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송경동 시인-3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송경동 시인(2019년 위클리서울과의 인터뷰 모습) ⓒ위클리서울

- 최근 시집에서 발표한 ‘소설과 철학자의 기원’에서 내용의 대상은 누구인가.

▲ 특정인물은 아니다. 동시대인들에서 삶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 상층에 있다는 지식인들에 대해 비판하려 했다. 이른바 저명인사라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한번 쯤은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이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니 씁쓸했다. 한국사회에서 정치한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국회나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겉으로는 대중들에게 그럴 듯한 삶과 이야기를 던지는 것 같지만 개인적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들이다. 속이 썩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쓴 시다.

 

- 시를 노동 문제와 접목시킬 때 난감한 부분이 있다면.

▲ 사실 시에 담지 못한 얘기가 더 많다. 현장의 고통과 아픔들을 전부 담지 못한다. 그 모든 것들을 짧은 시 형식에 담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런 부분이 늘 고되다. 늘 이겨야 되고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는 게 과거 80년대 노동시들이었다. 미래사회에 대해 확고한 신념에 찬 전망들을 얘기해왔다. 과거 시인들은 그런 주제로 글을 써왔었다. 그런데 저는 싸워가는 현장과 현실만 본다. 빛나는 전망이나 낙관적 부분에 대해선 잘 드러내지 않는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철학과는 맞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획득해가거나 발견해가야 한다는 부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낙관적인 글을 쓰진 않는다. 현실의 절박함과 긴장감, 꿈꾸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만 쓰려 한다. 그런 면에서 주변에서 비판을 받는다. 일종의 디스토피아만 얘기한다며 지적한다. 저도 반성하고 있다.

 

- 화제를 돌려보겠다. 우리사회 노동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인간의 본질은 노동과 생명이다. 노동이라는 건 어디 가서 임금 받고 일하는 것만이 아니다. 사실 모든 움직임과 활동 자체가 노동이다. 우린 끊임없이 움직인다. 생존을 위해,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일을 하면서 산다. 그리고 빼앗기는 노동과 달리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게 생명의 작용이다. 그런데 이 생명은 잘못된 노동 과정에서 위협받는다. 노동 과정에서는 흔히 자본가 집단 즉 하나의 계급이 끼어들어 있다. 이들은 많은 이들의 노동을 소외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인데, 타인의 노동과 과실을 이용획득에 과정으로만 환원시키려 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한다. 그런 부분을 넘어서야 하는 게 인류의 과제다. 많은 사람들의 노동 결실들을 과도하게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강탈하는 상황이다. 이런 그릇된 구조를 해체시켜야 하는 게 우리 모두의 과제다.

 

- 우리사회 노동현실,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10명의 르포작가들, 4명의 연구자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코로나 시대 소외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고민해봤다. 1689만명이 그 대상이었다. 우리사회 노동자 절반이다. 이들은 최소한의 권리로부터 배제 당한 사람들이다. 다들 허덕이면서 살아간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직종, 어떤 현장에 있는 사람이 더 힘드냐 덜 힘드냐 하는 구분은 의미 없다. 구조적인 문제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최저임금 정도 받으면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규직도 다른 의미로 보면 마찬가지다. 절벽 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알량한 조건 때문에 인간적 마음을 포기하거나 감추거나 버리고 살아야 한다. 이 사람들도 위험한 부분에 서 있다. 정규직조차도 연대나 연민의 마음을 포기하거나 감추면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 문재인 정부 시절, 노동 환경 얼마나 바뀌었나.

▲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불안정한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더 악독하고, 더 살기 힘든 사회를 만들어놨다. 이번 정권이 국민의힘 정권으로 넘어간 것도 그게 큰 원인 같다. 부동산도 문제다. 고소득자라 해도 월급 한 푼도 안 쓰고 23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집 한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주거와 같은 기본적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 평범한 1689만명의 노동자들은 앞으로의 삶이 강탈당했다. 문제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다. 간단하다. 집값 오르면 집값만 오르나? 모든 게 다 오른다. 자가는 꿈도 못꾼다. 이제 가진 사람들이 전월세를 올리니까, 올린만큼 돈을 지불해야 한다. 민주당은 아직도 그런 부분에 대한 반성이 없다. 특권과 불이익에 대항한 게 촛불항쟁이었다.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 서민들은 합법적으로 모든 걸 강탈당했다.

 

- 정권이 바뀌었다. 노동환경과 관련 급선무는 무엇인가.

▲ 정책방향이나 공약 보니 할 말이 없다.

 

- 연행된 이력이 있다. 차기 정부에서 계속 활약(?)하면 밥먹듯 연행 될 수도 있겠는데.

▲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과거에도 두려워서 물러난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얘기하다가 탄압 받으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 웃자고 하는 얘긴데, 연행되고 갇히면 시상이나 영감이 더 잘 떠올려 질 수도 있겠다.

▲ 이번 시집 6년 만에 냈는데, 쌓이고 쌓이다 보니 그런 내용들이 좀 있긴 하다. 현장에서는 정신이 곤두서 있어서 시들이 잘 안 온다. 시 쓰기 위해서 투쟁하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이건 아니지 않는가’ 하는 마음에서 참여하다 보니 탄압받고 나중에 시를 쓰게 된다. 탄압받으며 곧바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시간이 좀 지나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를 쓴다. 삶의 과정에서 문학에 최소한 거짓 없이 다가가기 위해,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미안해 하기 싫어서 글을 쓴다. 훗날 최소한의 거름은 되지 않을까 싶어서.

 

- 가족들은 송 시인에게 평소 어떤 걱정을 하나.

▲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웬만하면 가족들 얘기 묻지 말라고 한다. 늘 조심스럽다. 제가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 가족들이 제게 나무란 적은 없다. 늘 응원하고 위로한다. 물론 욕도 많이 얻어먹는다. 투쟁하며 망가지고 흔들리고 엉망이 되는 것에 대해 야단맞고 비판을 많이 받는다. 밖에서 하는 행동들의 10분의 1만 가족에게 하라고 핀잔을 주는데...(웃음).

 

- 오세철, 홍세화 선생의 경우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밝혔다. 송 시인의 포지션은.

▲ 그런 꿈을 꾸지만 저는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라고 여긴다. 제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확고하게 말할 수 없다. 그러기엔 고민과 학습이 필요하다. 저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과정, 부정과 불의, 폭력을 넘어서려는 과정에 서 있다. 사회주의에 대해선 꿈만 꾸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 사회주의가 한번은 무너졌다. 거기에 대한 반성과 되돌아봄에 있어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사회주의가 어떤 경로와 주체에 의해 가능한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꿈꾸어가는 과정이다.

 

- 윤석렬 정부에 당부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 어찌되었든, 차기 정권 역시도 공동체 구성원이다. 한국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노동으로 우뚝 섰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를 발견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거스르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만약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도발한다면 또 다른 바이러스라 여기고 퇴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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