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와인이야기-5]

ⓒ위클리서울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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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재현] 이번 글의 주제는 필자가 어렵게 생각하는 와인 테이스팅의 표현에 대한 부분이다. 
글을 전개하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흐려질까봐 미리 결론부터 적어본다.
『와인은 오랜 시간 우리 인류가 보편적으로 즐기는 공통의 무엇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각의 표현은 다를 수 있다. 다름에 대해 고민하는 것, 다름을 나누는 것이 와인 테이스팅의 본질이다.』

필자는 프랑스에서 와인 관련 유학 생활을 했다. 자연스레 불어를 익히고 절실하게 사용해야 하는 환경이었고, 이 과정에서 불어 외에 다른 외국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어로 쓰여진 와인 표현을 익힐수록 우리말 표현에 대한 갈증과 아쉬움이 비례적으로 커져가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와인 테이스팅이라는 행위 자체에 있었다.

와인을 마시는 행위를 머릿속에 그리며 찬찬히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잔에 담긴 와인의 색을 보게 된다. 이어서 향을 맡고, 입에 넣어 맛을 본다. 그리고 여운을 느낀다.
색, 향, 맛 그리고 여운. 모두 우리의 감각에 절대적으로 의지한다. 감각으로 인식한 내용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언어의 몫이다. 알다시피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문화,
역사, 정체성을 담고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내가 느꼈던 갈증과 아쉬움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와인 테이스팅 표현이란 마시고 음미하고 느낀 바를 문자로 연결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문자로 표현되기에 최소한의 '문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문법'이 연결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제 실례를 들어 외국어로 쓰여진 와인 테이스팅 표현을 살펴보고, 거기에 사용된 와인
테이스팅 ‘문법’을 익혀보자.

‘Bindi Sergardi’ 라는 이탈리아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레드 와인에 대한 표현이다.
“Intense ruby red color. Fruit, flowers and spices on the nose, a bouquet that reflects the soil where it comes from. In the mouth it is soft, with a nice level of acidity that makes this wine fresh and lively. Sweet and mature tannins grant the wine a long finish.”

와인 테이스팅 표현에 흔히 사용되는 요소(문법)는 위 예에서 보듯이 색(color), 향(nose), 산도(acidity)와 탄닌(tannins) 등의 요소를 포함한 전체적인 맛(mouth) 그리고 여운(long finish) 이다.
위의 구성 요소들을 적절히 사용하여 느낀 바를 진솔하게 표현하면, 그게 바로 와인 테이스팅
표현이 된다. 탄닌을 제외하면 달리 생소한 요소는 없을 것이다.
탄닌은 포도의 씨, 껍질, 줄기 그리고 와인 숙성 용기인 오크 (참나무 통)에서 유래하는 자연적인 성분으로, 와인 생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기억하기 쉽게, 아직 덜 익은 감을 먹었을 때나 깜박 잊고 아주 오래 우려낸 진한 차를 마셨을 때와 같은 느낌을 생각하면 된다.

서두에 쓴 것처럼 필자가 와인 테이스팅 표현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자신의 제한된 어휘력과 표현력이 드러나는 것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솔하게 쓴 와인 테이스팅 표현을 보면 그 사람의 어휘력, 표현력, 감수성 더 깊이 들어가면
그 사람의 가치관 또한 읽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감각한 것들이 시음자의 고유한 사회/문화적
배경, 정체성을 거쳐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와인 테이스팅 표현도 할수록 좋아진다.
그리고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여러 감각을 눈에 보이게 구체화할 수 있어서 즐거움
또한 따른다.

이 칼럼의 제목을 다시 한번 적어본다.

<와인 테이스팅, 표현해야 내 것이 된다.>

박재현 (주)인디펜던트리쿼코리아 전략기획팀 팀장
박재현 (주)인디펜던트리쿼코리아 전략기획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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