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2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녹조가 생기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데. 우리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는 녹조 독의 위험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다. 녹조 독이 우리 간, 폐, 신장, 뇌는 물론 최근에는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기에도 영향을 끼치는 생식 독성이 있는 것도 밝혀냈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에 우리 4대강에서 보이는 녹조가 번성한다면 국가비상사태를 발령했을 것이다. 국내에서 꾸준히 녹조 문제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도 미국에서 10년 동안 공부를 했었는데 그때도 지금 국내에서 발생하는 녹조 같은 심각한 녹조는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을 정도다. 지금 국내 4대강에서 발생하고 있는 녹조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으로 보를 만들었다. 정권이 계속 바뀌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해왔다. 이념 문제를 떠나 4대강 사업 개선책, 어떤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 전혀 진전이 없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4대강 사업을 찬양하거나 혹은 금기시하고 넘어갔던 시절이라 개선책 자체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4대강 재자연화 이야기가 나왔지만 하는 시늉만 있었을 뿐 개선책은 너무 미흡했다. 그 개선책이란 것이 사실 보를 뜯어내거나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인데, 초반에 금강 영산강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어서 일부 보는 해체하고 다른 보들은 수문을 다 여는 것으로 결정했으나 이도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아 질질 끌다가 정권 말기에서도 보 해체 결정을 지자체에 미룬 결과 끝내 이루어내지 못하고 정권을 넘겨버렸다. 그 결과 지난 4~5년 동안 열렸던 공주보가 다시 막히는 기막힌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금강과 영산강은 논의라도 됐지만 낙동강은 논의 자체도 미약했다. 2017년 수문개방이 일부 있었으나 이른바 ‘찔끔 개방’이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수문개방에 소극적이었다. 지역의 반대 정서를 너무 의식한 탓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할 때 이런 사안은 시급히 밀어붙이는 전략을 짰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이 사안을 대하지 않았나 싶다. 이 때문에 낙동강은 해마다 청산가리 100배의 독을 뿜어내는 녹조가 창궐하는 녹조라떼 배양소가 되어버렸다.

 

- 윤석열 정부에서는 여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어 보인다. 대안을 제시하자면.

▲ 해법은 굳게 닫힌 수문을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급히 해야 하는 일이 취수장과 양수장 구조개선 사업이다. 낙동강과 한강에만 수백 개의 취수장과 양수장이 있고, 이를 모두 개조하는 데 9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고 한다. 지난해 구조개선 예산이 잡혔는데 231억원으로 너무 미흡한 수준이다. 이래서는 수문을 여는 길은 요원하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취양수장 구조개선 사업 예산을 시급히 전액 확보해서 하루라도 빨리 구조개선 사업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농업용수와 먹는 물의 취수에 지장이 없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될 때라야지 이 지긋지긋한 낙동강의 녹조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 낙동강 상태, 수질 문제 이외에 어떤 부분이 심각한가.

▲ 강 자체 문제가 있다. 흐르지 않는 강과 깊어진 강이 생태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 낙동강은 낮은 물길이 흐르는 강이었다. 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모래강이었다. 그때는 야생동물들이 마음껏 강 이쪽과 저쪽을 활보하면서 생존을 영위했다. 그러나 6미터 깊이로 깊어진 지금은 야생동물들이 강 저편으로 이동할 수가 없다. 행동반경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야생동물들 입장에선 엄청난 시련이 닥친 것이다. 서식처가 절반으로 반토막 났기에 로드킬도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위클리서울/ 정수근 제공

- 낙동강 이외 다른 강들의 상태는 어떠한가.

▲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강, 영산강 등도 낙동강 상태와 비슷하다고 한다. 녹조 문제로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고 홍수라도 나면 곤란해진다. 가뭄도 극복되지 않았다. 이렇게 상태가 심각하다 보니 금강과 영산강은 과거 정부에서 보를 열었다. 보가 열리고 환경이 개선된 편인데 낙동강은 보가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이라 다른 강에 비해 상황이 심각하다.

 

- 많은 돈을 들여 보는 이미 지어졌다. 국민 세금으로 지어진 보를 부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묘책이 있다면.

▲ 매몰비용이 들었더라도 철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지난달 재정학회의 연구결과도 나왔지 않은가? 그대로 두면 유지비용만 발생하고 녹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또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철거 비용이 수천억 들더라도 보 유지관리 비용 또한 매년 수천억 들기 때문에 보를 철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지만 보를 모두 철거할 수 없다면 최소한 보의 수문이라도 열어 강을 흐르게 만들어 주면 녹조 문제와 생태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 도청이나 시청 단위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 지자체에서 취양수장 구조개선 사업을 서둘러줘야 한다. 보의 수문을 열게 되면 수위가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취양수구가 물 위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물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그 작업을 도청이나 시청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해주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 보수진영에서도 그나마 열려 있다는 홍준표 대구시장 측과 낙동강 관련 접촉은 없는가.

▲ 홍준표 대구시장이 열려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지만 아직 낙동강과 관련해서 문의가 들어온 것도 없고, 면담 요청은 더더욱 없다. 인수위 단계에서 문의가 들어올 만도 한데 없는 것을 보면 낙동강 문제에 별 관심이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 홍준표 대구시장직인수위원회에서는 ‘대구 미래 50년’ 제안서를 발표한 바 있다.

▲ 그 두터운 제안서를 보면 온통 토건개발 위주의 정책들로 도배되어 있다. 신공항 건설, 신공항 후적지 두바이식 개발, 공항산단 건설, 금호강 르네상스, 맑은물 하이웨이, 팔공산, 비슬산 케이블카 등등 토건공화국 냄새가 물씬 난다. 이 중에서도 금호강 르네상스와 팔공산과 비슬산의 케이블카 건설 계획은 한참 시대를 역행하는 개발사업일 뿐만 아니라 대구의 핵심 생태축을 건드리는 불경(不敬)의 사업으로서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개발사업들이다.

 

- 금호강은 대구를 관통하는 강이다. 하지만 청계천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애초 수질이나 생태에 대한 시민들의 큰 기대가 없었지 싶은데.

▲ 90년대까지는 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많이 개선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금호강은 대구 도심의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고다. 대구의 자랑 수달을 비롯한 도심에서 살 수 없는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의 서식처이자 생활의 터전이다. 이런 곳은 이제 인간 위주의 개발사업은 그만 지양하고 오히려 야생 동식물들에게 온전히 내어줘야 할 자연 공간으로, 잘 보존해 후세에 그대로 물려줘야 할 귀한 생태 자원이다. 따라서 ‘금호강 르네상스 100리 물길 조성과 수변 개발’ 사업은 금호강을 심각히 건드리는 것으로 불가한 사업이다. 파크골프장 117홀 건설이라든가 수중보 건설, 산책로 및 자전거도로는 이미 잘 정비되어 있다. 교량은 지금도 많다. 자전거도로, 신규 교량 건설 등은 그나마 양호하게 남아있는 금호강의 생태계를 마구 휘저어놓는 것으로 절대 불가해야 할 사업들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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