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일본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지난 9월 스가 요시히데 후임을 선출하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켰던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이 낙선하고,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당선됐다. 일본 내 여론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자민당이 민심을 거스르고 다시 ‘아베 노선’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 배경엔 개혁의 바람을 차단하려는 일본 정치권과 재계의 의지가 녹아 있다는 해석이다. 극우 정권으로 분류되는 기시다 정권의 출현으로 우리 정부도 비상에 걸렸다. 독도, 위안부 문제 등에 고압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18년 본지 위클리서울과의 인터뷰 당시 ⓒ위클리서울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전문가들은 결국 아베가 밀어준 기시다와 다카이치의 연합이 승리를 견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극우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다카이치가 중요한 위치에 오르고, 고노는 물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니카이 도시히로 현 간사장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전문가인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경제계에선 신재생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고노의 당선을 경계해왔다. 그것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대기업의 회사원들이 한꺼번에 자민당 당원이 돼 투표 결과를 흔들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일본 내 의견이 여론조사에서 60%에 달했다. 자민당이 장기 집권기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난제가 많이 생겼다”며 “결론적으로 일본 정치권은 혼란기에 접어들었고 야당이 치고 올라올 틈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고노 다로가 한국과의 관계 진전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결과는 기시다로 결정났다. 경제정책을 제외하곤 기시다는 기본적으로 아베 노선을 계승할 것”이라며 “기시다는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기시다라는 사람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베의 그늘에 있기에 한국과의 관계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1998년부터 세종대 교수직을 맡았고 2003년 한국에 귀화했다. 귀화 이후 ‘독도가 한국 땅’임을 학문적으로 규명,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호사카 유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일본은 1년도 안 돼 총재 바뀌는 경우 있어”
 

-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가 기시다 후미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기시다 후미오, 어떤 인물인가.

▲ 히로시마 출신 국회의원이다. 아베 신조랑 국회의원 동기다. 아베랑 동기이기 때문에 상당히 친하다. 방향성은 조금 다르지만 서로 바둑도 두는 사이다. 아베가 직을 내려 둘 때 기시다에게 총리직을 물려준다는 설도 있었다. 그런데 추진력이 없다는 게 일본 정계의 평가다. 총리감은 아니다. 인간적으로는 괜찮다는 평가 정도다. 그는 아베 정권에서 4년 정도 외상을 했다. 외교 분야에서 온화한 성격 때문에 타 외교부와 사이가 좋았고 유화적이었다. 자민당 내에서 진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중도적이랄까. 성격적 결함은 없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러나 자신의 신조가 약한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아베의 작품이다. 아베의 가케무사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과의 관계 전망은.

▲ 고노 다로가 한국과의 관계 진전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기시다로 결정났다. 경제정책을 제외하곤 기시다는 기본적으로 아베 노선을 계승할 것이며, 한국에 대해서도 강경할 것이다.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우리로서는 안 좋다. 기시다라는 사람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베의 그늘에 있기에 한국과의 관계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자민당은 전쟁 이후 대다수 세월 동안 일본을 지배해왔다. 누가 되든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 한국의 정당 정치랑은 다르다. 자민당은 크게는 중도우파랑 극우파랑 나눠진다. 중도우파는 2000년대 김대중 정부랑 대화도 했다. 자민당이라고 해도 두가지 색깔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고노가 당선되었다면 2000년대 이전 중도우파 쪽의 자민당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또 자민당이라는 당은 파벌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민당 안에 작은 정당들이 여러 개 있다고 봐야 한다. 진보적인 파벌, 극우적인 파벌이 있다. 파벌 명단도 따로 있고 회계도 따로 한다. 기시다는 아베보다는 진보적인 파벌이었다. 그럼에도 아베와는 가깝다. 최대 파벌은 아베가 들어가 있는 극우적 파벌이다. 결국 아베 힘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고노가 당선되었다면 아마 아베랑 돌아섰을 것이다. 고노는 기본적으로 리버럴한 사상을 갖고 있다. 고노가 되었다면 아베 정치를 청산시켰을 것이다. 일본 국민들은 아베를 청산하기를 원했다. 현재 일본 국민들도 이번 결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 일본에서 진보정당 출현은 요원한지.

▲ 2009년부터 3년 넘게 민주당이 집권했는데, 여전히 세력이 약하다. 현재로서는 자민당 내에서 진보적인 세력이 득세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아베와 스가로 이어진 자민당 정권을 싫어하는 국민들이 많다. 지금도 이름만 바꿔서 기시다가 등장한 것이다. 조만간 새로운 정권에 대한 엄격한 심판을 할 가능성도 있다. 기시다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자민당 내에서 안 되겠다 싶어 기시다를 다른 진보적인 인물로 교체해야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일본은 1년 안에 총리(총재)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 투표 문제와 관련 일본의 정치 시스템, 어떻게 봐야 하나.

▲ 독일 등의 의원내각제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들 국가보다 밀실정치에 주력한다. 사실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파벌의 이익으로 인해 사람을 뽑는다. 자민당은 대기업 쪽에서 당원을 내준다. 그러니까 회사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민당 당원이 되어있다. 기업 회장의 의도로 당원표가 움직인다는 얘기다. 얼마 전에도 고노가 탈원전을 언급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싫어했다. 실은 압도적으로 고노가 이길 수 있었는데 많은 표들이 기시다로 가버렸다.

 

- 이른바 일본의 69혁명 등 과거 적군단 등이 주목을 받던 때가 있었다. 일본에게 ‘짱돌을 들던’ 그런 시절을 기대하긴 힘든지.

▲ 70년대 초반 과격한 극좌는 몰락했다. 너무 폭력 노선으로 갔기에 몰락했다. 극좌 내부에서도 폭력과 살인이 많았다. 서로 죽였다. 내부에서부터 무너진 것이다. 물론 온건한 사회주의 세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 일본은 천왕제 때문인지 정치와 관련해 국민 정서가 위축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이를테면 집회나 데모 등에 소극적이라고들 한다. 정치적 지배 논리에 큰 저항이 없다는 지적이다.

▲ 일본 국민들이 뭔가 소리를 내도 무력하다. 반영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시위를 하나마나인 경우가 많다. 결국 시스템 자체가 자신들의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정치에 무관심해진 것이다. ‘지지정당 없음’, 이게 50프로 정도 나온다. 일본을 한국의 잣대로 이해하려면 이해를 못한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50년대는 엄청나게 시위를 많이 했다. 그 이후 제도적으로 무장했다. 결국 일본 경찰, 일본 정부가 국민을 이긴 것이다.

 

- 일본 내 극우 세력이 기세등등한 이유는.

▲ 그들은 이른바 ‘45년 세력’이라 불린다.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과거 집권 세력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지기까지 일본의 침략은 정당했다고 우긴다. 위안부는 매춘부고 일본이 강제연행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대표 세력들이다. 현 일본 정권 역시 이 세력을 기반으로 한다.

 

2018년 본지 위클리서울과의 인터뷰 당시 ⓒ위클리서울

- 유지 교수의 경우 일본 극우세력들이 싫어할 타입이다. 협박을 받은 적은 없는지.

▲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5년 정도 되었다. 그런데 비난하는 건 한국 사람들이다. 저한테 전화가 와서 위안부는 다 매춘부이고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일본에서는 크게 비난하지 않는다. 극우세력들은 물론 저를 욕하겠지만, 상식을 가진 일반 일본 대중들은 대체적으로 저를 학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 실제 일본 보수세력이 국내 친일 학자들을 돕는 게 사실인가. 한국내 ‘신친일파’가 득세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신친일파란 일본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세력들이다. 학자들도 다수 있다. 일본하고의 관계도 돈독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들은 일본이 편에서만 논리를 개진한다.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영훈 이사장이나 이우연 박사 등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상식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얘기를 감언이설로 일반 대중들을 속인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들이 읽으면 믿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은 위험하다. 국민들이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이영훈 이사장의 경우 사실 경제학자 아닌가. 그런데 평생 역사를 연구해온 사람처럼 친일본 성향의 근현대사를 논하고 있다.

 

- 독도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독도가 일본땅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를 학문적으로 규명해야 하는 것도 관건이다. 학자로서 어떤 입장인가.

▲ 일본 입장은 1951년 8월 미 국무부가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쓴 서한이다. 그런데 이건 미국의 견해에 불과한 비밀문서였다. 지금 미국은 그 견해조차도 부인하고 있고, 지금은 독도를 한국의 영토라고 표기한다. 미국의 문서는 비밀문서였고 국제사회가 공인한 것도 아니었다. 역사적으로도 일본은 1905년까지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한 적 없다. 1905년 이전까지 한국은 독도를 우산도로 불렀다. 이건 팩트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 일본이 독도를 점하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독도를 빼앗게 되면 울릉도까지 넘볼 수 있다. 물론 영토성 확장이라기보다는 해양의 확장이라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독도를 빼앗게 되면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울릉도 목전까지 해양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런 꿍꿍이를 갖고 있다. 그리고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면 국제사법재판소에 어필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니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가 터지면 그들은 늘 독도문제를 외교카드로 활용한다.

 

- 한일 관계는 바람 잘날 없다, 양국간 관계가 진전이 되려면.

▲ 어러운 문제다. 특히 지금 일본의 극우 정권과의 관계 진전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좀 먼 얘기 같지만, 사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그동안 서로 떠안아 왔던 많은 문제들이 풀릴 것이다. 아무래도 체급이 달라지니 말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일본도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호사카 유지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