구소 급여나 활동비를 받지 않고 있다. 제가 알아서 먹고 살면서, 오히려 제가 민생경제연구소를 돕는 게 맞는 것 같아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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