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가을바람 ‘빅테크호’ 순항할까
서늘한 가을바람 ‘빅테크호’ 순항할까
  • 왕명주 기자
  • 승인 2021.09.2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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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네이버 ‘경보음’

[위클리서울=왕명주 기자]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심상치 않다. 최근 증권가에서 두 기업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를 맞은 국회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양상이다. 특히 정부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정조준하고 있어 향후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는 골목상권 침해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서비스 관련 등으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빅테크’ 분위기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국내 IT 업계의 선두 주자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가을 항해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2000원(1.65%) 하락한 11만 9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월 26일 11만 9500원 이후 4개월 만에 12만원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최근 2주 동안 23% 넘게 하락했다.

이에 반해 네이버는 17일 전 거래일 대비 1000원(0.25%) 오른 40만 3000원으로 마감했다. 2주 전 대비 11% 빠졌지만 2거래일 연속 2500원(0.62%) 오르며 소폭 반전에 성공했다.

두 기업이 흔들린데에는 정부와 여당의 공세가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규제를 공론화하고 나선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정보 제공 서비스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금융상품 정보 제공 서비스에 대해 ‘중개’라며 관련법에 따라 등록하지 않으면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카카오도 본격적인 수습 작업에 나섰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직접 회의를 열고 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협력사 지원 기금 조성 등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와 택시·대리기사 단체들은 ‘면피용 대책’이라고 여전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위법 행위’ 정조준

업계에선 카카오가 이미 1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등 ‘문어벌 확장’에 경고음이 울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만원에서 18만원으로, 한화투자증권은 18만 5000원에서 17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목표가를 낮췄다.

국정감사 일정이 종료되는 10월까지는 이러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흐름이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네이버는 이와 달리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54만원), 현대차증권(60만원), 유안타증권(55만원), 신한금융투자(57만원) 등이 모두 목표가를 유지했다.

개인들은 카카오의 반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9월 들어 외국인은 카카오 주식을 1조 388억원어치 팔아치웠고 기관은 카카오뱅크 주식을 742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지만 개인들은 카카오 주식에 대해 1조 441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카카오뱅크 주식도 716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이 같은 증권가의 움직임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행보와 맞물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최근 들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에 감시망을 좁히고 나섰다. 올해 말부터 기업 규모뿐 아니라 거래금액도 따져 기업결합 신고를 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정위는 조만간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만들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어떤 행위가 불공정 행위인지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공정위는 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따질 때 매출액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평가 요소를 활용할 방침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의 다운로드 횟수나 페이지뷰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초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 규제로 기업의 혁신 성장을 막지 않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감, 연이은 ‘증인 채택’

하지만 여기엔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2017년 63개였던 계열사를 2019년 71개, 올해 118개까지 늘렸다. 71개 대기업집단 중 자산총액은 18위지만, 계열사 수는 SK(148개)에 이어 2위다.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은 보통 '혼합결합' 방식으로 기업결합을 하는데 이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업종을 합치는 것을 의미한다.

수평·수직결합과 달리 경쟁 제한성 우려가 낮은 것으로 판단돼 심사 통과가 쉬운 편이다.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온라인 차량 대여 플랫폼 사업 '딜카' 인수를 혼합결합으로 보고 승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거래 금액을 기업결합 신고 기준에 포함하기로 했다. 상품이나 콘텐츠 월간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인 회사를 6000억 원 이상에 인수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를 상단에 우선 노출시킨 네이버쇼핑·동영상에 대해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검색과 쇼핑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사업자가 자체 플랫폼에서 검색을 하면 자사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자사우대',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막는 '멀티호밍 차단', 경쟁사보다 동일하거나 더 싼 가격을 책정하게 강제하는 '최혜국대우 요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언제든지 긴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금융 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계도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는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위반 소지가 있는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은 서비스를 개편해야 한다.

당국은 금소법에 따른 등록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금융 상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온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경우 일단 서비스를 중단하고 위법 소지가 없도록 개편한 후에야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 업체들이 제공하던 대출 및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 펀드 판매 등이 광고가 아닌 사실상의 중개 서비스라고 봤다.

이와 관련 카카오페이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업체와 제휴 맺고 투자 상품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미등록 중개 행위라는 금융 당국의 지적을 받고 지난달 말 이를 종료한바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여의도 분위기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회 복수의 상임위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독과점 논란이 지속되는 카카오 저격을 위해 김범수 의장을,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으로 논란이 된 넥슨의 김정주 창업주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김 의장과 이 GIO 등의 국감 증인 소환을 예고했다. 카카오는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 네이버는 직원의 극단적 선택을 촉발한 직장 내 괴롭힘이 신청 이유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두 플랫폼 기업과 이통 3사 CEO 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를 선도해 온 두 빅테크 기업이 서늘한 가을 바람 속에서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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