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3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북한은 누구 편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

▲ 러시아 편이다. 볼 것도 없다. 한 때 러시아와의 관계가 껄끄러웠지만 앞으로 북중러 삼각관계는 더 끈끈해질 것이다. 북중러 관계가 원활해지면 북한 경제는 더 좋아진다. 미-중, 미-러 관계 틈에서 북한은 살길이 많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막혀 있던 관계에서 북한으로서는 역설적이게도 좋은 공간이 창출되었다.

 

- 대한민국은 어떤 포지션에 있어야 하나.

▲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 필수 중에 필수 아니겠는가. 과거 마오저뚱이 냉정하게 국제관계와 국제정세를 보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담론의 지형은 우리에게 유익하지 않다. 함부로 나서선 안 된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면 절대 하면 안 된다. 인도적 지원은 해도 되지만 살상용무기는 지원하나 마나이며 러시아와의 관계도 나빠지게 된다. 지원해서 탄환이 넘쳐나면 뭐하나. 미군이나 한국이나 독일이나 영국 등 아무도 우크라이나에 못들어간다. 다들 병력이 없다. 폴란드가 낡은 미그기를 미국에 줘도 미군은 안 간다. 이게 딜레마다. 러시아는 정치군사적으로 우리보다 슈퍼파워다. 전략폭격기도 우리랑 비교가 안 된다. 거기에다가 멋모르고 들이댈 때가 아니다. 얼마전 국방부가 전투 지원할 때가 아니라고 밝힌 건 잘한 일이다. 아무튼 전쟁 분위기에서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 마지막에 움직이면 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만 하면 된다. 러시아는 우리의 절대 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한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하고 향후 어떤 관계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이전부터 우리 나름대로 해왔던 러시아와의 정치적 관계가 있다. 러시아는 대국들과의 국제정치에 능하다. 우리는 거기 끼어들어선 안 된다. 그리고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어느 편에 들지 말고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도 사실 우리가 러시아와 뭘 하든 신경 안 쓴다. 미국은 또 러시아에게 자원으로 손 벌릴 수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함께 하려 한다. 전쟁이 종식이 되든 장기화가 되든 미국은 러시아에게 손 벌릴 게 많다.

 

- 이번 전쟁을 통해 팍스아메리카나 신화도 끝나는 것인지.

▲ 미국은 당연히 유지하려 할 것이다. 끊임없이 갈등요인을 발생시킬 것이다. 계속적으로 지구촌은 전쟁은 시달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방산사업으로 먹고 산다. 방산사업도 제조업이며 로비도 포함된다. 이런 이중 삼중성으로 인해 사라지기 어렵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과 똑같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비난해도 사라질 수 없다. 전쟁 사업은 우주까지 간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업이다.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영원히 창출해낸다.

 

- 이번 전쟁, 결과 어떻게 예상하나.

▲ 현 조건에서 이 전쟁은 빨리 끝나는 게 좋다.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없다. 국민들 목숨 생각한다면 빨리 끝내야 한다. 굴욕적이더라도 끝내야 한다. 러시아가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다. 전쟁은 카멜레온과 같은데, 현 전쟁의 경우 장기화 전망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이미 끝났어야할 전쟁인데 계속 끌고간다. 서로가 결론을 알고 있다. 계속 전쟁하면 우크라이나는 아마 초토화 될 것이다. 러시아는 압도적인 공군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알면서도 뒷짐 지고 있다. 인권, 학살 운운하면서도 말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겐 희망고문이다.

 

-곧 정권이 바뀐다. 남북관계 관련 차기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당파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다양한 플랜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플랜A가 안 보이니 문제다. 한반도 프로세스 확장이 어렵다면 현상유지라도 하자는 게 플렌A이다. 종전협정 등을 장기과제로 던진다 하더라도 평화 프로세스의 현상관리를 해야 한다.

 

- 남북관계는 결국 경제 관계였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남북 협상에선 어떤 논의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나.

▲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데올로기 경쟁은 끝났고, 자국 이익만 챙기려 들 것이다. 다만 핵억지력은 유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북한은 배울 게 많다. 핵을 포기하면 우크라이나처럼 되리라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어쨌든 선제타격이니 하는 말이 나오면서 답답한 상황이다. 차기 정부가 ‘미국이 하자는 대로’ 정도로 따라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박근혜 정부 때의 한미일 동맹 정도만 되어도 괜찮을 성싶다. 정보 공유하고 각종 군수품을 동일표준화에 묶는 것 정도랄까. 의복부터 총알 규격까지 동일표준화 하고 한미일 군사 훈련하는 것까지가 한미 안보조약에서 일종의 시스템이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사이 안보협력 시키는 게 미국의 구상이다. 지금 의제는 안보협력이다. 차기 정부는 한일 안보협력 논의를 5년 동안 질질 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끊임없이 선전에 들어간다. 차기 정부는 이런 부분을 잘 살피고 선택을 잘 해야 한다.

 

- 국제 경제 문제 관련해서 인수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모피아 시즌2’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인수위 내용들과 매파를 보니 학계 내부에서도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게 많다. 정말 걱정된다. 중립지대 있는 학자들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지금 당장 저쪽 이쪽 털어서 나올 인물이 있다 한들 향후 한국 외교 관련해서 정책이 전혀 안 보인다. 모든 게 대외비로 통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소통이 긴급하다.

 

- 국제관계와 대한민국 내부 경제는 뗄래야 뗄 수 없다고 한다. 고언을 하자면.

▲ 국제정세가 자유주의 세계경제 질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제기구로부터 흔들릴 것이다. 루블화로부터 도전받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달러에 포섭되어 있는 한국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국제통화질서가 분권화, 분절화 되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 이 흐름이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예상 시나리오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경제질세 흐름 정보를 공유하고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자기 집이 있다. 집도 많고 다들 좋은 집에 산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 집값이 오르니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 사람들이다. 어떤 의미에서 범죄자들이다.

 

- 끝으로 묻겠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다. 단순히 시장경제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정권 바뀔 때마다 나왔다. 불평등 문제가 자산불평등 문제로 이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앞으로 새로운 정권이 도전받을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나쁜 레거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대책이 있는지 말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공약을 앞뒤 안맞게 남발해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심히 우려된다. 한 정치가 다른 정치로 넘어가는 중간지대엔 불평등 문제가 항상 있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세계최대의 불평등 문제,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실책이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새 정부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금 이 흐름을 보니 차기 정부에서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 될 우려가 있다, 경제팀 짜는 것 보니 그렇게 여겨진다. 시장을 보완할 계획에 대해 아무도 말 안 한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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