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갈망이 인테리어 작업을 하나의 ‘작품’으로 -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정연
공간에 대한 갈망이 인테리어 작업을 하나의 ‘작품’으로 -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정연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2.01.06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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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정연 한샘 RD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인류 역사 이래 ‘집’은 개개인의 삶의 영역이자 가장 사적이고, 편안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장소로 인식됐다. 구석기 시대 이름 모를 크로마뇽인이 살았던 동굴이던, 루이 16세가 머물렀던 베르사유 궁전이던 말이다.

재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자가 격리’와 같은 단어들이 일상을 침해하면서부터 ‘집’은 더욱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받았다. 집과 함께할 시간을 반강제로 선물 받게 된 사람들은 그 대상을 사랑할 방법을 저마다 찾게 됐다. 그중 일부는 집을 꾸미고 감상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인테리어 업계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함께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기쁜 비명을 지르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에 적당한 기회를 부여받았다.

공간에 대한 갈망을 인테리어 작업에 미학적으로 녹여내는 신정연 한샘 RD(Rehouse Designer)를 한샘 디자인파크 목동점에서 만났다.

 

ⓒ위클리서울/ 신정연 제공
ⓒ위클리서울/ 신정연 제공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

“요즘 고객 미팅이 너무 많다”는 신정연 RD에겐 정제된 고단함이 느껴졌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일과에 대힌 설명을 들으며 이 직종의 직무에 대해 생각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직무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건물 내부 공간의 구조 및 시설의 배치 등을 구상하여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저희를 RD(리하우스 디자이너)라고 하는데, 한샘에 처음 입사하고 ‘이 직업의 역할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생각 많이 했죠. 현장직과 내근직이 합쳐진 느낌이랄까요. 디자인 미팅도 계약도 저희가 하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고 캐드로 도면을 그리고, 인테리어 제품 발주도 저희가 넣어야 하고요, 현장 실측도 가고. 그러면서 운전도 정말 많이 해요. 하루에 100킬로는 기본이고. 인테리어 완성 후 A/S 관련 상담도 저희의 일이에요. 이 일들을 한 현장이 끝날 때까지 하나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고, 보통 몇 개의 현장이 겹쳐 있어요.”

“힘들지만 견디고 해낸 만큼 뚜렷하게 성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제 성미에 맞아요. 그러면서도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의 사람은 이 직종에서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의 직무를 설명하면서 ‘작품’이라는 단어를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동하게 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설명할 때는 분명 쉽게 나올 수 없는 단어였다.
 

회화‧디자인‧건축 섭렵한 미학적 인테리어 디자이너

“예고를 나와 대학교에 들어갈 때도 동양화를 선택했어요. 회화를 전공하면서도 항상 ‘공간’,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죠.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왔고, 서울에서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됐고,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프랑스로 갔어요. 브르타뉴 지방에 있는 ‘브레스트’라는 도시였어요. 브레스트 보자르((Ecole superieure d'arts de Brest, 국립미술대학)에 진학했는데 미술대학의 개념이 한국과는 좀 달랐어요. 입학할 때부터 동양화, 서양화,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처럼 세부적으로 나누는 한국과 달리, 보자르에서는 2학년이 돼서 ‘아트’와 ‘디자인’ 중 선택하게 됐어요. 저는 디자인을 선택했고,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부터 건축과 수업까지 마음껏 들을 수 있었고 건축에 굉장히 끌렸어요.”

“건축에 푹 빠져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안도 타다오나 자하 하디드 같은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받기도 했죠. 그러면서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 ‘건축’인지 ‘공간’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죠.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은 분명히 다르고 저는 외장재보단 전체적 공간에 대한 느낌들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점점 알게됐어요. ‘바깥보다 안을 구성하는데 흥미가 있구나 나는’ 하면서 이쪽을 내 직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고 생각을 굳혔죠.”

바다의 도시에 나고 자라 프랑스의 바다의 도시에서 유학을 마친 그녀가 향한 곳은 프랑스의 중심 파리였다. 파리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인턴을 거치면서 ‘미쉘 에블랑’ 등 시계 브랜드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녀가 택한 곳은 업계 1위 한샘이었다.

“마침 제가 입사할 때쯤 이 회사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중점적으로 시작했어요. 리하우스 디자인의 초창기 멤버가 됐죠. 시작할 땐 그래도 5년에서 10년 일하면 이 일을 빠삭하게 알겠구나 했는데 점점 더 기준을 스스로 높이게 되더라고요. 코로나 전에도 인테리어 수요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고객들 수준도 엄청나게 늘어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공부를 점점 더 많이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전원주택을 지어서 이사하는 고객의 경우,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정원까지 꾸미게 되고, 그럼 외장재에 대해서도 다뤄야 하고.”

“일하면서 어려운 현장들도 분명 있었죠. 짐을 전부 빼지 않은 상태에서 인테리어를 해달라는 고객도 있었고, 공사 중에 너무 잦은 빈도로 개입하시는 분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만족시켜드리는 게 제 일이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더라도 만족한 고객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다른 고객들을 또 소개하기도 해요. 이 일은 반 정도 영업직이기 때문에 소통 능력도 굉장히 중요해요.”
 

ⓒ위클리서울/ 신정연 제공
ⓒ위클리서울/ 신정연 제공

인테리어 시장의 현재

코로나19와 각종 부동산 이슈로 인한 유례없는 인테리어 수요의 폭증은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들어냈다. 업계 종사자 못지않게 방대한 정보를 가진 유사 전문가들도.

“요즘 인테리어 시장에서는 3무(無) 스타일이 유행이에요. ‘무몰딩’, ‘무문선’, ‘무걸레받이’. 이걸 ‘히든 인테리어’라고 하는데 갤러리나 전시장처럼 벽도 새하얗고, 마감재나 선도 전부 숨기고 가구로 포인트를 주는 거예요. 의자나 탁자, 소파를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그 스타일은 분명 예쁘고 고급스럽긴 하지만 그건 집의 컨디션, 생김새, 그리고 사람의 성향에 따라 맞게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갤러리 같은 인테리어를 구현하고 싶다고 해도 벽의 간격이나 기울기가 전부 일정해야 하거든요. 오래된 집이나 아파트들은 그렇지가 못해요. 그럴 경우 전체 벽을 목공으로 다 치고 천장도 전부 철거해야 하고 공사가 굉장히 커지는 거예요. 또, 히든 도어의 경우 도어체크 같은 것들이 전부 안에 있어 깔끔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한번 고장나면 문 전체를 다 뜯어야 되기도 하고요”

”이런 공정을 모르고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에 대한 비용이나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는 걸 꼭 말씀드리죠. 인테리어는 살면서 쉽게 자주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저는 예쁜 것도 좋지만 실용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꼭 이걸 구현해야겠다고 말씀하시는 고객에게는 ‘어느 부분만 포인트를 주고 나머지는 덜 주자’는 방향으로 가자고 설명을 드리기도 해요.”

뚜렷한 직업관을 말하는 그녀가 아직 20대라고 말했을 때 속으로 조금 놀랐다. 베테랑의 분위기를 갖췄다기보단 이미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인테리어 작업이라는 건 끝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거니까 작품에 대한 호응이 있으면 엄청 뿌듯하죠. 누군가에게는 일생에서 한 두 번 밖에 없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 일이 정말 가치가 있다고 느껴요. 그 사람이 사는 공간을 완성시키는 거니까 살면서 계속 저희가 생각나지 않을까요?”

“저는 가치의 실현에 중점을 두는 편이에요. 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구축해 고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 나가는 게 제 목표예요.”

그녀의 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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