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지하 12km 밑 지옥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지하 12km 밑 지옥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2.04.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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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슈퍼딥(The Superdeep, 2021)’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진짜 천국과 지옥이 존재할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우리는 죽음 이후의 일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내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까? 인류는 사후세계는 고사하고 지구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데 만약 지옥이 지구 심층 하부에 있다면 어떨까? 지옥과 지구 내부. 눈부시게 발전된 현대문명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니 상상으로나마 그 진실에 접근해보는 수밖에. 아르세니 슈빈 감독이 연출한 러시아 영화 ‘슈퍼딥(The Superdeep, 2021)’은 마치 사실 같은 도시괴담에 상상력을 덧입혀 지구 내부에 있는 지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지옥은 다름 아닌 바이러스로 인해 만들어진 지옥이었다.

 

영화 ‘슈퍼딥'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옥이 지구 내부에 있다면?

지구는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진파로 감지한 결과다. 그런데 인류가 직접 지구 밑에 무엇이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땅 밑을 시추한 적이 있다. 과거 구소련(러시아)과 미국의 군비 및 우주개발 대결이 한창인 냉전시절, 러시아는 미국 보다 더 깊게 지구 내부를 시추하기로 한다. 그 시기에는 무조건 미국을 이겨야 했던 시절이다. 그 결과 현재까지 인류가 가장 깊게 판 구멍은 러시아가 작업한 러시아 콜라반도의 12km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발견된 동굴은 갑자기 주변과는 다르게 급격하게 기온이 올라갔다. 탐사팀은 용암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마이크를 내려 보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알 수 없는 비명 소리가 감지된 것이다. 탐사팀은 “마치 지옥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악다구니와 같았다”라고 인터뷰를 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 사실에는 허구와 진실이 섞여 있다. 인류가 가장 깊게 파내려간 지구 내부는 확실히 콜라반도 12km 지점이지만 마이크에서 비명소리가 감지되었다는 것은 도시괴담처럼 내려오는 출처가 불명확한 사실이었다. 아무튼 이러한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감독은 영화를 기획했다. 영화 ‘슈퍼딥(The Superdeep, 2021)’은 지구 내부 지하 12km 밑에서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지며 사람들이 실종되었고 이를 해결하려는 군인들이 지구 내부에 들어가서 생기는 일을 다룬다. 감독은 신종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러스야 말로 현존하는 지옥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고통스러운 시대가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영화는 러시아 콜라 반도에 있는 어느 연구시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장을 한 러시아 군인들이 눈발이 날리는 허허벌판을 지키고 서있다. 그 곳은 방금 전까지 한 남자와의 사투가 처절하게 벌어진 현장이었다. 난동을 벌이던 남자는 수류탄을 꺼내들고 자폭했다. 남자가 죽고 난 뒤 시체를 부검하며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나선 여 주인공은 ‘안야 표도르바’. 그녀는 이 연구소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왔다. 그녀가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연구소가 있는 지하 12km 밑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영화 초기 난동을 부린 남자는 헬기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자폭한 것이다. 군인들은 난동을 부리던 남자가 장정 몇 명을 거뜬히 해치울 정도로 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의아한 표정을 한 안야. 남자의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시신의 일부를 집어들었지만 놀랍게도 재처럼 까맣게 타 사라진다. 무언가 계속 이상하다. 이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 ‘슈퍼딥'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슈퍼딥'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슈퍼딥'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슈퍼딥'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구, 지옥이 별개 아니다

샘플 채취가 어려워지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군인들과 함께 연구시설로 향한다. 연구시설은 지상과 지하 12km 밑으로 연결되어 있다. 담당 연구소장 그리고리예프는 안야에게 샘플 채취보다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당부하며 지하로 향한다. 지하 내부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 승강기를 이용해야 한다. 승강기는 카드키와 보안키를 눌러야 움직이는 철저한 보안체제로 운영된다. 보안키를 세 번 틀리면 승강기는 지하 바닥으로 순식간에 떨어진다. 승강기가 떨어지면 승강기에 탄 사람들은 즉사할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보안시스템이다. 지하 12km의 절반까지 내려온 승강기. 그런데 소장은 갑자기 기압을 조정해 같이 탄 군인들을 기절시키고 유유히 사라진다. 소장이 카드키를 가지고 달아나버려 안야 일행은 승강기를 움직일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놓인다. 군인들은 “카드키가 없으면 올라갈 수 없고 내려가기 위해서는 다른 승강기로 갈아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카드키가 없으니 다른 승강기를 이용할 수도 없어 걸어가야 한다. 내려가기 위해 움직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그런데 이 때 지하에서 어느 여자가 갑자기 다가온다. 그녀의 이름은 ‘올라’다. 연구소 내 과학실장의 직책을 가진 여자였다.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 그녀는 200도가 넘는 지하 공간을 탈출해 이곳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녀의 말에는 어패가 있었다. 지하는 너무 뜨거워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한 걸음도 떼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저 평범한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상태다. 그녀의 옷을 벗기니 등은 심각한 바이러스로 오염되어 피부가 괴사한 상태였다. 그녀를 격리실에 가두고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안야. 그때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음이 들린다. 올라가 있던 격리실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하에서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진 것은 사실이었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몸을 파고 들어 세포들을 괴사시켰다. 소장과 헬기를 막아선 남자는 이 바이러스가 지구 바깥으로 퍼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안야 일행을 저지한 것이었다. 그제야 소장과 자폭한 남자의 의도를 알게 된 안야.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남아있다. 실종된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같이 왔던 군인들은 무언가에 전멸당한 상태다. 안야 일행은 승강기 보안키를 일부러 틀려 지하 가장 밑까지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지하로 도착한 안야 일행. 그곳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실종된 사람들이 한 몸으로 결합되어 인간이 아닌 형태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 안야는 지구 내부에서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그 정체는 지옥의 사자와 같이 보이는 바이러스로 만들어진 괴물이었다.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서로 합쳐졌고 곧 괴물의 먹이가 되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세간에서 연상하는 불타는 지하 내부와 불이 타고 악마에게 잡아먹히는 광경. 바로 지옥 그 자체였다. 우여곡절 끝에 안야를 구하러 온 구조팀은 안야를 구출하고 무사히 1층으로 올라온다. 하지만 이미 안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이다. 안야는 벌판으로 나가 수류탄을 꺼내 죽겠다며 위협한다. 그리고 수류탄의 핀이 뽑힌다.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영화의 첫 시작이다. 헬기를 막아선 남성이 자폭하는 장면. 이제 그 대상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연구원 남자에서 안야로 바뀌었다. 지옥을 만든 바이러스는 그렇게 지하 12km에서 영원히 사장되었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의 바이러스는 어떤가. 아무리 치사율이 낮은 경증의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변이됐다고 하지만 연일 사망자와 중증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인구의 20%인 천만 명이나 감염된 상태다. 과거 델타 등의 바이러스보다는 치사율과 중증도가 낮다고 하지만 감염되면 목이 찢어지는 것 같은 ‘지옥’을 맛본다는 코로나19. 자연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해답이다. 좋은 음식을 잘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 면역력으로 지금의 바이러스 지옥을 이겨내 보자. 언젠가는 안야의 선택처럼 바이러스를 사장시킬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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