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바이러스란? 두려움이 없는 젊음
청춘에게 바이러스란? 두려움이 없는 젊음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1.09.27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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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바이러스(viral, 2016)’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엄마가 나한테 기침을 했어.”

친구가 말했다. 아무래도 감기를 옮은 거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던 친구는 승강기에 탄 남성이 갑자기 한 여성에게 다가가 피를 토하는 장면을 공유한다. 하지만 친구의 엄마의 기침은 보통 감기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승강기에 탄 남성의 돌발행동 또한 단순한 이상행동이 아니었다. 바로 ‘웜 플루’라는 바이러스에 의한 결과였다. 2017년도에 개봉한 영화 ‘바이러스(viral, 2016)’는 기생충 바이러스에 의해 세계가 초토화되면서 변화되는 현상을 그린다. 충격적인 B급 영화 포스터는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영화 ‘바이러스'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기생충 바이러스, 피로 안면을 강타하다

현실에서 우리는 아직도 바이러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류를 괴롭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내 코로나 환자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듯하다. 서울 및 경기 수도권 지역 확진자는 전국의 약 75%에 달한다. 이는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더욱 심각하고 활발하게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골처럼 사람들이 서로 교류를 하지 않는 곳에서는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되지 않는다.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는 방법이 인간의 교류를 끊는 방법이라는 것이 답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얼굴을 대면하고 서로 얽혀 먹고 살아가기를 반복하는 도시에서는 그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와 같은 집단생활을 하는 공간에서는 더욱 집단 감염을 피하기 어렵다.

영화 ‘바이러스’에서는 서로 얼굴을 대면하며 살아가야 하는 공간에서 상대에게 기침을 해서 비말을 전파하거나 직접 피를 뿜는 방식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된다. 주인공 엠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엠마와 언니 스테이시는 아버지를 따라 지방의 한 도시 섀도우 캐넌으로 이사를 온다. 엠마는 학교에서 기생충에 관련한 강의를 듣던 중 친구 그레이시가 갑자기 수업 도중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어 따라 나간다. 그레이시는 영화 초반에 엄마에게 감기를 옮은 것 같다고 말한 친구다. 친구는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고 엠마는 그런 친구를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마침 한 남학생이 도와주러 오는데 그레이시는 그의 얼굴에 피를 뿜는다. 그레이시는 단순한 감기에 감염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기이한 발작 및 행동은 기생충에 의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를 작은 기생충에 의한 전염병이라고 확정하고 전국적인 바이러스 유행을 막기 위해 지역 단위로 검역에 들어간다는 전염병 계획을 발표한다. 그레이시의 증세로 인해 학교는 수업이 중단되고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마치 지금 코로나19 상황과 흡사하다. 학교에서는 감염자와 접촉된 대상을 가려내고 상담한다. 상담사는 그레이시가 가축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그레이시의 침이나 분비물이 직접 튄 적이 있는지 등을 상세히 묻는다. 하교를 하기 위해 아버지를 만났지만 아버지는 공항에서 돌아오는 어머니를 데리고 오기 위해 공항으로 간다. 하지만 갑자기 마을이 격리구역으로 통제되는 바람에 돌아오지 못한다. 집에는 언니와 엠마만이 남게 된다. 마을은 정부의 격리 정책에 따라 아무도 이동할 수 없게 된다. 집집마다 이동하지 못함에 따른 재난 구호키트를 받는다. ‘보건복지부 재난 구호 키트’라고 적혀있는 박스 안에는 마스크와 밴드 등이 들어있다. 2016년도에 제작된 영화인데 지금 상황과 흡사해 쓰디쓴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다. 당시에는 이런 장면들을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바이러스'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청춘에게 바이러스란? 죽음이 두렵지 않은 젊음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지난해 3월 뉴스와 인터넷 SNS에는 “코로나 따위 개나 줘버려”라는 전광판이 비추는 클럽에서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붙어 신나게 땀을 흘리며 춤을 추던 청춘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100미터 줄을 서고 문 밖 출입을 삼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청춘들에게는 바이러스는 ‘개’에게나 줘버릴 것이었다. 영화에서의 청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언니 스테이시는 외출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무시하고 파티에 간다. 엠마도 평소 맘에 있던 남학생 에반의 문자를 받고 파티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파티의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학교에서 친구 그레이시의 ‘피 공격’을 받았던 남학생이 파티장에 난입해 사람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엠마와 스테이시 앞에 선 그 남학생은 스테이시 얼굴에 피를 토한다. 언니의 남자친구가 공격자인 남학생을 각목으로 제압하고 이들은 집으로 돌아온다.

샤워를 하며 피를 씻어내는 스테이시. 하지만 기생충 바이러스는 강력했다. 목 뒤를 긁는 스테이시. 아무래도 감염이 된 것 같다. 미국 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미국 정부는 계엄령을 발표한다. 전화와 인터넷 통신도 끊어졌다. 군인들은 확진자들을 끌고 갔다.

엠마와 스테이시, 에반은 고립된 환경 속에서 함께 집을 지키고 감염자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공격하는 것을 방어한다. 이때 한 감염자가 집안으로 들어오고 이들은 총을 쏴 감염자를 제압한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스테이시는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그레이시가 쓰고 있는 하얀색 마스크에는 피가 번진다. 에반은 엠마에게 언니가 감염자로 의심되니 언니를 두고 떠나야 한다고 설득하지만 엠마는 그럴 수 없다. 친언니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엠마는 언니를 방에 격리하고 아빠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불행한 결말을 자초한다. 엠마는 언니의 목 뒤에서 기생충이 파고 들어간 구멍을 발견하고 숨구멍을 막아 기생충이 기어나오길 기다렸다가 잡아 뺀다. 줄넘기처럼 한도 끝도 없이 길게 나오는 기생충을 발로 밟아 죽이자 언니는 차츰 인간다운 모습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기생충 바이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눈빛이 파충류처럼 변한 스테이시는 집 밖을 뛰쳐나간다. 엠마와 에반도 언니를 찾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닌다.

 

영화 ‘바이러스'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바이러스'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이들이 언니를 찾기 위해 발견한 한 저택에서는 이상한 모습을 한 감염자들이 가득 있다. 저택의 한 구석에서 언니를 찾은 엠마. 하지만 스테이시는 동생을 해치면 안된다는 인간적인 고뇌를 보이면서도 기생충에 감염된 공격자의 모습을 보인다. 엠마는 결국 감염자로 변한 언니에게 총을 쏴 죽인다. 한편 미국 정부는 감염자들의 은신처를 표적으로 지정하고 마침 엠마와 에반이 들어갔던 저택을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 은신처를 불태우기 위한 비행기가 하늘에 뜬 것을 발견한 에반은 엠마에게 지붕에서 뛰어내려 수영장으로 탈출하자고 한다. 물속으로 뛰어들자 저택은 폭발하고 화염 속으로 모든 것이 사라진다.

감염자들이 모여있는 곳이 모두 불타고 난 후 다소 안전해진 마을. 이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던 엠마와 에반은 한 상점에 엠마의 아버지가 남긴 가족사진을 발견하고 사진 뒤에 아버지가 쓴 글귀를 읽어내려간다. 사진 뒤에는 “엠마와 스테이시, 이 글을 봤다면 살아있겠지. 벤 삼촌 집에서 만나자. 사랑한다. 아빠가”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감독은 바이러스가 이렇게 사라진다고 관객에게 희망을 준다. 영화 중반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사라지고 비감염자들은 집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는 극 중 내레이션은 씁쓸하기만 하다. 영화에서는 끝났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현재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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