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드라마 ‘투더레이크(To The Lake, 2020)’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자료사진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바이러스는 언제까지 우리를 괴롭힐 것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종 오미크론은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연일 3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온 도시를 휩쓸었다. 하루 62만 명 확진이라는 충격을 안겨준 날도 있었다. 60만 명에 변곡점을 그린 코로나 확진자는 다행히 4월 들어 10만 명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미 누적 확진자는 1500만 명을 넘었다. 대한민국의 3명 중 1명은 이미 코로나 확진자인 상황이라는 뜻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확진됐지만 과거 보다 중증화로 갈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직도 사망자가 연일 수백 명대에 이르지만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때와 비교하면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초기 코로나19 대비가 어려워 더 많은 희생과 피해가 야기됐던 미국과 유럽 일대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택 치료를 시작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도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지뢰밭 상황이라 시기상조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언제까지 국가를 봉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방역 완화로 방향을 잡은 각 세계 국가 정부들의 고뇌가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오미크론이라는 변이종이 나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증화률이 낮아졌다는 것도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방해하는 바이러스가 또 출몰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변이종이 7월경 우세종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전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린 이들도 새로운 변이종에 또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이렇게 지루하게 계속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현실에서의 고통은 뒤로 하고 영화적 상상은 바이러스 시대를 맞이해 봇물 터지듯 현재 진행 중이다. 각종 영화와 소설 에서는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창작물들이 인기다. OTT 채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투더레이크(To The Lake, 2020)’에서는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는 신박한(?) 바이러스를 소개한다.

 

드라마 ‘투더레이크 포스터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바이러스에 전염되면 눈이 백색으로 물드는 바이러스

이 바이러스는 먼저 감염자의 눈동자를 희게 변화시킨다. 검은색 눈동자도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이도 예외는 없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안구의 홍채가 탈색되어 흰색으로 변한다. 저마다 가진 눈동자 고유의 색이 변하는 것이다. 감염 여부를 알려면 눈을 보면 된다. 흰자위와 홍채는 모두 흰색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눈동자 색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 바이러스는 폐를 손상시켜 확진자는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다 3~4일 안에 죽게 된다. 확산 속도도 너무 빨랐다. 악수만 해도 재채기만 해도 주변의 사람들이 전부 감염됐다. 다행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OTT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선보인 드라마 ‘투더 레이크’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가 급속도로 손상되며 홍채가 하얗게 변하는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확진자들은 3~4일을 넘기기 어렵다. 사망자들이 속출한다. 러시아 소설가 야나 바그네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코로나19로 고통받던 시대에 만들어진 이야기라 공감대가 형성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 이상한 바이러스의 출처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오리무중이다. 정체도 알 수 없다.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이나 치료법이 있을 수도 없다. 마치 코로나19로 우왕좌왕하던 우리들의 모습과 똑같다. 드라마는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과 심리변화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이어진다. 드라마는 세르게이(키릴 케로 분)라는 중년의 남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주인공 ‘세르게이’에게는 현재 전처와 현재 부인, 전처의 아들, 현재 부인의 아들이 있다. 전처인 ‘이라’는 자신의 아들 ‘안토샤’와 함께 세르게이와 동행한다. 현재 부인이 된 ‘아냐’는 사실 심리상담사로 부부관계 상담을 하다가 세르게이를 알게 됐고 불륜을 저질렀다. 세르게이의 옆집에 사는 ‘료나’는 매우 비열하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나온다. 료나의 부인은 병으로 앓아 죽어가고 있다. 그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마리나’는 료나를 술집에서 만나 부정을 저질러 임신 중이다. 료냐의 딸 ‘폴리나’는 알콜 중독자다. 그녀는 아냐의 아들인 ‘미샤’와 계속 연결되는 인물이다. 인물 구성도만 보면 ‘막장 스멜’이 물씬 난다.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해도 참 이해하며 살기 복잡한 인물관계도 아닌가. 아무튼 이들은 막장 구도의 가족 관계는 잠시 묻어두고 함께 바이러스를 피해 도시를 탈출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

 

드라마 ‘투더레이크 포스터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드라마 ‘투더레이크 스틸컷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막장 가족들의 최악의 바이러스 대탈출 서사기

바이러스의 배경은 러시아 모스크바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모스크바에 퍼지자 러시아 정부는 전염병이 발발한 지 하루 만에 모든 통신을 끊어버리는 무리수를 둔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군대를 투입해 사람 간 도시 이동을 막고 방송에서 진실을 말할 수 없도록 손을 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감염되자 군부대는 투입되어 건물 자체를 봉쇄하고 감염된 아이들을 신속하게 격리해 나른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의 인권이나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세르게이는 현재 부인인 아냐와 아들 미샤, 전처인 이라와 아들 안토샤, 이웃인 료나 가족과 함께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도시는 빠르게 봉쇄되고 사람들은 공포에 미쳐 약탈과 방화를 일삼는 등 폭주하기 시작한다. 힘들게 도시를 빠져나간 세르게이 일행은 그들을 따라온 무장세력에게 자동차를 빼앗기고 위기에 처한다. 이들이 가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는 머나먼 호수 어딘가 있다는 안전지대다. 그곳은 세르게이 아버지 ‘보리스’가 만들어 놓은 은신처다. 그래서 제목이 투더레이크, ‘호수를 향해서’인가. 하지만 이들이 호수 인근 은신처까지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시작은 바이러스때문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적이다. 이웃인 료냐도 마찬가지다. 료냐는 세르게이 가족을 거추장스럽게 여기고 이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거짓말로 자리를 모면하고 자신들만 살길을 찾아 떠났다. 생존을 위해 배신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이들 또한 따라오던 무장세력에게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세르게이 가족에게 도리어 매달리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찾은 주유소 주인은 뻔히 아버지가 보고 있는데도 딸을 희롱하기도 하고 식료품과 기름 등의 물자를 앞세워 갑질을 행사하기도 한다. 군인인 줄 알았던 이들은 약탈자였고 집 안에 들어와 폭력을 행사하고 부인을 성폭행하려 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한 마을의 인가에서 배고파하는 한 남성에게 음식을 나눠주지만 이들은 알고 보니 사람들을 죽여서 생고기를 먹는 식인 가족 일당이었다. 이러한 수많은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들은 과연 살아서 은신처까지 갈 수 있을까. 현실이 드라마가 같은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지는 드라마의 상황에 답답함만 가중된다. 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지는 촌극과 참극의 간극을 과연 우리 후손들은 이해할 수 있으려나?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우리도 이제 이러한 드라마를 웃으며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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