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섬(Patients of a Saint, 2020)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죄수들만 갇혀 있는 교도소에서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섬(Patients of a Saint, 2020)은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가 발생한 해에 제작된 이 영화는 교도소에서 일어난 바이러스 발생 사태를 그리고 있다. 사방이 고립된 공간인 교도소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죄수들에게 바이러스는 일반 사람들보다 더 치명적이다. 그리고 이 가정은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서울 동부, 남부 구치소에 확산됐고 수용자와 직원들을 감염시켰다. 지난 21년 12월에는 홍성교도소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곤욕을 치렀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교도소는 코로나 19의 집단감염 진원지로 지목됐다. 미국 뉴욕 쿡 카운티 교도소에서는 죄수 238명, 교도관 115명 등이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았고 브라질에서도 수백 명의 교도관들이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각국의 교도소에서는 죄수들이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인해 폭동이 야기되기도 했다. 이란의 교도소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집단 폭동이 일어났고 이는 강경 진압으로 이어져 35명이 사망하고 수 백명이 부상당하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를 빚기도 했다.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섬(Patients of a Saint, 2020)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푸른 망망대해 한복판에 위치한 사형수들의 교도소

북대서양 외딴 레오나르도섬에 위치한 한 교도소. 이곳은 사형수들만 수감되어 있는 특수 교도소이다. 악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이 갇혀 있어 분위기는 말도 못하게 험악하다. 이곳 온 죄수들은 가석방은 불가능한 상태로 죽어야 섬을 나갈 수 있다. 게다가 사실 이곳에서는 죄수들을 대상으로 한 은밀한 모종의 임상시험까지 실행 중인 아주 위험천만인 곳이다. 주인공 스톤(린 앤 로저스 분)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이곳에 오게 됐다. 스톤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사형은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그녀의 사형집행일은 다음 달로 정해졌다. 아무런 희망이 없던 그녀에게 교도소 감독관은 제안을 하나 한다. 교도소에서 행해지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형을 낮춰줄 수 있다는 제안이다. 사형이 아니라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하는 종신형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부작용이 심했다. 몇몇 임상시험에 응했던 죄수들은 끔찍한 부작용에 시달리며 죽을 것 같은 고통을 호소했다. 스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제안을 거절한다. 그녀는 “그럴 바에는 사형이 낫다”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이후 스톤은 같은 방을 쓰는 재소자에게 칼로 발목을 공격당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의무실에 오게 된다. 이날 같은 의무실에는 의문의 병을 가진 남자 재소자와 신부가 함께 오고 남자는 발작 끝에 숨을 거둔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남자는 그날 밤 피를 흘리며 다시 살아나고 옆자리 침대에 누워있는 다른 환자 재소자의 목을 물어뜯는다. 스톤은 교도관인 레넌과 함께 의무실을 탈출해 다른 곳으로 피신하고 살아난 남자의 정체에 대해 추리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남자가 공격한 재소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교도관들도 처음 일어나는 상황에 당황하며 총을 들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다. 사방이 망망대해라 어디로 탈출할 수도 없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외부와도 연락이 끊기고 교도소는 완벽하게 고립된다. 교도소 안은 피로 물들며 아비규환의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모든 이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순간 스톤은 감염자들이 빛에 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교도소 안은 이미 전기가 끊긴 상황이다. 어둠 속에서 감염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공격했다.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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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끈질김은 영화 바깥에서도 느껴져

감염은 피나 비말이 눈이나 피부 속으로 들어가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으로 보였다. 감염자들의 피가 눈에 튄 교도관 레넌이 금세 감염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동지였지만 감염자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스톤이 레넌을 사살하고 감염자들이 빛에 약하다는 것을 들어 동이 트면 교도소를 탈출하고자 한다. 하지만 빛에 취약한 감염자는 일부 있을 뿐 다른 감염자들은 아침이 되었어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스톤을 포함해 살아남은 몇 명은 교도소 안에서는 더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다. 생존자 중에는 교도소장이 있었다. 여성 교도소장은 자신의 친동생을 함께 데려가는 것을 조건으로 섬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섬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교도소장의 목소리로 교도소의 잠김 시스템을 제거해야 한다. 문제는 교도소장의 동생은 이미 감염이 되어버린 상태라는 점이었다. 감염자가 된 동생을 철끈으로 묶고 교도소장은 함께 육지로 나가려 했다. 교도소장은 총을 들이대며 “안 비키면 이 섬에서 못 나간다”라며 이를 악물고 협박했다. 하지만 교도소장은 자신의 친동생에게 물리며 사망하고 차례로 스톤의 일행이었던 생존자들도 감염되며 죽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다른 재소자의 희생으로 인해 스톤만이 홀로 살아 교도소 밖을 탈주하기 시작한다. 거친 태양 빛이 그녀의 검은 줄무늬 죄수복을 비춘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가는 스톤.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교도소장과 함께 있을 때 전화선을 복구해 육지에 구조헬기 신청을 했던 차라 그녀가 달려가던 바닷가에는 구조 헬기가 와 있었다. 그녀는 손목이 뒤로 꺾여 수갑이 채워진 체 헬기에 올라탄다. 헬기가 출발하며 끔찍한 교도소가 내려다 보인다. 하지만 스톤의 얼굴이 이상하다. 이마에 힘줄이 도드라지게 굵어지며 눈은 검은빛으로 변하고 경련을 일으킨다. 스톤도 감염된 것이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헬기는 스톤으로 인해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스톤은 수갑을 차고 있었으니 헬기 조종사 등은 살아남았을 수도 있겠다. 만약 조종사가 공격을 당한다면 모든 이들이 바다에 떨어져 그대로 죽고 임상시험의 결과로 이루어진 바이러스도 그대로 물속에 사장될 것이다. 아니다. 물속 시체를 뜯어먹은 물고기들이 있고 그 물고기들을 잡은 어부들이 물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고 그 물고기를 사서 먹은 사람들이 또다시 의문의 바이러스에 또 걸릴지도 모르겠다. 바이러스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생태계를 돌고 돌아 또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박쥐에서 감염됐다고 하지만 중간 매개체인 동물이 오리무중이다. 학계에서는 코로나 발생 초기에 중간 동물이 천산갑이라고도 발표했지만 실제로 어떤 동물이 중간 숙주로 작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때문에 얼마 전 네덜란드에서 코로나19의 중간 매개체로 지목받은 밍크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을 당해야 했다.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코로나19에 대해 무지하다. 바이러스가 발발한 지 3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인 셈이다. 얼마 전부터는 아프리카에 두창(천연두)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빌 게이츠는 코로나19가 가면 또다른 코로나19 계열의 바이러스나 천연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러스의 재앙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인류가 화성에도 가고 달에도 가는 미래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보이지도 않는 적과 싸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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