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1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현 조건에서 이 전쟁은 빨리 끝나는 게 좋다.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없다. 국민들 목숨 생각한다면 빨리 끝내야 한다. 굴욕적이더라도 끝내야 한다. 러시아가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다. 전쟁은 카멜레온과 같은데, 현 전쟁의 경우 장기화 전망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이미 끝났어야할 전쟁인데 계속 끌고간다. 서로가 결론을 알고 있다. 계속 전쟁하면 우크라이나는 아마 초토화 될 것이다. 돈바스전선에서 러시아는 압도적인 공군력에다 병력도 1:3 우위다. 미국은 알면서도 전쟁을 장기화하고 전장을 확대하고자 한다. 인권, 학살 운운하면서 말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겐 희망고문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3개월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유럽 각국과 미국 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명분으로 국방 예산 증액과 각종 무기 도입을 공식화했다. 군비 증강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방산 업체의 주가도 연일 상승 중이다.

현재로서 전쟁 종식은 요원해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외교 실패로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스스로도 군사적으로 ‘노플라이 존’이다. 나토 공군이 들어와도 우크라이나가 이들에게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땅길, 하늘길, 바닷길 다 막혀 있는 상황.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투입시키지 않고 전쟁에 필요한 비용만 지급하고 있다.

전쟁을 통한 이익집단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현 전쟁을 끌면 끌수록 미국, 러시아, 젤렌스키 정권만 이익을 볼 것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도 나온다. 전쟁이 터지면서 젤렌스키의 추문들은 다 묻혀버렸고 지지율은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피해 입은 국가들은 프랑스, 독일 등이다. 가장 큰 피해는 우크라이나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현 담론 지형은 대한민국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전쟁으로 러시아 가스값은 급등했다. 이와 연계돼 향후 한국 원자재 값도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무기 대여법, 프로파간다 물량전, 경제 물량전 등으로 이 전쟁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보이고 전쟁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가 새로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사이클상 볼 때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 공황이 오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파탄과 관련한 폭탄이 어느 순간에 러시아에서 올지 미국에서 올지 중국에서 올지 어디에서 올지 모른다. 우리 경제는 내부에 코로나 빼고도 경제적 내적 모순이 쌓여 있어서 언젠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전쟁을 떠나 한국 자본은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다”면서도 “한국경제의 경우 전쟁이 없어도 리스크가 큰데 전쟁 때문에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대선 때 온갖 경제 공약을 남발했는데,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도 윤 당선인의 고민일 것”이라며 “이 전쟁 때문에 좌우를 떠나 물가 불안은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전쟁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지금의 전쟁은 특히 미국이나 러시아 경제엘리트들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며 “미국은 미군들을 투입시키지 않으면서 계속 이익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한국과의 관계설정과 관련해선 “러시아는 정치군사적으로 우리와 비교 안 되는 슈퍼파워이고 전략폭격기도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며 “얼마전 국방부가 전투 지원할 때가 아니라고 밝힌 건 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만 하면 된다. 러시아는 우리의 절대 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KNCC, 국제통상연구소 등에서 활동해 왔다. 산업통상부, 몇 개의 국회상임위, 국회입법조사처 등에서도 오랫동안 자문을 했다. 국제관계에서는 국제통상을 주되게 연구해왔다. 다음은 이해영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전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 언론의 기본이 상실 내지 소멸되었다고 본다. 보도 장치가 부실하다 보니 여론이 편중되고 있다.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이게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국제정치에서 전쟁을 선과 악의 문제로 구분지으려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으로 국한시키는 모양새에 둘 중 누가 선인지 악인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이건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정치의 문제다. 우리 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인식과 담론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들도 최소한의 검증을 안 한 것 같다. 뉴욕타임즈는 뒤늦게 검증팀을 가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정면으로 싸울 수 없다. 미군 파병과 군사작전만 없을 뿐이지, 사실 러시아와 미국의 전쟁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런 부분을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 대안이 있다면.

▲ 당연히 휴전해야 한다. 전쟁은 멈춰야 한다. 다만 누구든지 동의할만한 목표와 협상 내용이 있어야 한다. 러시아는 2월에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지만 그때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봐선 안 된다. 지난해 연말 미국과 러시아는 화상회담을 했고 그때도 러시아가 나토 동진을 거론했지만, 미국의 반응이 없었다. 그 뒤 올림픽개막식때 미-중 두 정상이 나토동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전략적으로 상황이었고 알게 모르게 전쟁은 벌어지고 있었다.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분리되면서 이런 사단이 난 것 같다.

▲ 가까운 원인으로 보자면, 현존 사회주의와 소련의 붕괴 이후부터다. 굉장히 중요한 전략자산인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배경을 봐야 한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가 친러 정권에서 친미 정권으로 레짐체인지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현대사를 봤을 때, 소련이 붕괴되지 않았으면 이런 일들이 없었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바르샤바 조약체제도 붕괴되었다. 러시아 푸틴정권도 테러와의 전쟁, 북핵관련 미국과 공조했지만 사실상 우크라이나는 나토 멤버가 되었다. ‘지정학적 문화’로 볼 땐, 양국이 같은 슬라브족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 브레진스키류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의 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어샤이머(Mearsheimer)류 지정학에서 보자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국가다. 이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세계질서를 관리함에 있어 우크라이나는 중립화하면 된다.

 

- 우크라이나, 미국과는 동맹이라 봐야하나.

▲ 한쪽에서는 유라시아축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핵심이익국이 아니라고 본다. 후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완충 국가로 남겨두자는 말이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도 리버럴/네오콘 대 리얼리스트사이에 합의가 없다. 돌연 ‘처칠급’으로 부상한 배우 출신 대통령 젤렌린스키의 정체성 즉 기본적으로 친서방이지만 중도-민족주의 성향도 동시에 갖고 있는 데 미국이 발을 빼면 진성 네오나치만 남는다. 이것도 미국으로서는 문제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의 우리 국회연설은 삼류 프로파간다 같지 않은가. 그리고 과연 그가 대한민국이 어디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본토 사람들도 푸틴을 경멸하는 분위기라는데.

▲ 전쟁에 대해선 비판적일 수 있지만 자국민 입장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역지사지로 보자. 러시아는 항상 위협자고, 미국은 피해자다? 이건 아니다. 모스크바 코앞에 미국 미사일이 있다. 러시아가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나토로부터 항상 위협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외교에서 실패해 결국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정치의 다른 수단이다.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다. 실패한 국제정치는 전쟁으로 간다.

 

- 현재 러시아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듯하다.

▲ 과거 푸틴의 러시아도는 처음에는 미국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와 오일머니로 러시아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런 과정에서 군비도 확보했다. 러시아가 일정 부분 과거의 영광 그러니까 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했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이 종결되자 ‘그레이트 파워’로서 미국과 전략적 경쟁 국면으로 넘어오면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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