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2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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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에 관심이 없었다면 과연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봐야 하나. 나토 문제 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있을 성싶은데.

▲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과 전반적인 나토 동진확장은 미국의 대 러시아 무력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미국과 나토의 기획이 없었다면 두 국가 사이에, 또 우크라이나의 동부의 돈바스지역에서 분열과 적대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키에프 루스 공국의 한 뿌리였다. 1200년대 초 몽골의 침략을 받아 키예프 루스 공국이 멸망한 후에 우크라이나 땅은 리투아니아-폴란드 연합왕국 영토가 됐고 나라 자체가 소멸해서 계승자가 없었다. 그러나 키예프 루스 공국을 구성하던 모스크바 공국은 단절되지 않고 존속해 공국의 제도와 문화를 계승해 훗날 러시아 제국으로 발전했다. 한 뿌리의 형제 국가였고, 언어도 거의 동일하고,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러시아 ‘종족’과 우크라이나 ‘종족’이 함께 거의 1000여 년 같이 살아왔다. 이 때문에 미국이 2004년 색깔혁명과 2014년 유로마이단 쿠데타 등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현재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 중심의 자치국 움직임과 같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분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2014년 이후 8년 동안 1만4000여명의 희생을 일으킨 내전도 없었을 것이다.

 

- 미국은 직접적으로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전쟁 때마다 보여준 것과는 다른 양상인데.

▲ 미국의 직접적 전쟁개입은 바로 3차 세계대전으로 폭발할 수밖에 없다. 세계 제2의 군사강대국인 러시아를 직접 적으로 삼는다면 러시아 역시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이 결과 양측은 전략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이는 곧 지구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다. 탈냉전 이후 지구촌의 전쟁은 세계 최강의 미국이 약소국인 이라크, 아프칸, 시리아, 리비아 등을 일방적으로 살육하고 아예 정권의 존재를 없애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곧 일방적이고 전면적이며, 처음부터 상대방의 지휘부를 타격하는 종심전략을 취해 상대정권을 교체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형의 전쟁이었다. 주한미군의 작전계획인 작전계획5026~5030이나 이를 통합한 새 작전계획인 5015 역시 곧바로 김정일 생포 작전과 김정은 참수작전을 포함한 종심전략 또는 지휘부타격전략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특수작전 유형으로 동부의 돈바스를 중심으로, 신나치세력과 우크라이나 군대를 무력화하는 데 목적을 둔 전략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궁이나 지휘부를 이제까지 타격하지 않는 제한전쟁 형식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이 벌여왔던 전면전쟁과는 그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제한전쟁 유형이다. 따라서 서방의 일방적 시각에 따른 왜곡된 보도들은 마치 러시아가 수세이고 우크라이나가 공세인 것처럼 몰고 가고 있는 듯 보인다.

 

- 미국의 포지션이 궁금해진다. 어느 편이라고 판단해야 하나.

▲ 올해 2월 24일 푸틴이 특수작전을 명령하기 이전에도 우크라이나는 이미 전쟁 상태였다. 단지 내전이었을 따름이다. 러시아의 특수작전으로 내전이 확대되어 확대전쟁이 된 것이다. 친미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5년에 합의한 민스크협정을 파기하고,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 자치주에 대한 무력 공세를 강화해 내전으로 비화시켰다. 이 결과 1만4000여명이 희생되었다. 이 협정 파괴는 메케인 미국 상원의원 등 미국의 개입과 압력으로 이뤄졌다. 2004년 중립 표방 유셴코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친 서방 지도자 티모셴코 총리 해임 등 친러 성향을 보이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이 ‘오렌지 혁명’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가 세계에 걸쳐 수행한 ‘색깔혁명’의 하나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미국의 개입이 시작되었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농간에 놀아나는 꼴이 되었다. 현재의 전쟁상태를 미국은 지속시켜 첫째, 러시아의 무력화와 약화를 꾀해 미국패권에 걸림돌을 제거하고 둘째, 나토의 독자세력화를 차단하고 셋째, 러시아의 대(對) 유럽 석유와 가스 공급을 차단시켜 미국의 석유와 가스를 비싼 값에 판매하고 넷째, 러시아를 무력화시킨 후 여세를 몰아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매진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 미국이 누리고 있는 약탈적 단극 패권주의를 장기화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틈바구니에 끼인 우크라이나를 바둑판 사석인 버리는 돌로 악용한 것이다. 이는 중·미 전략경쟁 시대에 한미동맹에 묶여 있는 한반도에게 천금과 같은 역사적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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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나토, 어떤 관계인가.

▲ 나토는 미국의 독무대이고 유럽은 독자군대를 갖지 못해 완전 종속된 상태이다. 이러한 구도 때문에 한 때 프랑스 드골이 나토를 탈퇴하기도 했다.

 

- 나토에 대한 명암이 엇갈린다. 나토, 어떻게 탄생했으며 지금에 와선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 1947년 3월 트루만의 냉전선언과 이후 7월 마샬플랜으로 미국은 전 세계를 내편 아니면 적의 편으로 양분되어 소련과 그 영향권 국가들을 포위 및 봉쇄하는 냉전을 공식화 했다. 1947년 7월 마샬플랜 관계회의에 소련이 참가했으나 회의에서 완전 배제되자 소련 역시 냉전을 수용했고, 동유럽 국가를 위성국가화 해 미·소의 완전한 적대적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1949년 4월 나토라는 서유럽 등과 집단 군사동맹을 결성해 소련과 그 영향권 국가에 대한 군사적 봉쇄와 적대관계를 구축했다. 여기서 동맹은 잠재적 전쟁공동체라는 개념으로 반드시 적을 설정하고 있어 반평화적 특성을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다. 중국은 동맹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지만 미국은 세계 전역에 걸쳐 가장 많은 동맹을 맺고 있다. 1955년 5월 소련 역시 대항기구로서 집단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 체결로 동서 군사대치가 격렬해졌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7월 바르샤바조약도 해체되었다. 그러나 서방측의 군사동맹인 나토는 그대로 존속되고 더욱 동쪽으로 확장되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켰다. 독일 통일에 대한 합의 과정에서는 소련, 미국, 서독, 영국은 폴란드를 포함 엘베 강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1998년 클린턴은 폴란드·헝가리·체코 나토편입 상원비준을 받고 1999 동진확장을 시작했다. 이에 당시 조지 캐넌 대소 봉쇄 창안자조차 이의 위험성과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경고까지 했었다. 세계는 150여개 국가로 이뤄진 공동체이다. 이 가운데 겨우 미국과 유럽 강대국 10여개 국가가 유엔을 짓밟고 독자적인 지배세력을 구축해 세계의 모든 문제에 재판관과 집행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 패권주의 하의 현 세계질서이다. 여기에 나토가 핵심무력을 형성해 이제 아시아태평양까지 확대해 중국을 겨냥하면서 미국의 패권 지속과 서구세력의 영구화를 꾀하고 있다. 바로 이를 뒷받침하는 발판이 나토이다. 당연히 해체돼야 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형성돼야 한다. 특히 지금 미국은 중국을 포위봉쇄 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아시아태평양까지 나토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번 나토외상회의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했다. 우리 한국으로서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제2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어지며 스스로 묘혈을 파는 짓이 될 수 있다.

 

-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이라고 판단된다. 벌써 끝났어야 할 전쟁이 계속 이어지는 까닭은.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특수작전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전면전쟁이 아니고 제한전쟁이라는 것이다. 전면전쟁의 경우 상대국의 지휘부를 먼저 타격하겠지만 러시아는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할 경우 지휘부를 타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상당히 절제된 제한전쟁의 성격을 보이는 것이다. 푸틴의 연설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형제 국가에 대한 특수작전은 전면전쟁과는 달리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절제된 형태의 특수목적의 제한전쟁 유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속전속결과 같은 결과를 가져 오질 않았다고 본다. 여기에다 미국과 나토의 은밀한 개입과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군이 버틸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

 

- 세계대전과 같은 양상으로 전쟁이 확산될 우려는 없는지.

▲ 매우 우려스럽다. 미국은 일찍 전쟁을 끝낼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 미국은 계속 휴전협상을 방해하고 미국과 나토의 군사적 지원은 방어무기에서 공격무기로 전환됐다. 러시아는 초기부터 미국과 나토가 개입하면 핵무기 사용도 고려하겠다는 핵 위협을 해 왔다. 대대적인 군사지원이 이뤄질 경우 그 지원통로인 폴란드나 흑해 등에 러시아의 직접적인 공격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토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러시아는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세계대전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전술핵 사용은 통제를 넘어 전략핵으로 폭발할 수 있고 이 경우 지구촌은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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