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핵발전소의 사고는 되돌이킬 수 없는 재앙입니다.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통해 그 참상을 목격하였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보았듯이 노후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세계는 핵발전소의 위험을 절감하고, 탈핵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 핵발전소는 그 이전 정부 때보다도 더 많이 운영되었습니다.
최근 윤석렬 대통령은 창원에 있는 핵발전소 제작업체를 직접 방문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거칠게 비판했습니다. "탈원전 폭탄이 터져 원전 산업 자체가 폐허가 됐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거친 비판은 핵발전 산업을 지원해서 ‘원전 최강국’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2023년 4월이면 고리 핵발전소 2호기가 40년의 설계수명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고리 핵발전소 2호기의 설계수명을 연장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고리 핵발전소 2호기는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재가동했습니다. 그러나 재가동을 시작한 지 불과 3일 만에 핵발전소 내부 차단시스템에서의 화재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왜 불이 났는지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재 사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핵발전소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고, 방사능 유출도 없다고 말합니다.
핵발전소가 외부의 충격이나 테러가 아니라 내부에서 불이 났다는 사고는 충격적입니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고 말하는 전문가 집단이 그 화재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러한 중대 사고조차도 언론에서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낡고 오래된 핵발전소가 안전성보다는 경제성 논리만으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계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절차적 위법입니다.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과 핵발전소에서 배출하고 있는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한 지역에서 다수 호기의 핵발전소가 위험하게 밀집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서 초고압 송전탑이 마을과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핵발전소 지역이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최근에는 태풍과 홍수, 산불과 같은 기후재난으로 핵발전소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위험하고,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에너지 생산의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그 시작은 낡고 오래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이 아닌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와 안전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어야 합니다.
40년 동안 가동되어 온 낡은 핵발전소를 연장해서 계속 가동하겠다는 정책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입니다. 시대정신을 뒤집으며 ‘원전 최강국’을 이루겠다는 잘못된 의지는 폐기되어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지역 주민들을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는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13년에 발표한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핵발전이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누구나 경제적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그 어떤 권리도 생명권을 앞설 수는 없다. 생명권은 모든 권리에 앞설 뿐만 아니라 모든 권리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또 그 풍요로움이 자본과 결합한 일부 사람들의 권리를 실현시켜 줄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인류와 더 나아가 미래의 세대는 그 풍요로움에서 배제되어 있다."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