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자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방법
바이러스 감염자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방법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2.06.1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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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부산행’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2년 전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가 알려지면서 가장 먼저 한산해진 곳은 수많은 고속열차들이 오가는 KTX 역사였다. 방송은 앞다퉈 얼마나 텅 비어있는 지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했다. 각 역사마다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유령이 사는 도시 같아 보였다. 3월이 되자 KTX의 주말 승객은 84%가 급감했다. KTX는 부랴부랴 한 좌석 띄우기 등의 거리두기를 실시했고 방역에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사실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규모 민족 이동이 일어난다는 설 명절 때였다. 다행히 1월 말 명절 때에는 확진자들이 소수에 불과해 커다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KTX 열차는 그만큼 감염이 쉽게 되고 어디서 감염되는지는 알 수 없어 추적하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공간이었다. 코로나19로 텅빈 역사를 보면서 사람들은 수년 전 빅히트를 쳤던 영화 ‘부산행(Train To Busan, 2016)’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배우 ‘공유’가 주연한 영화로 갑자기 시작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감염자들이 대거 발생한 서울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진 부산까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다. 바이러스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협소한 공간에서 얼마나 쉽게 확산되는지를 잘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부산행'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부산까지 442km, 감염이 되지 않고 부산까지 갈 수 있을까

영화가 개봉된 시점은 2016년. 코로나19 발발 4년 전이다. 2015년도에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집중적으로 기승을 부렸던 메르스 바이러스를 생각하고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한 것일까? 낙타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서울의 의료시스템이 마비되던 그 순간. 사람들은 그래도 이 정도의 재난을 예상하지 못했을 터다. 영화를 만든 연상호 감독도 그랬을 것이다. 그냥 감독의 영감을 얻는 수준으로 바이러스는 종식되고 영화 또한 영화로 끝날 것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느 누가 이처럼 지독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영화의 주인공 석우(공유)는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는 사실 가정에서 미달인 아빠와 남편이었다. 아내는 그의 무심함에 질려 별거를 선언했고 딸에게는 어린이날 선물로 사준 게임기를 생일날에 모르고 또 선물할 정도로 아이에게도 관심이 없는 아빠다. 딸 수안은 자신의 생일 선물로 엄마가 있는 부산으로 가기를 원했고 석우는 그런 딸의 소원을 외면할 수 없어 부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싣는다.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한 소녀가 다급하게 열차에 올라탄다. 소녀를 태운 열차는 부산을 향해 출발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승무원은 소녀가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무전기로 응급 상황을 전한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소녀는 승무원을 향해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목이 꺾여 제대로 걷지 못하는 소녀는 승무원을 물어뜯기 시작하고 뭔가 하고 다가온 승객들의 목도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사람들은 혼비백산 놀라 도망치고 이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된다. 그 소녀는 앞으로 전개될 바이러스의 첫 감염자였다. 바이러스 감염은 수 분 내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주로 치아가 피부조직을 상처 내면서 생기는 피와 비말 등에 바이러스가 섞인 것으로 짐작된다. 다행히 공기 감염은 아니었다. 즉 물리지 않으면 감염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감염된 확진자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객실을 이동했다. 객실 문을 거칠게 닫으며 더 많은 감염자들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했다. 이들의 습성은 뭔가 시각적인 것에 반응한다는 점이었다. 유리창에 비친 다른 사람들을 보고 달려들었던 감염자들은 신문지를 물에 적셔 객실 문에 부쳐 시각을 차단했더니 조용해졌다. 감염이 되면 이성적인 사고나 과거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는 듯했다. 감염자들은 객실문을 열지 못했다. 서양식(?) 좀비와는 좀 다르지만 좀비와 비슷한 습성을 가진 바이러스 감염자들이었다. K-좀비의 탄생이라고나 할까? 훗날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킹덤’과 ‘스위트 홈’,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드라마가 연이어 만들어지면서 신종 K-좀비 신드롬은 계속 이어진다. 열차는 대전까지만 운행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대전역에서 하차하지만 방역에 투입된 군인들이 감염되면서 대전은 이미 바이러스 감염자로 황폐해졌다. 사람들은 서둘러 다시 열차로 돌아오고 부산까지 가기로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석구의 딸 수인과 상화(마동석 분)의 아내 성경(정유미 분)이 감염자들을 피하다 13호 열차 화장실에 고립되고 만다. 석구과 상화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좀비 떼를 뚫고 가기로 결정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얼마일까.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442km. 차를 타고 안 막히는 시간에 간다면 약 4~5시간. KTX를 서울역에서 타고 간다면 3시간 정도 걸리는 시간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열차 속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하다 보니 저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진다.

 

영화 '부산행'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인수공통전염병의 시작..인간과 짐승이 겪어야 할 불행

영화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본격적인 서사를 시작한다. 바이러스의 주인공은 ‘노루’다. 영화는 구제역 방역 중으로 보이는 방역 요원이 톨게이트에서 한 트럭 운전사와 대화를 하며 시작한다. 방역요원은 바이오 단지에서 뭐가 샜다며 큰일은 아니라고 설명하며 운전사를 보낸다. 차에 소독을 받고 돌아가던 트럭 운전사는 지나가다 노루를 치고 그저 재수없는 일로 여기고 지나간다. 운전사가 지나간 후 트럭에 치여 쓰러졌던 노루는 갑자기 눈빛이 변하며 벌떡 일어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도 미군 부대에서 군의관들이 위험한 독극물을 하수구에 그냥 여과 없이 흘려보내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훗날 영화의 주인공인 ‘괴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려주는 복선이다. 이 영화에서는 노루가 되겠다. 차에 치였던 노루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감염이 되는 과정을 보면 영화에서 다루는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동물과 인간이 교차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0년에는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밍크 1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밍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인간에게 교차 감염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영화 ‘부산행’에서도 노루가 처음에 나오면서 향후 사람들에게 전염된 바이러스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발전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가축 양쪽에 이환되는 전염병을 말한다. 동물에게는 경증을 일으키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해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탄저병, 페스트, 광견병 등이 그 예이다. 아직 코로나19의 정체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는 더이상 코로나19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야외 마스크 해제가 실시됐다. 오랜만에 풀냄새와 공기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매일 30여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중국은 코로나 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주민들을 아파트 밖으로 외출을 할 수 없도록 장기 봉쇄 조치를 계속해서 취하는 등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확산 세는 꺾였지만 아직도 매일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는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다. 다음 주가 되면 어떻게 될까.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들이 줄고 있고 일상도 회복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면 덜컥 겁이 난다. ‘혹시?’하며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수십만 명의 감염 물결 속에서도 살아남았는지 지금 코로나에 걸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자나 깨나 코로나 조심!”이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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