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권영국 변호사-1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방송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특검하자 하고, 윤석열 후보는 답변하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인만 동의하면 가능해 보인다. 만일 대장동 특검 요구에 누군가 물러선다면 물러서는 쪽이 구린 것이 아닐까? 계좌추적을 성역 없이 정확하게 하면 비리의 진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권영국 변호사 ⓒ위클리서울/ 권영국 변호사 제공

대선을 요동치게 한 건 대장동 사태다. 대장동 사태 몸통은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가져오게 하는 현재의 개발방식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은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단순히 특혜와 비리로 인한 것으로 넘겨짚기엔 무리가 있다. 엄청난 개발이익의 핵심은 땅이라는 지적이다. 도시개발이 이뤄진 전과 후의 대장동의 땅값은 상전벽해라 표현해도 무방하다.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를 수용해 민간업자에게 매각하면 개발로 인한 지가 상승분을 온전히 민간업자들이 독차지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에는 천문학적인 부패카르텔이 형성되는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함을 국민들에게 가르쳐줬다.

대장동 사태 외에도 여러 관심사들이 잔존해 있다. 검찰공화국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대선 과정에서 실종된 정책들을 어떻게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의문 등이다. 민주당이 많은 의석수를 갖고 있어 향후 윤석열 당선인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국민들이 향후 정치에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빙의 승부로 대선은 끝났고, 대장동 사태와 특검 도입 여부 등에 대한 의심은 깊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의 행보에 많은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언론의 최고 덕목은 권력감시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더라도, 언론은 이재명 관련 혐의들에 향해 펜을 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윤 당선인에 대한 분석이 주요 과제일 수밖에 없다. 법조인이었던 윤 당선인에 대해 <위클리서울>은 현직 법조인의 분석을 들어봤다. 권영국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노동,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권 변호사는 최근까지 주변에서 “향후 검찰공화국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아 왔다. 이와 관련 권 변호사는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권은 불의를 베고 정의를 세우는 칼이 아니라 권력자를 위한 도구로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양상이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시민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공안적인 시각에서 권력과 기득권 질서에 저항하거나 문제제기하는 시민과 노동자들을 오히려 불법으로 낙인찍고 각종 실정법을 동원해 억압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향후 정권의 ‘언론장악’, ‘군사정권과 유사한 시대로의 회귀’ 우려 등과 관련해 문제점을 짚어봤다. 다음은 권영국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대선이 끝났다. 아슬아슬하게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결과를 놓고 민심을 평가하자면.

▲ 20대 대선은 후보에 대한 자질 검증이나 정책 내지 비전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집권당에 실망한 ‘닥치고 정권교체’ 심리가 지배한 선거였다고 본다. 그 결과 질문에 대해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명백히 부적격한 후보가 최고위 선출직에 당선됐다. 상대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진영 논리가 가장 극렬하게 맞붙은 비호감 선거였다. 결국 양극화 된 거대양당 정치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이기도 했다. 민심은 진영대결과 함께 더 나쁜 놈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으로 이분화 되었고, 소신투표 혹은 제3의 선택은 나쁜 놈을 돕는 이적행위로 설자리를 잃었다. 촛불항쟁의 결과로 집권한 정부와 여당의 도덕적 우월감에 따른 오만과 독선,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 인사정책, 각종 개혁정책의 용두사미와 의지 부재, 정책적 무능, 벼락거지로 통칭 되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자산격차의 심화 등에 따른 실망감과 그로 인한 정권교체 심리가 정책의제와 인물 검증을 삼켜버린 한편, 후보의 현저한 자질 부족과 정책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이대남 지지로 상징되는 젠더 갈라치기와 여성혐오, 세대포위를 통해 증오와 대립을 극단적으로 조장한 선거였다. 0.73%의 근소한 차이로 양극화된 균열을 드러냈다.

 

- 이재명 후보가 선전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패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대선 기간 내내 과반을 넘는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0.73%의 근소한 표 차이는 이재명 후보의 상당한 선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선전에는 상대 후보의 몰상식한 언행, 자질 부족, 혐오적 태도에 따른 반사적인 효과도 상당히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패인은 다양하겠으나, 후보 스스로가 유권자들에게 강한 신뢰를 주지 못한 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재명 후보의 행정 경험과 추진력을 인정하면서도 여론의 유불리에 따라 너무 쉽게 정책이나 입장을 바꾼다는 사실에서 신뢰감을 갖지 못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그로 인해 연상되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이 끝끝내 발목을 잡았고, 마지막에 터진 부인의 법인카드 사용과 공무원의 사적 이용 등의 도덕성 논란 또한 여론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정부와 많은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지난 5년간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 그렇다. 재벌독점과 불공정거래 문제, 사회양극화문제, 부동산정책문제, 노동정책문제, 교육정책문제, 언론정책문제,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제도 문제, 내로남불식 인사정책문제, 검찰개혁문제 등 각 분야를 뜯어보면 깃발만 나부끼고 대부분 반대에 부딪히면 추진과정에서 변형되거나 축소일로를 걸었다. 예를 들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호기롭게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가 28번이나 간보기식 찔끔거리는 정책으로 오히려 정책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해 투기심리를 조장했고 건널 수 없는 자산격차와 불평등의 벽을 만들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기대심리를 조성했으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상징되는 노동정책은 무기계약직 자회사 구조로 차별을 온존시키고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불안정 고용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대책을 방기해버렸다. 180여석에 가까운 거대 집권당이면서도 승자독식의 수혜라는 근시안적인 태도로 인해 다원적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방지 등을 위한 제대로 된 선거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사표 논란을 잠재우고 개혁과 진보세력이 연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을 것이다.

 

- 대선과 별개로 대장동 사태 몸통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어떤 이들이 몸통이라고 생각하나.

▲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사태의 몸통이 누구냐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개발업자 내지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의 이익을 가져다주었다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일까 아니면 개발사업에서의 부정대출과 비리행위를 발견하고도 수사 과정에서 눈감아주었다는 윤석열 전 수사책임자일까. 이러한 논쟁은 다분히 상대에 대한 마타도어로서의 선거전략이자 정치공학적 선동에 따라 사실이 과장되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개발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특혜를 주었거나 수사과정에서 봐주기 수사를 했다면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한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은 2005년 공영개발사업으로 확정되었으나,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압력 등으로 민간개발로 변경되었고, 2010년 5월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후 다시 공영개발로 변경되었으나 성남시의회 다수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결사반대로 어렵게 통과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자금력과 조직, 개발경험 부재로 인해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했고, 성남시는 개발이익의 사전확정방식으로 1조원에 달하는 개발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환수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민간업자들로부터 개발이익을 환수한 것이 보기 드문 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을 몇몇 개발업자와 투자자들에게 안겨주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공으로 수용한 토지를 민간에게 매각하는 방식은 토지 매각 후 불로소득의 발생과 이를 노린 투기의 창궐을 막기 어렵다. 공영개발로 인한 이익을 국민과 시민들에게 돌아오게 하려면 개발방식을 바꿔야 한다. 공영개발은 공공이 수용·조성한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공공이 소유한 채 민간에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을 취해야 한다. 개발이익을 민간업자들이 독점할 수 있는 개발방식을 그대로 두고 누가 몸통이냐고 다투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고 본질을 비껴간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