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드라마 ‘고요의 바다’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최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가장 ‘핫한 나라’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한류라고 불렸던 ‘K-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대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나 빌보트 차트 1위에 연속 오르며 ‘한국의 비틀스’라고 불리는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에는 ‘드라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수개월 동안 독보적인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으로 국내외 언론들은 할리우드 영화 뺨칠 “K-드라마의 시대가 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사실 이러한 ‘한류’야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일부 국가 등에서의 한류는 십수 년 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외국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떠나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와 시스템 등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쓰지 않는 변두리(?) 극동아시아의 작은 국가에 대해 이러한 관심은 동경심을 넘어 경외심까지 느낄 정도다. 그런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외부 활동을 제한받으며 이러한 글로벌 OTT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며 우리나라 드라마의 진가가 널리 알려진 경우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우리나라 드라마 ‘지옥’, ‘마이 네임’은 연달아 글로벌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주인공 공유와 배두나로 시선 몰이에 성공한 ‘고요의 바다’ 역시 글로벌 시청률 1위를 차지한다. 이 드라마는 달이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바이러스를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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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 넷플릭스

달에 숨겨진 바이러스에 대한 상상력

물을 이렇게 펑펑 마음껏 쓸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몇 안된다. 여름철에 걱정하지 않고 샤워를 하고 수돗물을 석회질 없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나라로 한정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실 ‘물 부족 국가’였다. 국제 인구행동연구소(PAI)은 1993년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다. 물이 부족하다고 느낀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물을 자유롭게 사용해왔다. 2006년 들어서야 우리나라는 물 빈곤지수가 떨어져 물 부족 국가에서는 벗어난 상태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을 물 쓰듯 쓴다면 언제 또 물이 부족해질지 모르는 일이다. 인체의 70%가 수분이라는 사실을 대지 않아도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멀리 갔지만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바로 이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벌어지는 SF물이다. 드라마는 2075년 물이 고갈된 지구를 떠나 달을 개척하려고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 부족과 달, 그리고 달의 물 ‘월수’로 인해 생기는 우주 바이러스, 이렇게 세 가지가 드라마의 주축이다. 여기에 가장 ‘욕심’과 ‘욕망’이라는 근원적인 감정이 기본 바탕에 내재되어 있다.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있는 이러한 감정은 항상 문제의 시발점이 된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는 더이상 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극 중 한국 정부는 물 배급제까지 도입하게 된다. 물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없다. 그러니 물이 얼마나 가치가 높아졌는지 안 봐도 뻔하다. 물은 이제 가장 권력과 재력이 있는 자들에게만 주여지는 계급장이자 특권이 된다.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달 기지 대참사

한국 정부는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달에 있는 기지에 대원들을 보낸다. 여기에 투입된 주인공 한윤재(공유 분). 그는 생명이 위태로운 딸을 위해 우주기지로 가는 임무에 자원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등급을 높여야 물을 더 많이 배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임무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생존해서 다시 지구에 돌아올 확률이 1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비롯해 이 일에 자원한 대원들은 각양각색의 사정을 가지고 달로 향한다. 드라마에서는 달에 한국이 세운 달 연구기지가 있다는 설정이다. 기지명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발해’다. 발해기지는 5년 전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인해 백여 명의 대원들이 사망하고 버려진 상태다. 대원들은 기지가 완전히 폐쇄되기 전에 기지에 있는 중요한 연구 샘플을 챙겨 지구로 복귀해야 한다. 그런데 달에 도착한 대원들은 이상한 것을 감지한다. 방사능 수치가 정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지에서 발견된 죽은 대원들의 시체도 이상하다. 방사능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익사자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원 한 명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를 부검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상태는 기지에서 발견된 이전 대원들의 시체와 동일한 특성을 보였다. 사실 발해기지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달의 물, 즉 ‘월수’를 연구하기 위해 세워진 특수한 목적의 연구기지였다. 월수에는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월수는 살아있는 혈액과 만나면 물이 수천 배로 증식한다. 이러한 월수를 연구해 지구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비밀은 대원들이 자꾸 죽어간 이유와 연관이 있다. 월수가 물을 만들어내는 원리의 정체는 바로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한 명의 인간이 이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물을 계속 토하게 된다. 건물 한 층을 전부 채워버릴 정도의 양이다. 잘만(?) 연구해서 문제점만 없앨 수 있다면 물 부족은 단번에 해결될 수 있을 터. 사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점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대원들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프로젝트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월수 바이러스를 해결하기 위해 이 기지에서 인간 복제를 실시해 진짜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괴물’을 양산했다는 데 있다. 향후에 밝혀지지만 월수로 인해 사람들을 희생시키지 않는 법을 연구하다 복제인간을 월수에 활용하고자 했던 사실이 알려진다. 인간이 월수에 감염되면 죽을 때까지 물을 토하다 죽는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죽어야 물을 토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때문에 정부는 인간이 아닌 복제인간을 월수 감염에 이용했고 복제인간은 소모품처럼 쓰다가 버려졌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반인륜적인 행위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군인들을 보내 발해기지의 모든 대원들을 죽이고 복제인간 프로젝트를 은폐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살아남은 복제인간이 있었는데 한 소녀였다. 이 아이는 오히려 월수와 접촉하면 더 큰 힘을 얻게 되는 특이한 체질을 가진 복제인간이었다. 코로나19가 국내 인구의 1/3를 감염시키면서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슈퍼 항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월수에 감염되고도 오히려 월수에 강한 항체가 생긴 그 소녀는 바로 ‘슈퍼 항체자’였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소녀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시즌 1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이 소녀가 가지고 있는 슈퍼 항체 유전자가 드라마 시즌 2의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최근 현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일부가 ‘슈퍼 면역자’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실 세계의 우리에게도 드라마에서처럼 코로나를 종식시켜 줄 ‘슈퍼 유전자를 가진 면역자들’에 대한 연구가 하루라도 빨리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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